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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란색 넥타이만 고집한 윤종규의 아름다운 퇴장…“KB국민은행 리딩뱅크 탈환, 비은행은 ‘양날개’ 됐다”
윤종규 KB금융 회장 9년 임기 퇴임 기자간담회
1974년 외환銀 첫 입행…회계사로 승승장구
2002년·2010년, 은행·지주 CFO로 영입
회장 취임 후 증권·손보·생보 인수로 비은행 강화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 25일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신관에서 열린 KB 금융그룹 CEO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헤럴드경제=홍승희 기자] “처음 회장에 취임했을 때 KB는 정말 녹록지 않았다. 지배구조는 물론이고, 직원들은 1등을 점차 잃어가는 상황이었다. 회장 취임에 대해 축하보다는 오히려 걱정을 해줬던 시기였다”(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

3연임을 끝으로 자리에서 물러나는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은 25일 퇴임 기자간담회를 열고 “2014년 회장 취임 후 임기 첫 3년을 직원들의 자긍심을 회복하고 고객 신뢰를 되찾아 국민은행부터 리딩뱅크로 돌아가는 것이 최우선 과제였다”며 이같이 말했다. 윤 회장은 오는 11월 20일을 끝으로 9년간의 회장 임기를 종료한다.

그는 이날 “회장 취임 이후 9년동안 노란색 이외의 넥타이를 매본 적이 없다”며 “KB금융그룹을 상징하는 노란색 넥타이를 매고 일할 수 있어 감사하고 행복했다. KB는 제게 소중하고 감사한 일터였고 삶의 일부였다고 생각한다”며 9년 임기의 소회를 밝혔다.

회계사로 승승장구…은행·지주 CFO로 영입되며 회장 취임

KB금융그룹이 금융지주 왕좌를 탈환하는 데 강력한 추동력이 됐던 윤 회장의 뿌리는 ‘은행맨’이다. 고졸 출신으로 1974년에 외환은행에 첫 입행했다. 성균관대 경영학과를 야간으로 다닌 끝에 1980년 공인회계사와 행정고시를 모두 합격했다. 대학 때 학내 시위를 주도했다는 이유로 임용에서 탈락했지만 삼일회계법인 부대표 자리까지 수직승진을 이어가며 승승장구한 인물이다. ‘잘나가는 회계사’로 명성을 떨쳤지만 김정태 전 국민은행장의 설득 끝에 국민은행 최고재무책임자(CFO)로 영입됐다.

2년 7개월만에 당국의 징계에 책임을 지겠다며 자리를 박차고 나왔지만, 6년만인 2010년 7월 다시 어윤대 전 KB금융지주 회장의 부름을 받고 다시 지주 CFO로 복귀했다. 4년 뒤에는 KB금융을 이끄는 수장이 됐다. 은행 주전산기 교체를 둘러싸고 회장과 행장이 갈등을 벌이는 등 ‘KB 사태’로 사내 불안감이 지속되던 때다. ‘고졸 출신 천재’라는 타이틀로 수장에 앉은 윤 회장은 가장 먼저 KB국민은행을 리딩뱅크로 돌려놓는 데 집중했다.

윤 회장은 이날 “당시 내부에서조차 역대 어떤 은행도 리딩뱅크에서 내려온 후 다시 1등으로 올라간 사례가 없다면서 KB국민은행 1등을 비관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하지만 전 임직원의 간절하고 절실한 노력으로 점차 3년도 채 되지 않아 리딩뱅크란 이름을 다시 찾아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윤 회장은 이후 비은행 계열사를 인수하며 신한과의 리딩금융 경쟁에서 승기를 잡았다. KB손해보험(전 LIG손해보험) 인수를 마무리하고, 2016년 KB증권(당시 현대증권)을 인수했을 때만 해도 사내에는 계열사 확장을 두고 위기감이 팽배했다. 하지만 이듬해 바로 KB증권이 3000억원에 가까운 순이익을 내는 등 인수합병(M&A) 효과가 본격화하며 KB는 사상 처음 ‘3조 클럽’ 반열에 올랐다. 2020년에는 KB라이프생명(푸르덴셜생명)을 품으며 생명보험 분야도 확충했고, 신한금융과 1위 자리를 두고 엎치락뒤치락한 결과 리딩금융 왕좌를 탈환했다. KB금융은 최근 2년 연속 4조원의 순이익을 냈다.

이 모든 성과에는 윤 회장의 선구안이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은행에 치우쳐있던 그룹의 포트폴리오를 비은행 계열사 인수를 통해 선제적으로 균형잡은 결과, 고금리 기조가 지속되는 현재 은행권에 대한 ‘이자장사’ 비판도 피해갈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윤 회장은 “두번째 임기 3년은 KB를 부동의 리딩금융그룹으로 만드는 게 목표였다. 리딩뱅크인 은행부문과 함께 비은행부문은 강력한 양날개 성장엔진이 됐고 덕분에 KB는 더 빠르고 힘차게 나아갈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공정한 경영승계…지배구조 안정화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 25일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신관에서 열린 KB 금융그룹 CEO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 회장은 금융그룹 전체의 성과를 키우면서 동시에 사내 조직문화 및 시스템도 안정화시켰다.

지난 2020년 KB금융의 부회장직을 10여년만에 부활시킨 게 대표적이다. 본래 부회장, 사장과 같은 2인자 자리는 정권 외풍에 따라 낙하산 인사의 목표물로 전락한다는 우려로 폐지됐지만 윤 회장은 ‘포스트 윤종규’를 사전에 육성한다며 부회장직을 통해 철저한 경영승계 프로그램을 확립했다.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를 모두 사외이사로 구성하는 파격행보도 보였다. 안정적이고 공정한 세대교체를 위한 복안이었던 셈이다.

윤 회장은 지난 달 4연임에 도전하지 않겠다며 용퇴 의사를 밝혔다. 이사회를 중심으로 구축한 안정적인 지배구조와 효과적인 경영 승계 시스템이 잘 작동한다는 걸 시장에 보여줄 시기가 됐다는 이유였다. 차기 회장에는 함께 LIG손해보험 인수 실무를 맡았으며 대표적인 ‘비은행 강자’로 불리는 양종희 부회장이 내정됐다. 관치에 대한 우려를 뚫고 나온 파격인사였다.

그는 이날 “마지막 3년은 KB가 지배구조 관련해 다시는 흔들리지 않도록 탄탄한 경영승계절차를 구축하고자 했다”며 “이사회와 긴밀히 소통했으며 체계적인 승게프로그램을 KB에 정착시키고자 했다”고 말했다.

h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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