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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잠실 로드 ‘조승우 유령’ vs 강남 로드 ‘피아노 거장’ [볼만한 공연·전시]
‘잠실로드’에서 전시 보고 유령 만나고
‘강남 로드’에서 ‘피아노 거장’ 쉬프 듣고
데뷔 14년 만에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을 통해 꿈의 무대에 도전하게 된 최재림. [클립서비스 제공]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바쁘다 바빠’ 현대사회에서 최악의 낭비는 길 위에서 보내는 시간이다. 어딜 가나 주차장을 방불케 하는 교통난에 시달리고 있기에, 서울의 강남과 강북을 하루에 오가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고향으로 향한 명절에도 마찬가지다. ‘시간 낭비’ 없이 예술을 탐닉할 ‘최적의 동선’을 짜봤다.

‘잠실 로드’에 가면 유령도 있고, 히사이시 조도 있다

‘롯데의 성지’인 서울 잠실에 가자. 일단 이곳에 가면 뭐라도 할 수 있다. 놀이공원부터 뮤지컬, 클래식, 전시까지 도보로 10분(최대 607m) 이내에 이동가능한 거리다.

시작은 어디부터 해도 좋다. 시간상 전시를 가장 먼저 보는 것을 추천한다. 지금 롯데뮤지엄에선 아주 특별한 ‘시간 여행’이 시작됐다. 회화와 디지컬 기술을 결합한 작품을 선보이는 오스틴 리의 국내 첫 개인전이 시작됐다.

오스틴 리 ‘패싱 타임(PASSING TIME)’ [롯데뮤지엄 제공]

오스틴 리는 ‘패싱 타임(PASSING TIME)’이라는 전시를 통해 코로나 팬데믹 시대에 경험한 복잡다단한 감정을 돌아볼 수 있는 작품을 50여 점 선보이고 있다. 그는 디지털과 아날로그를 넘나들며 작업하는 작가다.

작업 방식이 흥미롭다. 디지털 드로잉을 활용해 이미지를 구상한 뒤, 캔버스에 에어브러시로 그리거나 3D 프린터를 이용해 조각으로 형상화한다. 디지털 이미지를 그대로 현실로 옮겨놓은 듯한 작품들은 기쁨, 슬픔, 사랑, 불안 등 복잡 미묘한 감정들이 담겨있다. 그는 “본 적 없는 새로운 이미지를 만드는 것을 좋아한다“며 ”그것은 마치 처음 듣는 노래와 비슷하다. 나는 항상 그 낯설면서도 신나는 느낌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뮤지엄 관계자는 “가족과 함께 보기 좋은 작품”이라고 귀띔했다.

롯데콘서트홀 [롯데문화재단 제공]

잠실은 ‘공연의 성지’이기도 하다. 국내 최초의 빈야드식 클래식 전문 공연장인 롯데콘서트홀과 뮤지컬 전용 극장인 샤롯데 씨어터가 중심을 잡고 있다. 오전에 집을 나서 전시를 본 뒤엔 오후 2시 뮤지컬이 안성맞춤이다. 티켓을 구할 수 있다면 말이다.

샤롯데씨어터에선 13년 만에 한국어 공연으로 돌아온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이 관객과 만나고 있다. 부산에서 시작해 서울에서 두 달째 이어지고 있는 이 공연은 배우 조승우 최재림 전동석 김주택이 출연하고 있다. 특히 조승우 최재림의 회차는 전석 매진으로 취소표가 나오지 않는 이상 자리 선점이 어렵다. 하지만 다른 배우의 회차 역시 뛰어난 연기와 음악성을 자랑하기에 공략해볼 만하다.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클립서비스 제공]

‘오페라의 유령’은 영국 웨스트엔드 초연 이후 37년간 전 세계에서 1억 4500만 명, 188개 도시에서 17개 언어로 만난 ‘전무후무한 히트작’이다. 뮤지컬 거장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역작이다. 2001년 초연 이후 22년 동안 한국어 무대는 고작 세 번째다. 폭풍처럼 위협적이면서도 내면의 상처가 담긴 애틋한 유령과 ‘천상의 목소리’를 가진 크리스틴의 노래, 41명의 배우가 선보이는 220벌의 화려한 의상, 130분 동안 22회 이어지는 무대 전환, 1톤 샹들리에의 초고속 추락 장면을 보는 것만으로 만족도가 높다.

‘클래식의 성지’ 롯데콘서트홀은 연휴에도 상시 가동한다. 특히 추석 연휴 동안엔 정통 클래식보다 대중적인 클래식 공연이 기다리고 있다. 뮤지컬을 본 뒤 저녁 공연으로 안성맞춤이다.

한국에서 큰 사랑을 받고 있는 히사이시 조의 영화음악 콘서트(10월 3일)가 기다리고 있다. 이 공연은 정통 클래식 연주회는 아니지만, 국내 최대 티켓 예매 사이트 인터파크 기준 올 상반기 클래식 공연에서 예매 랭킹 ‘부동의 1위’에 올라있는 공연이다. 히사이시 조의 영화음악을 처음으로 기획해 업계에 ‘히사이시 조’ 콘서트 붐을 몰고 온 위클래식이 기획했다. 피아니스트 출신 지휘자 김재원이 이끄는 위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연주로 만날 수 있다.

