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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찬호 생각나네” 컴퓨터하면 ‘여기’ 였는데…믿기힘든 몰락
[광고영상 캡쳐]

[헤럴드경제 = 김상수 기자]“2년 뒤엔 더 강해집니다.”

지금은 그저 성격 좋은 연예인 같지만, 1997년 박찬호는 전혀 달랐다. 전 세계 최고 무대, 메이저리그에서 LA다저스 선발진으로 당당히 자리매김한 박찬호. 말 그대로 ‘국민영웅’인 시절이다.

그리고 박찬호 하면 떠오르는 광고가 있었다. 다름 아닌 컴퓨터 광고. 삼보컴퓨터 모델 ‘체인지업’의 광고 모델로 등장한 것. “2년 뒤엔 더 강해집니다”란 광고 문구까지 선풍적 인기였다.

경차 값에 맞먹을 만큼 고가에도 박찬호 광고를 앞세운 체인지업은 불티나게 팔렸다. 그리고 그때가 바로 삼보컴퓨터의 최고 전성기였다.

[광고영상 캡쳐]

한때 국내 IT업계를 상징하던 삼보컴퓨터였다. 컴퓨터 브랜드로는 삼성전자도 밀릴 정도였다. 하지만 이젠 대중에 잊힌 기업이 됐다. 최근엔 물적 분할을 거쳐 컴퓨터 외 주변기기 사업도 모두 정리했다. 90년대 위상을 떠올려보면 믿기 힘든 변화상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삼보컴퓨터는 최근 컴퓨터 사업을 제외하고 프린터나 컴퓨터 주변기기, 보조기억장치 등 기타 부문을 담당하는 티지디엑스(가칭)를 물적 분할했다.

즉, 삼보컴퓨터는 오로지 컴퓨터 사업만 담당하고 나머지 사업은 분할 신설된 법인이 맡는다. 삼보컴퓨터 측은 “전문화된 영역에 역량을 집중해 각 사업부문의 지속성장을 추구하려는 것”이라고 취지를 밝혔다.

삼보컴퓨터는 요즘 세대엔 낯선 기업명이지만, 90년대만 해도 한국 IT를 대표하던 기업이었다. 1980년 초 ‘SE-8001’이라는 국내 최초의 개인용 컴퓨터를 만든 것도 삼보컴퓨터다. 컴퓨터 시장에선 삼성이나 대우 등보다 더 고급 브랜드로 평가받았다.

삼보컴퓨터 첫 PC 모델 SE-8001. (사진=삼보컴퓨터)

가장 대표적인 게 1997년 출시된 삼보컴퓨터 드림시스61 체인지업. 당시 판매가는 260만~310만원대. 지금 컴퓨터 가격과 비교해도 고가다. 당시엔 경차 값에 맞먹는 가격이었다. 삼보컴퓨터는 구매 시 2년 후 무상 업그레이드를 해주는 서비스로 큰 인기를 끌었다.

특히 미국 메이저리그의 LA다저스 투수로 맹활약하던 박찬호가 광고 모델로 등장, 큰 관심을 끌었다. 출시 후 한 달에만 4만대 이상 팔리며 삼보컴퓨터 성장을 주도했다.

승승장구하던 삼보컴퓨터가 몰락한 건 사업다각화에 실패하면서다. 컴퓨터 부문에 이어 통신업이나 증권업, 방송업 등으로 사업을 확장했으나 모두 실패하고 결국 컴퓨터 사업까지 흔들리게 됐다. 결국 2005년 부도 처리된다.

과거 삼보컴퓨터 부도 당시 임직원에게 응원 영상 편지를 보낸 박찬호

당시 박찬호가 광고 모델의 인연으로 삼보컴퓨터 임직원에게 영상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박찬호는 편지를 통해 “외환위기 때 체인지업으로 삼보컴퓨터가 성장했다”며 “나도 고통과 어려움을 겪었지만 포기하지 않아 지금 더 나은 성적을 내고 있다. 항상 삼보컴퓨터가 힘내길 바라고 국민 여러분도 삼보컴퓨터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전했다.

이 같은 격려에도 불구, 삼보컴퓨터는 지속적으로 사세가 기울었고 사업도 계속 축소됐다. 현재 매출의 90%는 PC 판매에서 나오는데, 이는 관공서나 학교를 대상으로 한 매출이다.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판매가 아닌, 정부 조달을 통한 판매로 매출을 유지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엔 매출 366억원, 영업이익은 1000만원 적자를 기록했다. 작년 상반기(매출 484억원, 영업이익 1억5000만원)보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크게 줄었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창업주인 이용태 회장이 전경련 부회장을 맡을 정도로 IT업계 뿐 아니라 재계 차원에서도 비중이 큰 기업이었다”며 “오늘날 사세를 보면 안타까운 일”이라고 전했다.

dlc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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