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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기차 식었다?” 배터리 힘준 기업들 생각은 다릅니다 [비즈360]
‘동박 빅3’ 북미서 치열한 생산 경쟁 예고
SKIET, 연말께 북미 분리막 공장 윤곽
LG화학, 양극재 수직계열화로 북미 공략

[헤럴드경제=양대근 기자] 전기차에 대한 글로벌 수요 둔화 우려에도 불구하고 국내 이차전지 소재 업체들의 북미 시장 진출이 연말로 갈수록 가속도를 낼 전망이다. 현지 고객사들의 요청이 강해지고 있고,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대응과 세계 최대의 전기차 시장 공략 등 다양한 포석이 깔렸다는 점에서 주목할 행보로 분석된다.

1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동박 시장에서 ‘빅3’로 꼽히는 SK넥실리스·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솔루스첨단소재는 해외 동박 생산의 핵심 거점으로 북미 지역 진출을 적극적으로 타진하고 있다.

SK넥실리스가 제조한 동박 제품 [SK넥실리스 제공]

동박은 배터리 4대 핵심소재(양극재·음극재·전해질·분리막) 가운데 음극재를 완성하기 위한 필수 소재다. 머리카락 굵기의 30분의 1에 불과한 10㎛(마이크로미터·1㎛는 100만분의 1m) 내외의 얇은 구리막이 음극재를 씌우는 역할을 한다. 두께는 얇지만 뛰어난 강도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고도의 기술력이 요구되며, 진입 장벽도 그만큼 높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동박 수요는 2021년 26만5000t에서 2025년 74만8000t으로 연평균 23%씩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 규모도 2021년 3조5000억원에서 2025년에는 10조원 규모로 빠르게 커질 전망이다.

먼저 SKC의 자회사인 SK넥실리스는 최근 도요타통상과 북미 시장에서 합작회사(JV) 설립 검토를 위한 업무협약식을 체결했다. 도요타통상은 세계 최대 완성차업체인 도요타자동차의 무역부문 자회사다. 지난 1948년에 설립됐으며 최근 이차전지와 수소연료전지 등 신규 사업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양사는 공동 투자를 통해 북미 지역에 동박 생산법인 설립을 추진하고 북미 시장의 잠재 고객사가 원하는 우수한 물성의 동박 제품 제조와 장기 공급 등에서 적극 협업할 예정이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가 스페인에 지을 예정인 하이엔드 동박 스마트팩토리 조감도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제공]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도 미국 시장 진출이 가시화하고 있다. 지난달 미국 델라웨어주에 현지 법인 설립 신청서를 제출했으며, 공장 부지 후보군으로 3~4개 주를 대상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관계자는 “현재까지 확정된 사안은 없다”고 밝혔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최근 스페인에 연산 3만t 규모의 스마트팩토리를 만들어 유럽 하이엔드 동박 시장 공략에 나선 바 있다. 투자금액은 총 5600억원으로 2025년 완공이 목표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현재 연산 4만t의 동박을 말레이시아에서 생산하고 있다. 북미와 스페인 등에서 연 13만t의 생산능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솔루스첨단소재는 지난달 6일 캐나다 퀘벡주에 전지박(전기차 배터리용 동박) 공장 착공식을 가졌다. 이 공장은 2025년부터 단계적으로 양산을 시작한다. 캐나다 공장에서 2026년까지 2만5000t 규모의 전지박을 양산하고, 향후 2공장을 추가 건설해 현지 생산능력을 연산 6만3000t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SK이노베이션의 분리막 자회사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의 북미 시장 진출도 사실상 카운트다운에 돌입했다. 김준 SK이노베이션 부회장은 지난달 15일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SKIET의) 북미 공장 추진 시점을 고려하고 있다”며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는 (투자 계획이)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IRA 대응 시점을 고려해 적절한 타이밍을 정해야 한다. (북미로) 가긴 가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SKIET는 현재 한국·중국·폴란드에서 생산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IRA는 분리막을 배터리 부품으로 분류하고 있다. 현지에서 부품을 생산해야만 IRA가 규정하는 세액공제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데 오는 2029년부터 배터리 부품의 현지 생산 비율을 100%로 맞춰야 한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이사회를 거쳐서 투자 승인을 받아야 하는 점을 고려하면 시간이 조금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LG화학이 중국 화유그룹과 손잡고 LFP(리튬·인산·철) 양극재 사업에 본격 진출한다. 지난달 22일 남철(왼쪽 여덟번째) LG화학 첨단소재사업본부장 부사장 등 양사 관계자들이 MOU 체결 후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LG화학 제공]

LG화학은 미국 테네시주에 30억 달러(약 4조원)을 투입해 북미 최대 양극재 공장을 설립 중이다. 오는 2025년 가동이 목표인 이 공장의 생산 규모는 연산 12만t 규모다. 여기에 리튬 가공과 니켈 제련, 전구체로 이어지는 양극재 핵심 소재에 대한 수직 계열화에도 집중하고 있다.

지난달 22일 중국 화유그룹과 양극재 공급망에 대한 포괄적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모로코에 연산 5만t 규모 LFP(리튬·인산·철) 양극재 공장을 설립한 것도 이러한 전략의 일환이다. 모로코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으로, 이곳에서 생산한 양극재는 IRA 보조금 요건을 충족한다.

이와 관련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은 “원재료에서 전구체, 양극재까지 이어지는 소재 수직 계열화 체계를 공고히 하고, 세계 최고 종합 전지 소재 회사로서의 기반을 다져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bigroo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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