백희나 작가와 동동이 [예술의전당 제공]
‘강남 로드’ 예술의전당에선 클래식·코엑스에선 뮤지컬

송파구의 ‘잠실 로드’에 대적할 최고의 ‘문화성지’는 강남·서초 라인이다. ‘가을의 정취’와 더불어 클래식 공연과 전시를 만날 수 있는 대한민국 문화예술 중심지다. 이곳에 가면 예술엔 휴식이 없다는 점을 체감하게 된다.

예술의전당은 가족 나들이에 안성맞춤인 곳이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구름빵’ 작가인 ‘백희나 그림책’ 전(10월 8일 종료)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예술의전당 전관 개관 30주년을 맞아 열리고 있는 백희나의 첫 단독 개인전인 이 전시에선 2003년 발간된 ‘구름빵’은 물론 ‘달 샤베트’, ‘장수탕 선녀님’, ‘알사탕’, ‘연이와 버들 도령’ 등 작품의 원화와 입체 모형 등을 통해 그림책 속 캐릭터와 공간을 체험하고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이 전시는 이번 연휴 기간이 폐막 전 막바지 대목이다. 정기휴관일인 2일(월)을 제외하곤 언제든 볼 수 있다.

백희나의 ‘구름빵’은 볼로냐 국제아동도서전에서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로 선정됐으며, 2020년 한국인 최초로 세계 최고 아동 문학상인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추모상(Astrid Lindgren Memorial Award, ALMA)’을 수상했다.

추석 연휴 예술의전당에선 정통 클래식 공연도 만날 수 있다. 오는 3일 꼭 만나야 할 공연이 두 편이나 기다린다.

피아니스트 안드라스 쉬프 [마스트미디어 제공]

먼저 IBK챔버홀에서 열리는 ‘예술의전당 전관 개관 30주년 특별 음악회 - 김대진 & 박재홍 듀오 콘서트’다. ‘건반 위의 도전자’로 불리는 피아니스트 김대진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과 그의 제자인 박재홍의 무대다. 한 무대를 꾸미는 두 사람은 맑고 청아한 음률이 수놓아진 모차르트의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D장조 K.448’와 슈베르트 생애 마지막 해인 1928년에 작곡된 ‘네 손을 위한 판타지아 f단조 D.940’를 연주한다. 뿐만 아니라 드보르자크의 ‘슬라브 무곡 Op.46’, 바흐의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샤콘느 d단조 BWV 1004(편곡. H. 콜맨)’를 연주한다.

같은 날 콘서트홀에선 ‘피아니스트들의 피아니스트’인 안드라스 쉬프의 콘서트가 열린다. 헝가리 출신의 안드라스 쉬프는 고전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방대한 레퍼토리를 자랑하며, 정확하고 세밀한 분석과 타건, 투명한 빛깔의 음색으로 감동을 주는 피아노 거장이다. 쉬프의 연주회의 가장 큰 특징은 공연 프로그램을 공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날의 분위기와 관객들과의 호흡을 통해 레퍼토리를 결정하고, 공연에선 ‘쉬프 선생님’의 주옥같은 명품 해설이 더해진다. 거장의 손과 입을 통해 듣는 귀한 연주를 감상할 수 있다. 끈기는 필요하다. 공연은 보통의 클래식 공연과 달리 3시간 30분 가량 이어진다.

국립국악원의 ‘휘영청 둥근 달’ [국립국악원 제공]

예술의전당 바로 옆에 위치한 ‘짝꿍’ 국립국악원에선 ‘추석맞이 전통 공연’을 만날 수 있다. 한가위 답게 ‘휘영청 둥근 달’(9월 29~30일)이라는 제목의 이 공연은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무료 공연이다. 국립국악원 민속악단과 무용단, 권원태연희단이 출동한다.

국립국악원 민속악단이 길놀이와 서울굿으로 문을 열어 관객들의 만복을 기원하고 무사태평을 축원하는 것을 시작으로 영화 ‘왕의 남자’의 줄타기로 잘 알려진 명인 ‘권원태’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권원태연희단’이 출연, 외줄 위에서 달빛 가득한 밤하늘로 날아오른다. 대미는 ‘강강술래’와 ‘판굿’으로 장식한다. 국립국악원 민속악단과 무용단이 함께 환한 달빛 아래 둥글게 서로 손을 맞잡고 흥겨운 춤사위를 마당 위에 펼쳐내며 추석이 선사하는 화합과 즐거움을 표현한다.

뮤지컬 '프리다'에 출연 중인 배우 김히어라. [연합]

예술의전당과 그리 멀지 않은 강남의 뮤지컬 공연장 코엑스 아티움에선 ‘프리다’를 만날 수 있다. 소아마비, 교통사고의 기구한 운명의 장난을 딛고 예술을 불태운 멕시코의 국민 작가 프리다 칼로의 삶이 ‘한 편의 쇼’처럼 꾸며진다. 공연의 형식이 독특하다. 한 토크쇼에 초대된 프리다 칼로가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들려준다. 자연스럽게 인물의 연대기가 그려진다. 화려한 무대 구성 없이 배우들의 연기와 노래실력으로 채워지는 무대다. 최근 학교폭력 논란으로 물의를 빚은 배우 김히어라를 비롯해 김소향 알리가 프리다로, 전수미 리사 스테파니가 레플레하로 출연한다. 레플라하 역할의 세 배우는 프리다의 남편의 멕시코의 또 다른 국민 화가 디에고 리베라도 연기한다. 특히 전수미의 능청스러운 애드리브와 현란한 탭댄스가 압권이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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