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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최대 LNG 수출국 눈앞…‘에너지 패권’ 거머쥐나 [글로벌 E지도가 바뀐다]
미국 마라톤 페트롤리움의 캘리포니아 유류 저장고 모습 [로이터]

[헤럴드경제=김우영 기자]러시아산 가스를 대체하기 위한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의 유럽 수출이 급증하면서 에너지 시장의 지정학적 역학관계가 급변하고 있다. 미국은 러시아가 차지했던 자리를 빠르게 차지하면서 에너지 시장에서도 패권을 차지할 태세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에 따르면 유럽 대부분 국가는 전체 에너지 소비의 23%를 천연가스에 의존한다. 그간 이를 책임진 것은 러시아로, 우크라이나 전쟁 이전엔 45%를 러시아산 천연가스에 의존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가 서방 제재에 맞서기 위해 수출량을 75% 확 줄이자 빠르게 미국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 전체 천연가스 수출의 64%가 유럽으로 향했고, 프랑스와 영국, 스페인, 네덜란드 등이 74%를 차지했다.

덕분에 유럽은 전체 저장고의 80%를 넉넉히 채운 채 추운 겨울을 맞았고 예상보다 따뜻한 날씨까지 더해지면서 별 탈 없이 혹한기를 날 수 있었다. 에너지로 유럽을 흔들어 제재와 관련한 협력을 깨뜨리려는 러시아의 의도가 전혀 먹히지 않은 것이다.

[로이터]

미국은 남부 플로리다 인근 걸프만에 향후 3년 간 LNG 수출을 위한 대규모 시설을 건설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미국 전체 천연가스 생산량의 20% 정도를 수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대로라면 유럽의 러시아 의존도는 더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원유 시장에서도 미국의 존재감은 커지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전쟁 전인 2019년 미국이 유럽에 수출한 원유는 1억3300만배럴에서 지난해 2억1200만배럴로 껑충 뛰었다.

이 기간 독일의 미국산 원유 수입 규모는 5배 급증했으며 스페인은 2배 늘었다. 유럽 내 최대 미국산 원유 수입국인 네덜란드 역시 5000만배럴에서 7400만배럴로 약 50% 증가했다. 네덜란드의 경우 전쟁 직전 러시아산 원유 의존도가 40%에 육박했지만 현재는 10%가 채 되지 않는다.

시카고상업거래소(CME)그룹의 아딜라 맥히치 리서치 국장은 최근 포브스 기고문에서 “예기치 못한 전쟁은 유럽의 러시아 천연가스 의존 감소를 촉진했고 사실상 글로벌 에너지 리더로서의 미국의 역할을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글로벌의 대니얼 예르긴 부회장은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우크라이나 전쟁은 미국의 LNG 수출이 경제적으로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전략적으로 중요하단 것을 보여줬다”며 “미국의 LNG는 미국과 유럽의 에너지 안보의 기초가 됐고 심지어 나토(NATO·북대서양무역기구)의 무기 중 하나가 됐다”고 강조했다.

다만 유럽과 미국 모두 전통적인 화석 연료보다 신재생에너지로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는 만큼 미국과 유럽의 에너지 밀착은 단기적 현상에 그칠 수 있다고 폴리티코는 지적했다. 마로시 셰프초비치 유럽집행위원회 부위원장은 “(우크라이나 전쟁은) 유럽이 자체적으로 에너지 자원을 얻도록 하는 모든 노력을 가속화했다”고 말했다.

그런가하면 미국 에너지 시장은 정부 입김보다는 시장 원리에 의해 작동하기 때문에 유럽의 미국 에너지 의존도 증가가 백악관의 지정학적 영향력 증가를 의미하진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아이라 조셉 콜럼비아대 국제에너지정책센터 연구원은 “미국 LNG가 유럽으로 가는 것은 그들이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하기 때문”이라며 2차대전 이후 유럽 재건을 위한 미국의 대대적 원조인 ‘마셜플랜’과는 다르다고 강조했다.

kw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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