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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이 ‘중국 공장’ 살려줘서 안심? K-반도체는 이미 치명타” [비즈360]
중국 수출통제 무기한 유예 가닥
장비 들여도 웨이퍼 증가율 제한
한국 반도체 수익성 방어 직격탄
감산 이후 활황기 타격 더 클 듯
[그래픽=김지헌 기자]

[헤럴드경제=김지헌 기자] “지난 10년간 삼성전자 낸드플래시 관련 웨이퍼가 얼마나 증가했는지 아십니까. 약 2배 가량 증가했습니다. 그런데 앞으로 10년간 중국에서 5%, 10% 수준만 늘리라니요.”(황철성 서울대 재료공학부 석좌교수)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이 중국에 반도체 장비를 반입할 수 없도록 한 미국의 중국 수출통제가 무기한 유예될 수 있다는 전망이 유력하지만, 이미 K-반도체 산업은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다는 지적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제기된다.

미국이 자국 내 반도체 공장을 짓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보조금을 수령할 시 중국 생산 공장에서 웨이퍼 투입을 제한하는 가드레일 규정안을 확정·발표한 탓이다.

28일 업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가 다음달 11일에 만료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대한 반도체 제조 장비 수출 통제 예외 조처의 무기한 연장을 통보할 예정이다. 앞서 미국 상무부는 지난해 10월 7일 자국 기업이 중국 반도체 생산 기업에 반도체 장비를 수출하는 것을 사실상 금지하는 수출통제 조치를 발표한 바 있다.

구체적으로는 ▷핀펫(FinFET) 기술 등을 사용한 로직 칩(16㎚ 내지 14㎚ 이하) ▷18㎚(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이하 D램 ▷128단 이상 낸드플래시를 생산할 수 있는 장비·기술을 중국 기업에 판매할 경우 허가를 받도록 했다.

이같은 조치가 한국 기업들에는 1년간 유예됐고, 이에 대한 추가 유예 조치가 최근 관측되면서 국내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은 한숨 돌렸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미 한국 반도체 기업의 중국 생산은 치명타를 입었다”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최근 미국 상무부가 최종안을 내놓은 가드레일 규정 때문이다. 이에 따르면 미국에 공장을 짓는 기업은 건설 관련 보조금을 수령할 수 있는데, 수령일로부터 10년 간 중국에서 웨이퍼 투입이 제한된다. 첨단 반도체의 경우 5%, 28나노 이전 세대의 범용 반도체는 10% 수준까지만 웨이퍼 투입량을 늘릴 수 있다.

그런데 이같은 웨이퍼 투입량 제한은 과거 생산 사이클에 비쳐볼 때 과도한 조치로 지적된다. 황철성 서울대 재료공학부 석좌교수는 지난 10년간 삼성 낸드플래시 웨이퍼 투입량이 100~120% 가량 증가했다고 분석한다. 10년 전보다 약 2배 가량 웨이퍼 투입량이 늘어났다는 것이다.

그런데 같은 기간인 10년 동안 미국은 첨단반도체 5%, 범용반도체 10% 수준까지만 웨이퍼를 늘릴 수 있다고 규정을 내놨다.

이렇게 삼성 반도체의 낸드 웨이퍼 투입량이 2배 이상 증가한 이유는 무엇일까. 황 교수는 메모리 고객사들이 사들이는 칩 가격은 큰 변동이 없었지만, 낸드 플래시가 100단, 200단 등으로 집적도가 높아지면서 원가가 증가해 삼성 입장에서 마진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한 웨이퍼에서 나오는 칩들을 삼성전자가 고객사에 팔아서 얻는 이익이 급격히 감소하다보니, 더 많은 칩을 생산하기 위해 웨이퍼 수를 2배 가량 늘려 수익성을 방어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그런데 이런 구조에서 미국이 가드레일 조항을 들이대면서 10년간 5, 10%에 불과한 수준으로만 웨이퍼 투입을 제한했다는 것이다.

이같은 문제의식을 다른 전문가들도 동의하는 모습이다.

최정동 테크인사이츠 메모리 부문 수석부사장 역시 “(가드레일 조항은) 삼성과 SK하이닉스에게 매우 불리하고 불편한 사항”이라며 “(첨단 칩 관련) 5%로 제한하는 것은 앞으로 최소한의 양산 유지를 위한 신규 시설투자와 신규장비 등의 공장 개선을 위한 투자마저도 하기 어렵게 만드는 요소”라고 지적했다. 이어 “D램과 낸드 플래시에 치중하고 있는 삼성과 SK하이닉스의 경우 양산 메모리 칩에 대한 이익률이 좀 적더라도, 연간 1000만장에 육박하는 웨이퍼 양산으로 그동안 이익 창출을 해왔다”며 “중국 공장에서의 양산 웨이퍼수 제한이 있을 경우, 향후에 삼성과 SK하이닉스가 가지고 있는 중국 공장에서의 신규 첨단 반도체에 대한 계획도 제대로 세울 수 없을 수 있기에, 현재 운영 중인 중국 공장에 대한 향후의 용도변경이나 매각도 신중하게 고려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가드레일로 인해 ‘손해볼 수밖에 없는 장사’를 피할 수 없게 됐다는 설명이다.

박재근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는 “미국의 가드레일에 따른 기업들의 웨이퍼 투입 제한은, 요즘과 같은 반도체 감산 시기에는 큰 이슈가 되지 않을 수 있지만, 다시 반도체 활황기가 오면 문제가 될 수 있다”며 “활황기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반도체 칩을 더 많이 팔아야 하는데, 웨이퍼 투입이 제한되면 칩 생산량이 제한될 수 있기에 문제”라고 분석했다.

웨이퍼 추가 투입이 막힌 이상 삼성전자 등 기업들은 한 웨이퍼에서 생산되는 ‘칩의 개수를 늘리는 방식’으로 수익성 보전에 나설 수밖에 없게 된다. 이를 위해서는 한 웨이퍼 당 칩 생산 수를 늘리도록 만드는 반도체 첨단 장비가 새로 필요한데, 수출통제 유예가 유력시 되면서 이런 우려는 다소 해소됐다는 얘기가 나온다.

그러나 이같은 유예 조치가 단행돼도, 중국 사업의 어려움은 여전하다는 진단이다. 우선 웨이퍼 한장당 칩 수를 늘리는 고급 기술을 도입해도 이를 중국으로 보내야 한다는 점이 부담이다. 다른 중국 기업으로의 기술 유출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삼성은 현재 중국에서 낸드 플래시만 생산하지만, SK하이닉스는 D램과 낸드를 모두 생산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낸드 플래시는 장비 수출 유예로 다소 숨통이 트였지만, D램의 경우 극자외선(EUV) 장비 반입이 이미 금지된 상태다. 현재 D램 기술 구현까지는 큰 문제가 없지만, 향후 D램 기술이 고도화될 수도록 ASML의 EUV 장비가 필수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EUV 장비가 반입되지 않게 되면, SK하이닉스가 구현할 수 있는 D램 칩의 수준이 하향되거나 칩 생산비용이 급속도로 오르게 된다는 점이 문제다.

황 교수는 “EUV가 없기에 공정 업그레이드를 못하는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SK하이닉스의 우시공장은 철수나 레거시(범용) 공장으로의 전환을 검토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ra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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