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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미’도 만류한 인재…니콜 킴 “BTS 뛰어넘는 성취, 쉽지는 않겠지만” [인터뷰]
빅히트 뮤직 ‘팀 BTS’ 출신
‘다이너마이트’·‘버터’ 흥행 주역
美 컬럼비아레코드 A&R 부사장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성공 뒤엔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하이브의 수장인 방시혁 의장을 필두로 ‘BTS 프로듀서’인 피독, 안무가 손성득을 비롯한 ‘팀 BTS’의 손길이 한 겹 한 겹 쌓였다. 그 안엔 ‘하이브 산하 빅히트뮤직의 A&R(아티스트 앤드 레퍼토리)을 이끈 니콜 킴(김현정) 전 방탄소년단 크리에이티브실 실장(2017~2022년)이 있었다. 지금은 미국 컬럼비아레코드 A&R 부사장으로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제공]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성공 뒤엔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하이브의 수장인 방시혁 의장을 필두로 ‘BTS 프로듀서’인 피독, 안무가 손성득을 비롯한 ‘팀 BTS’의 손길이 한 겹 한 겹 쌓였다. 그 안엔 ‘이 사람’도 있었다. 하이브 산하 빅히트뮤직의 A&R(아티스트 앤드 레퍼토리)을 이끈 니콜 킴(김현정) 전 방탄소년단 크리에이티브실 실장(2017~2022년)이다.

지난 5월 니콜 킴 전 실장의 이직 소식이 날아들었다. 미국 소니뮤직 엔터테인먼트 산하 레이블 컬럼비아 레코드의 A&R VP(부사장)로다. 비욘세, 아델, 해리 스타일스와 같은 대형 팝스타의 음반 유통을 맡아온 굵직한 회사다. 방탄소년단의 성취 뒤에 ‘히트성’을 탑재한 콘텐츠 발굴의 힘이 상당하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팬덤조차 니콜 킴 부사장의 이직 소식을 아쉬워했을 정도다.

최근 열린 뮤직·엔터테인먼트 페어 ‘뮤콘(MU:CON) 2023’ 참석차 한국을 찾은 니콜 킴 컬럼비아 레코드 부사장은 헤럴드경제와 만나 “시기적으로 모든 것이 완벽해 방탄소년단의 성취가 나왔다”고 말했다.

니콜 킴 부사장은 방탄소년단이 글로벌 무대로 도약하는 시기와 그 기간의 성취를 일군 주역이다. 그는 할시, 콜드플레이와의 협업을 주도했고, ‘다이너마이트’, ‘버터’, ‘퍼미션 투 댄스’ 등 글로벌 히트곡 제작에 함께 했다.

김 부사장은 “방탄소년단은 자신들의 일을 정말 열심히 하는 아티스트이고, 방시혁 의장과 같은 뛰어난 프로듀서, 잘 맞는 합을 자랑하는 스태프, 규모가 커진 팬덤의 서포트 등 우주의 기운이 모인 것처럼 모든 것이 맞아 떨어졌다”고 돌아봤다.

방탄소년단 [빅히트뮤직 제공]
팬데믹이라는 기회…BTS 도전의 의미

그 시절 방탄소년단의 ‘도전’은 이들을 세계적인 그룹으로 도약하게 한 추동 엔진이었다. 2020년 방탄소년단은 ‘다이너마이트’로 첫 영어 곡을 발표했고, 한국 아티스트가 단 한 번도 도달한 적이 없었던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인 ‘핫 100’ 1위에 올랐다.

김 부사장은 “많은 K-팝 아티스트들이 일본 시장 접근을 위해 일어로 오리지널 곡을 내며 활동하는데, 더 많이 쓰는 언어이자 공용어를 쓰는 것은 당연하다는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사상 유례없는 감염병의 유행으로 월드투어가 막혀 버렸지만, 한국을 기반으로 한 K-팝 아티스트에게 팬데믹은 일종의 기회였다. 방탄소년단이 빌보드 ‘핫 100’ 1위에 오를 수 있었던 것도 팬데믹의 행운(?)이 작용했다.

“이전까진 한국을 본거지로 한 K-팝 아티스트는 현지 진출에 있어 기회가 적었던 반면, 팬데믹이 당도하고 전 세계 아티스트는 한국에 있든 영국에 있든 동등한 조건을 가지고 경쟁하게 됐어요.”

특히 이 기간 빌보드 ‘핫100’ 집계의 주요 지표인 라디오 방송 횟수에 대한 비영어권 아티스트의 한계는 ‘영어 노래’로 극복했다. 그러면서도 시기의 특성상 라디오라는 매체의 비중이 떨어진 것도 절묘하게 작용했다. 그는 “라디오 채널은 K-팝이 뚫기 어려운 분야였는데, 코로나19로 출퇴근을 하지 않으며 라디오 사용량이 떨어진 대신 틱톡과 유튜브 등의 SNS가 장점으로 부각됐다”며 “우리로선 접근이 힘들었던 부분에 있어 혜택이 있었다”고 했다.

