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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 1000% 금리, 알아도 빌릴 수밖에 없어” 자진해 ‘불법’ 대출 찾는 사람들
[게티이미지뱅크]

[헤럴드경제=김광우 기자] “기존 대출 5000만원 장기 연체 중입니다. 서류 심사 없이 100만원 일수 가능한 업체 찾습니다”

고금리와 함께 경기침체가 지속되며, 제도권 내 대출이 어려워진 취약계층이 대안으로 ‘불법 사금융’을 택하고는 피해를 입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기존에 취약계층 대출 수요를 흡수하던 대부업에서조차 법정최고금리(20%) 제한에 따라 대출 문턱을 높이면서다. 대부업권에서는 법정최고금리 인상을 통해 저신용자 대출 물꼬를 터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관련 논의에는 큰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제도권에서 밀려난 취약차주↑…불법 사금융 피해 노출돼

27일 서범수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금감원 불법 사금융 피해 신고센터에 상담 및 신고된 불법 사금융 피해 건수는 6784건으로 지난해(5037건)와 비교해 1700건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최근 5년 새 가장 높은 수치다. 실제 상반기 기준 피해 건수는 ▷2019년 2459건 ▷2020년 3955건 ▷2021년 4926건 등으로 꾸준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연간 기준으로도 ▷2019년 5468건 ▷2020년 8043건 ▷2021년 9918건 ▷지난해 1만913건 등 증가세가 지속되고 있다.

서울 한 거리에 불법 대출 전단지가 부착돼 있다.[연합]

피해 유형 중에서는 미등록 대부 관련 피해가 2561건으로 가장 큰 비중(37.8%)을 차지했다. 그밖에는 ▷고금리(1734건, 25.6%) ▷채권추심(902건, 13.3%) ▷불법 광고(791건, 11.7%) ▷유사 수신(574건, 8.5%) ▷불법 수수료(22건, 0.3%) 등 순이었다.

이같은 현상은 고금리와 함께 경기침체가 지속되며, 신용능력이 떨어진 취약차주들이 늘어난 데 따른 결과로 해석된다. 기존 채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추가 자금이 필요한 이들이 제도권 내 대출 문턱을 넘지 못하자, 불법 사금융을 대안으로 택했다가 피해를 본 것이다.

실제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신규연체가 발생한 취약차주 중 연체 잔액이 연간소득보다 높은 비중은 33.1%에 이르렀다. 또한 올 1분기 취약차주 대출잔액은 94조8000억원으로 1년 사이 1조2000억원 가량 증가했다.

“금리 20%로는 수익 안 나” 대부업체도 대출 문 닫았다

한 온라인대출중개사이트에 대출 문의가 올라와 있다. 홈페이지 갈무리.

1·2금융권에서 대출이 불가한 이들은 대부업체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수순을 밟는다. 하지만 법정최고금리가 20%에 묶인 상황, 조달비용을 감당하지 못한 대부업체들은 가계대출 취급 자체를 꺼리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저축은행의 일반신용대출 금리는 연 16.38%, 소액신용대출 금리는 연 17.68%로 집계됐다. 사실상 대부업체보다 저렴한 조달비용이 적용되는 2금융권에서도 법정최고금리에 육박한 대출금리를 적용하고 있는 셈이다. 이마저도 쉽지 않다. 상반기 저축은행의 가계신용대출 규모는 5조8000억원으로 지난해 공급 규모(17조2000억원)과 비교해 절반 이상 줄어들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대부업체는 사실상 가계대출 판매 종료 수순을 밟고 있다. 김희곤 국민의힘 의원실이 서민금융진흥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 상반기 대부업권의 신규 가계신용대출 규모는 6000억원으로 지난해 전체 가계대출 취급액(4조1000억원)의 20%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한 거리에 불법 대출 전단지가 부착돼 있다.[연합]

대부업권에서는 법정최고금리를 높여 대부업의 저신용자 자금 공급을 원활히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법 개정 권한을 가진 국회에서는 되레 법정최고금리 인하에 대한 논의만 간간히 진행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결국 법정최고금리 인상 제도에 따라 대출금리가 올라갈 수 있는 한도가 늘어나는 것이기 때문에,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관련 법 개정을 추진하기는 부담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금융당국은 우수대부업자를 선정해 은행으로부터 자금 차입을 용이하게 하는 제도를 손질해, 대부업체의 대출 비용을 낮춘다는 입장이다. 지난 2021년 금융당국은 리드코프 등 21개사를 우수 대부업체로 선정해, 은행권으로부터의 자금조달 물꼬를 터준 바 있다. 그러나 제도 시행 이후 꾸준히 차입 규모가 줄어들며, 제도의 실효성에 대한 지적이 이어진다.

w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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