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123rf]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주로 고령층을 상대로 자녀인 척 문자를 보낸 뒤 개인정보와 예금 등을 빼내는 수법으로 63억원을 챙긴 일당이 경찰에 검거됐다.

특히 이들은 금융기관의 계좌 지급 정지를 피하기 위해 불법 도박사이트로 피해자의 돈을 옮긴 뒤 제 3의 계좌로 빼돌리는 식으로 자금을 세탁한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특별법 위반,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등 혐의로 국내 총책 A씨 등 5명을 구속하고 공범 1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6일 밝혔다.

또 이들에게 대포 통장과 유심칩을 제공한 21명을 입건하는 한편 해외로 달아난 해외 총책 B씨 등 4명을 지명 수배했다.

A·B씨 등은 2021년 3월부터 올해 6월까지 문자 금융사기 수법으로 총 155명으로부터 63억원가량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스마트 기기에 익숙하지 않은 60대 이상 고령층을 노렸다. 자녀인 척 “엄마, 폰을 떨어트려 파손보험을 신청해야 한다”며 무작위로 문자메시지를 보낸 뒤 피해자가 문자메시지에 연결된 원격 접속 앱 링크를 누르면 피해자 스마트폰을 해킹해 신분증, 은행 계좌나 신용카드 등 금융 정보를 알아냈다.

A·B씨 등은 빼낸 정보로 바로 은행 앱에 접속해 예금을 이체시키는가 하면 은행 대출을 실행시키고 보험을 해지해 돈을 빼냈다.

피해자 중 한 60대 여성은 3억여원을, 또 다른 다른 여성은 1억여원을 눈 깜짝할 사이에 뺏긴 것으로 조사됐다. 확인된 피해자만 155명이다.

이들 일당은 빼돌린 돈을 피해자 명의로 가입한 불법 도박사이트의 입금 계좌로 이체·환전한 뒤 곧바로 제삼자 명의 계좌로 환급받는 신종 자금세탁 수법을 사용했다.

피해자들이 뒤늦게 신고해도 금융기관이 불법 도박사이트 입금 계좌만 지급정지 시킬 수 있을 뿐 피해자 돈은 A·B씨 등의 수중으로 들어간 뒤였다.

경찰 관계자는 "자녀에게서 금전 요구나 핸드폰 보험 등의 문자·SNS 메시지를 받으면 반드시 전화해 물어봐야 한다"며 "스마트폰에 신분증, 계좌·신용카드 정보를 절대 저장하지 말고 문자메시지에 연결된 링크를 클릭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