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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빨간불 ‘혈액 재고’ 장·노년층이 채운다
저출산으로 5년 뒤 혈액 부족 위기
60대 헌혈인구 증가폭 가장 높아
헌혈 가능 연령 상향 목소리도

강원도 춘천시에 사는 이순만(65)씨 한 달에 2번씩 혈장 성분 헌혈을 습관처럼 하고 있다. 올해 9월까지만 해도 17번을 했다. 이 씨는 “깨끗한 피를 드리기 위해 금주, 금연을 하고, 적당한 운동을 하게 되면서 오히려 건강을 지키게 됐다”며 “한 75세까지, 기력이 닿는 데까지 헌혈을 하고 싶다”고 했다.

저출산으로 헌혈인구가 해마다 줄어드는 가운데 헌혈량의 절반 이상을 책임졌던 10·20대 자리를 중장년층과 노인층이 대체하고 있다. 특히 매년 9월, 10월 이후에는 헌혈재고가 줄어들기 시작해 좀더 적극적인 헌혈 참여가 필요한 상황이다.

25일 대한적십자사에 따르면 2012년 기준 전체 헌혈 인구 중 38.5%(104만8434명)를 차지했던 10대 헌혈 인구는 올해 8월 기준 16.7%(27만9415명)로 절반 이상으로 줄어들었다. 20대 역시 2012년 40.2%에서 올해 8월 37.8%로 감소했다. 반면 나머지 연령대 헌혈 인구의 비중은 커지고 있다. 30대는 2012년 12.6%에서 올해 8월 16.5%로, 40대는 6.2%에서 17.4%로, 50대는 2.2%에서 10.1%로 올랐다.

그중 60대 헌혈인구의 증가폭은 0.3%에서 2%로 늘어 가장 가파르다. 헌혈에 참여하는 60대는 2012년 7338명에서 2022년 5만820명으로 크게 늘었다. 올해 8월 기준 3만3277명이다.

매년 헌혈인구는 줄고 있다. 2012년 272만2608명이었던 헌혈인수는 2015년까지 308만2918명으로 늘었지만, 그 후부터는 매년 감소했다. 지난해에는 264만 9007명을 기록했다. 주요 원인은 저출산이다.

헌혈인구 연령 구성이 중장년·노년층으로 대체되는 추세에 맞게 헌혈 가능 연령을 상향하자는 목소리도 있다. 현행 혈액관리법에 따른 헌혈 가능 연령은 만 16세~만 69세까지다. 실제로 지난해 12월에는 헌혈이 가능하다는 의사의 승인이 있는 경우 만 70세 이상인 경우에도 헌혈을 허용해 긴급하게 헌혈이 필요한 경우에 대처할 수 있도록 하는 혈액관리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다만 보건복지부는 “연령이 높아질수록 건강상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전문가들의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대한의사협회 역시 “70세 이상 고령층 헌혈의 안전성에 대해 전문가의 의견수렴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저출산 기조가 이어질 경우 5년 뒤에는 혈액 부족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대한적십자사는 2028년 적혈구제제 수요는 201만2766단위(Unit)인데 비해 헌혈량은 201만1691단위에 그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임영애 아주대 진단검사의학과 교수는 “지금의 헌혈 형태와 수혈 형태가 똑같다고 가정한다면, 앞으로 저출산으로 인한 혈액 부족 사태가 분명히 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월별 특성도 고려해야 될 상황이다. 날씨가 서늘해지면 활동량이 줄어들어 헌혈인구도 감소하기 때문이다. 대한적십자사 관계자는 “보통 9월에서 10월로 넘어갈 때 추석 연휴가 끼면서 혈액 재고가 한 번 꺾이고, 이후 동절기(12월~2월)에는 혈액이 부족할 때가 잦다”고 했다. 실제로 2018년부터 2022년까지 5년간 월별 혈액 재고 보유일수를 보면 봄, 여름 증가하던 혈액보유일수는 9월이나 10월부터 줄어들기 시작한다. 2018년, 2019년, 2021년 에는 8~10월이 혈액보유일수가 5일 밑으로 떨어졌다. 2018년 10월에는 2.9일을 기록하기도 했다. 대한적십자사의 적절한 혈액 보유일수는 5일 이상이다. 보유혈액량이 5일분 미만으로 떨어지면 ‘관심’, 3일분 미만이면 ‘주의’ 2일분 미만이면 ‘경계’, 1일분 미만이면 ‘심각’ 단계다.

박지영(사회팀)·박지영 기자

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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