니콜 킴 미국 컬럼비아레코드 A&R 부사장으로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제공]
K-팝은 웰메이드 콘텐츠 …성공 키워드는 ‘독창성’

방탄소년단과 블랙핑크 등 소위 말하는 빅그룹의 등장으로 K-팝을 향한 국제 무대에서의 관심도 각별하다. 그는 “K-팝 시스템을 통해 세계적으로 큰 아티스트들이 나왔기에 많은 글로벌 음반사들이 주목하고 있고, 다양한 합작을 시도하는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김 부사장이 보는 K-팝의 힘은 ‘웰메이드 콘텐츠’라는 데에 있다. 김 부사장은 “언어나 지역 등 물리적인 한계로 인해 글로벌 시장에서 보여질 기회가 적었을 뿐, 다른 나라 엔터 콘텐츠들에 비해 경쟁력이 낮지 않다”며 “K-팝은 콘텐츠 자체가 가진 힘이 뛰어나다”고 말했다.

좋은 곡을 판단하는 기준은 저마다 다르다. 하지만 주류 팝 시장에서 성공한 음악은 ‘독창성’을 가졌다는 데에 있다. K-팝 역시 마찬가지다.

“한국에 있을 땐 미국에서 어떤 것을 좋아할지, 어떻게 하면 글로벌 콘텐츠가 될 수 있을까 고민했어요. 그런데, 미국 시장에 와보니 저마다의 아티스트가 자신이 원래 가지고 있는 색깔들을 잘표현내는 아티스트가 오리지널리티가 있더라고요. 자신의 것을 더 멋지게 표현하는 것이 가장 잘 맞는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방탄소년단의 성공에도 그룹의 ‘고유의 특질’인 ‘긍정의 힘’을 살렸다는 점이 작용했다. ‘다이너마이트’와 ‘퍼미션 투 댄스’의 노랫말 수정은 방탄소년단의 고유한 정체성을 살리기 위한 ‘전략’이었다. ‘다이너마이트’의 첫 버전엔 당초 비속어가 포함됐지만, 팬데믹 시대에 희망을 줄 수 있는 내용으로 바꿨고, ‘퍼미션 투 댄스’는 ‘청혼’을 주제로 “나랑 같이 춤을 추자”고 권하는 노랫말이었으나, BTS의 특성에 맞게 달라졌다.

김 부사장은 “방탄소년단은 자신들의 이야기를 하는 팀인데, ‘청혼’은 허구의 이야기였다”며 “팬데믹이 끝나는 시기와 가까워지며, ‘이제 우리 다 같이 춤을 추면서 다시 행복한 시점으로 돌아가 보자’는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결국 ‘좋은 음악’은 아티스트와 대중이 요구가 적절히 만나 시너지를 발할 때 탄생한다. 그는 “곡을 찾고 고를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아티스트와의 어울림”이라고 했다.

“아무리 좋은 곡을 찾아와도 아티스트와 맞지 않는 곡이면 남의 옷을 입은 것처럼 좋은 결과물이 나오기 어려워요. 대중음악으로서 좋은 곡은 아티스트 본인이 표현하고 싶은 얘기들이 잘 들어간 동시에 팬들이 원하는 것들도 들어가 있는 거죠. 양 측의 협의점에 어느 정도 위치해 있는 것이 대중음악으로서 좋은 곡이라고 생각해요.”

‘하이브 산하 빅히트뮤직의 A&R(아티스트 앤드 레퍼토리)을 이끈 니콜 킴(김현정) 전 방탄소년단 크리에이티브실 실장(2017~2022년). [한국콘텐츠진흥원 제공]
달라진 K-팝…“이젠 융합의 장르”

팬데믹 이후 K-팝의 위상은 완전히 달라졌다. 세계 굴지의 음반사가 K-팝과의 협업을 기획하고, K-팝은 시장 확장을 위해 언어, 인종을 초월한 형태의 그룹을 제작한다.

김 부사장은 “이제 K-팝은 융합의 장르다. 한국어와 한국인 작곡가가 만든 곡이어야 K-팝이라고 정의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언어는 자신의 음악을 알릴 수 있는 하나의 수단일 뿐, 아티스트가 가진 원래 색깔과 뿌리를 버리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다.

K-팝은 언제나 도전했고, 끊임없이 도약한다. 방탄소년단의 성취는 아직도 K-팝 아티스트가 도달하기 힘든 곳에 있지만, 한국 대중음악계에선 언제나 ‘포스트 BTS’를 꿈꾼다.

“방탄소년단이 세운 기록이 되게 어렵긴 해요. 그래서 이들을 뛰어넘는 팀이 금방 나올 것이라고 얘기하기는 힘들어요. 다만 방탄소년단이 미국 아티스트들과 동등하거나 그들을 뛰어넘는 기록을 세우며 후발주자들에게 훨씬 편한 길이 열렸어요. 제가 2017년 미국 관련된 일을 할 때만 해도, 미팅 요청에 답변도 없었고 만나도 큰 관심이 없었어요. 하지만 방탄소년단의 성공은 현지에 K-팝을 무시할 수 없는 위치로 올려놨죠. 이제 막 출발하는 아티스트들은 기준 자체가 높아져 부담은 될 수도 있지만, 접근하는 길 자체가 쉽게 열렸으니 더 많은 기회가 생겨 긍정적으로 보고 있어요.”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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