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한 건설현장에서 노동자가 일하는 모습 [AP]

[헤럴드경제=김우영 기자]인플레이션과 싸움을 이어가고 있는 미국에서 이민 노동자가 든든한 지원군이 되고 있다.

24일(현지시간)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조 바이든 행정부의 적극적인 이민자 유입 정책으로 이민자 규모가 증가하며 노동시장이 균형을 찾고 있다며, 이로 인해 미국 경제의 연착륙 전망이 힘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이민자들의 노동시장 참여율은 67.4%로 최근 10년 사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 비율은 코로나19 대유행(팬데믹) 이후 60% 초반까지 뚝 떨어졌지만 올해 들어 다시 빠르게 상승했다.

이로 인해 전체 노동시장에서 이민 노동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18.1%로 역사상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미국 이민 노동자는 꾸준히 증가했지만 2010년 후반 당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엄격한 이민 통제와 이후 코로나19로 인한 이동제한 조치가 맞물리면서 주춤했다.

하지만 바이든 행정부가 다시 이민의 문을 열면서 활기를 띠고 있다. 지난해 미 국무부가 발급한 취업비자는 100만건을 넘었다. 이는 코로나19 직전 3년 평균 대비 18% 가량 증가한 것이자 역대 최고 기록이다. 또 미국 영구 거주와 취업을 보장하는 ‘그린카드’는 50만장 가까이 발급돼 2018년 이후 가장 많았다.

이 같은 이민 노동자 증가는 코로나19 종식 이후 귀해진 노동자 수급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3월 일자리 수는 1200만개인데 비해 실업자는 600만명에 그쳤다. 노동자에 대한 수요가 공급보다 훨씬 빠르게 증가한 탓이다.

특히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연은)은 이민자 감소로 인한 실업자 대비 일자리 비율은 2017년보다 2021년 5%포인트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이후 2022년 이민자가 증가하면서 이 비율은 6%포인트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WSJ은 이민자 증가는 노동시장 균형을 개선함으로써 인플레이션 싸움을 하고 있는 연방준비제도(연준·Fed)에 도움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 역시 최근 이민 규모가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반등한 것을 주목하며 “(노동시장의) 공급과 수요가 계속해서 더 나은 균형을 이루고 있다”고 밝혔다.

골드만삭스의 팀 쿠르파 이코노미스트는 건설업과 서비스업에서 일자리가 많이 생기면서 이민 노동자의 경제활동 참여가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캘리포니아대 데이비스 캠퍼스의 지오바니 페리 글로벌 이민센터장은 “이민 노동자 증가로 타이트한 고용시장이 완화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불법 입국자 증가와 미국 내 갈등 등은 해결해야 할 난제다.

미국의 불법 입국자 규모는 ‘불법 이민자 즉시 추방 정책(42호 정책)’ 종료 직후인 지난 6월 9만9500여명에서 7월 13만2000여명, 8월 17만7000여명으로 급증하고 있다.

차기 대통령 선거에서 공화당 후보자 될 것이 확실시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20일 한 집회에서 “취임하면 바로 바이든 행정부의 모든 국경 개방 정책을 종료할 것”이라고 밝힌데 이어 최근 자신의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악어를 ‘새로운 국경수비대’라고 칭하며 강경 대응을 예고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