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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봉에 1만2500원’ 바가지도 마다않는 먹태깡…농심은 행복한 비명 중? [신동윤의 나우,스톡]
[123rf, 네이버쇼핑·11번가 캡처]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요즘 돈 주고도 못 구하는 그런 과자가 있습니다. 바로 농심이 내놓은 ‘먹태깡’입니다. 최근 인스타그램을 비롯한 소셜미디어(SNS)에는 먹태깡을 어렵게 어렵게 구매해 맛을 봤다는 인증 글과 사진이 쏟아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뭐 이렇게까지 과자를 먹어야 하나 싶은 분들도 계실 텐데요. 먹태깡 열풍은 그냥 쉽게 웃고 지나칠 수준은 넘어선 듯합니다. 웃돈까지 줘가며 먹태깡을 구매하려는 소비자들이 줄을 잇고 있기 때문이죠.

정가는 봉지 당 1700원인 먹태깡. 당근마켓에선 평균 3500원 정도의 가격에 거래 중입니다. 이보다 조금이라도 낮은 가격을 제시한 판매자가 나타나면 구매 문의 쪽지가 물밀듯 밀려드는 형국이고요.

최근 네이버쇼핑 내 재판매 가격은 비싸게는 1만2500원에 이릅니다. 무료 배송이라고는 하는데요. 리뷰 중에는 “과자 한 봉지에 1만원이 넘는 건 너무한 것 아닌가요”라는 내용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습니다. 봉지 당 7500원을 받는 곳에선 편도 배송비 4000원을 받기도 했습니다. 먹태깡 한 봉지를 먹는데 최대 1만2000원이 든다는 겁니다.

농심 역시 이 같은 품귀 현상에 손을 놓고만 있진 않습니다. 출시 초기 주당 30만봉 수준이던 생산량도 현재 60만봉으로 2배 이상 늘리긴 했는데, 사실 수요에 비하면 공급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죠.

사실 증권업계에선 농심이 이 같은 상황에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판매 대박은 실제 수치로도 확인되는데요. 농심에 따르면 먹태깡의 누적 판매량은 제품 출시 12주째인 이달 17일을 기준으로 600만봉 이상 팔려나간 것으로도 확인됐습니다.

불과 석 달 전 정부의 압박에 수익률 저하를 무릅쓰고 라면·과자 가격 인하에 나설 수밖에 없던 농심. 이젠 기존 라면 사업의 해외 호조는 물론 먹태깡으로 대표되는 신제품 판매 호조 덕분에 호실적의 꿈에 부풀어 있는 상황입니다.

농심 매출·영업이익, 2Q 이어 3Q에도 고공행진 전망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올해 2분기에 이어서 3분기에도 농심의 실적이 고공행진을 이어갈 것이란 전망에 힘을 싣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취합한 증권사들의 농심 3분기 영업이익 예상치는 평균 47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4.6%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습니다. 지난 2분기 영업이익이 537억원으로 1년 전에 비해 1162.5% 급증했던 분위기를 이어간다는 것이죠.

매출액 역시 올해 2분기에 이어 3분기에도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란 예측이 지배적입니다. 2분기 8375억원(전년비 10.8% 증가)에서 3분기 8780억원(전년비 8.0% 증가)으로 늘 것이란 게 증권사들의 일치된 의견입니다.

[인스타그램 캡처]

사실 지난 7월까지만 해도 농심에 대한 수익성 전망에 먹구름이 가득했던 것을 생각하면 대반전에 가까운 결과이기도 합니다.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던 정부발(發) 라면·스낵값 인하 압박이 가장 대표적인 리스크였습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직접 한 방송에 출연해 농심 등 주요 라면 제조사의 판매가 인하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즉각적으로 반응할 수밖에 없었고, 이에 수익에 비상이 걸린 것이었죠.

농심은 올해 7월 1일부터 신라면과 새우깡의 출고가를 각각 4.5%, 6.9% 인하했습니다. 농심이 신라면 가격을 인하한 것은 2010년 이후 13년 만에 처음이며 새우깡 가격 인하는 이번이 처음이기도 합니다.

