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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기차 지고 하이브리드 뜨고…다른 나라도? [하이브리드 전성시대]
1~8월 국내 전기차 시장 4.5% 성장 그쳐
美·中도 성장률 둔화…몰타 22.6% 역성장
비싼 가격·인프라·충전소 부족 등 단점 부각
서울 한 대형 쇼핑몰 내 전기차 충전소의 모습. [연합]

[헤럴드경제=김지윤 기자] 국내 전기차 시장 성장세가 주춤하고 있다. ‘전기차 얼리어답터(제품이 출시될 때 가장 먼저 구입하는 소비자)’ 수요가 고갈된 데다 비싼 가격과 충전 인프라 부족 등이 부각되면서다. 중국과 유럽 등 세계 주요 시장에서도 이런 상황이 벌어지며 ‘내연기관 퇴출’ 시점을 미루는 분위기다.

29일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1~8월 국내에서 판매된 전기차 수는 10만1437대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9만7077대)보다 4.5% 증가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 국내 전기차 시장이 2021년 대비 63.7% 성장한 것과 비교하면 증가세가 확 꺾였다.

8월 한 달간 판매량을 봐도 정체 분위기는 뚜렷하다. 8월 국내에서 판매된 전기차는 9553대로 1만대를 넘지 못했다. 7월 대비 26%, 전년 동월 대비 34.1% 감소한 규모다. 반면 하이브리드는 1~8월 23만3379대가 팔리며 전년 동기(16만9892대) 대비 37.4% 성장했다. 전기차는 시기상조라는 인식이 퍼지며 전기차 대신 하이브리드를 선택한 고객이 급증했다.

전기차 판매 감소는 국내 시장에만 국한된 현상은 아니다. 7월 글로벌 전기차 시장은 전년보다 25.5% 성장하는 데 그쳤다. 지난 6월(35%), 5월(55.5%)과 비교해도 최근 석 달간 가장 낮은 성장률이다.

특히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으로 불리는 미국과 중국에서 전기차 판매가 눈에 띄게 둔화했다. 올 상반기 미국과 중국의 전기차 판매량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각각 50%, 32% 증가했다. 그러나 작년 상반기 판매량 증가율이 미국 71%, 중국 109%였던 것과 비교하면 판매가 둔화했다.

유럽연합(EU)은 상대적으로 높은 전기차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일부 국가를 중심으로 둔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유럽자동차공업협회(ACEA)에 따르면 8월 벨기에(224.5%), 독일(170.7%), 불가리아(155.9%) 등은 세자릿수의 높은 전기차 성장률을 보였지만, 몰타는 22.6% 역성장을 기록했다.

제네시스 GV60. [현대차 제공]

판매 감소 요인은 복합적이다. 우선 전기차 시장이 초기 성장 국면을 지나면서 가격에 민감한 소비자군이 많아지는 ‘대중화 구간’으로 진입했다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일부 얼리어답터가 주도하던 시장에서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던 비싼 가격, 충전 불편, 인프라 부족 등의 문제가 급부상했다.

각국 정부가 잇달아 전기차 보조금 폐지를 발표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인 중국은 2009년부터 지급해 오던 전기차 보조금을 올해부터 폐지했다. 전기차 시장 육성을 위한 기초 체력이 어느 정도 쌓였다는 판단에서다.

EU 전기차 판매 비중의 30%를 차지하는 독일은 전기차 구매 보조금을 지난해 대비 20~30%가량 축소했다. 영국은 올해 보조금을 완전히 폐지했다. 프랑스도 올해 말부터 차량 탄소 배출량 기준을 도입하며 보조금 지급 기준을 까다롭게 개편할 예정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전기차 전환을 주도하며 ‘내연기관 퇴출’을 강력하게 외쳤던 일부 국가들은 슬그머니 발을 빼는 분위기다. 영국은 최근 내연기관 자동차 판매를 전면 중단하는 ‘완전한 전기차 전환’ 시점을 2030년에서 2035년으로 늦추겠다고 했다.

영국은 탄소 배출 제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내연기관차 조기 퇴출을 선언했지만, 자동차 산업 종사자의 반발, 전기차 경쟁력 미흡, 인프라 부족 등 현실적인 문제에 가로막혔다.

EU 의회는 2035년 이후 내연기관차 신차 판매 금지 방침을 철회하고, 지난 3월 ‘이퓨얼(합성 연료)을 이용한 내연기관차는 계속 판매할 수 있다’는 예외 규정을 만들었다. 자동차 종주국으로 꼽히는 독일이나 프랑스 등에서도 전기차 전환 속도를 늦추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세계적으로 전기차 ‘속도 조절론’에 대한 이야기가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며 “장기적으로 전기차 전환 방향성에는 동의하지만, 당장 현실적으로 하이브리드가 친환경을 위한 대안으로 꼽히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jiy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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