농심은 가격 인하로 인해 연간 매출액이 200억원가량 감소할 것으로 자체 분석했습니다. 또 제분회사로부터 공급받는 소맥분 가격이 5% 인하돼 80억원의 비용 절감 효과를 볼 것으로 감안하면 실제 가격 인하로 인한 매출 감소액은 120억 가량으로 내다보기도 했고요.

지금 다시 돌이켜본다면, 당시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던 게 아닌가 싶을 정도입니다. 한유정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신라면 가격 인하 효과 반영으로 국내 라면 매출은 전년 수준에 그칠 전망이나 먹태깡 등 신제품 판매 호조로 스낵 매출은 20% 늘고, 라면 수출도 16% 늘어나는 등 두 자릿수 성장세가 이어질 전망”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일등공신은 글로벌 라면 시장 선전

농심의 호실적에는 먹태깡 등 신제품 대박도 큰 역할을 했지만, 누가 뭐래도 일등공신은 대표 사업 부문인 라면의 해외 수요 확대입니다.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올 상반기 농심의 라면 시장 점유율은 55.6%로 추산되죠.

[유튜브 'Sai Sandesh Makam' 채널 캡처]
[유튜브 'Sai Sandesh Makam' 채널 캡처]

북미 지역은 지난해 상반기 미국 제2공장 본가동 이후 신규 채널로의 출고가 크게 늘어났고, 북미 외 농심의 해외법인도 소비 부진과 전년 동기 역기저 영향으로 매출이 감소했던 중국, 일본, 호주 등에서 성장이 예상되고 있습니다.

해외 시장은 국내 시장에 비해 마진율이 훨씬 높다는 점에서도 해외 시장에서의 선전이 농심에겐 얼마나 중요한 지 알 수 있는 지점입니다. 실제로 농심 국내 법인의 과거 5년 평균 영업이익률은 3.4%로 같은 기간 북미(미국·캐나다) 법인 영업이익률 6.4%의 절반 수준에 그쳤습니다. 올 상반기 기준으로도 북미 법인은 11.0%로 한국법인(5.5%) 대비 약 2배 높은 영업이익률을 보였죠.

올해만 주가 30% 내외 상승

이 같은 농심의 좋은 분위기는 주가 흐름에도 고스란히 담겨있습니다.

농심 주가는 올해(연초 대비 26일 종가 기준) 들어서만 28.99% 상승했습니다. 연고점(8월 16일, 47만5500원) 기준으로는 33.19% 올랐죠.

[123rf, 네이버쇼핑-11번가 캡처]

판매가 인상 전날이던 지난 6월 30일 주가(39만8000원)와 비교했을 때도 지난 26일까지 주가는 15.7%나 올라섰습니다. 가격 인상에 따른 수익성 우려보다는 해외 시장 호조와 신제품 판매 대박 등 호재가 주가엔 훨씬 더 크게 작용했다는 뜻일 테죠.

향후 농심 주가에 대한 증권가의 전망 역시 긍정적인 내용이 대부분입니다.

한유정 연구원은 “국내 라면 시장은 출혈적인 가격 경쟁은 지양하고 제품 중심의 건전한 경쟁으로 시장 분위기가 반전됐다”면서 “제품 포트폴리오가 다양한 농심에 가장 유리한 변화라 판단한다”고 짚었습니다. 여기에 “2012~2022년 1인당 연간 라면 소비액 증가율은 미국 5.2%, 한국 1%, 중국 2.2%로 추산된다”며 “주요 시장 중 미국이 가장 견조한 증가 추세를 기록 중인데 미국 라면 시장 내 ‘Nong Shim’ 브랜드 점유율은 2013년 12.9%에서 작년 25.5%로 괄목할 만한 성과를 시현했다. 미국 내 현지화를 넘어서 주요 대형마트 입점 확대와 브랜드 포트폴리오 확대로 시장 성장률을 상회하는 성장 추세가 지속될 전망”이라고 강조했습니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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