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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세훈, 예일대에서 영어로 특강…“대통령보다는 시장 한 번 더”
자리 없어 복도까지 긴 줄 성황
수십 명 서서 끝까지 자리 지켜
“아무도 없을까 걱정했는데 감사”
‘약자와 동행’ 소개 뒤 옛 사진 공개
“차기 유력 대선 후보” 질문 이어져
오세훈 서울시장은 예일대 맥밀런센터 헨리 R. 루스홀 강당에서 21일 오후 5시(한국시간 22일 오전 6시) ‘약자와의 동행’을 주제로 특강에 나서 질의응답까지 거의 모든 과정을 영어로 소화했다. 사진은 예일대 학생들로부터 질의를 받는 오세훈 서울시장. [서울시 제공]

[헤럴드경제(뉴헤이븐)=김수한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이 미국 예일대에서 특강을 갖고 강의와 질의응답까지 대부분 영어로 소화했다.

오세훈 시장은 예일대생들이 자신을 ‘차기 유력 대통령 후보’로 규정하고 질문을 쏟아내자 “나는 서울시장을 한 번 더 할 생각”이라며 양해를 구하고 해당 질문에 대해서는 “오늘 이후로 좀 더 연구해 보겠다”며 배려심을 보였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예일대 맥밀런센터 헨리 R. 루스홀 강당에서 21일 오후 5시(한국시간 22일 오전 6시) ‘약자와의 동행’을 주제로 특강에 나섰다.

특강이 열린 예일대 루스홀 강당에는 예상 외로 많은 200여명의 인파가 몰렸다. 예일대 관계자는 “루스홀 강당에서 열린 역대 유명인사 특강 중 가장 많은 인원이 몰렸다”고 말했다.

실제로 자리를 찾지 못한 학생 수십 명은 강당 복도에 길게 늘어선 채 서서 강의를 들었다. 이들 대부분은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자리를 지켰다.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시장이 예일대를 찾았다는 소식에 대부분 반가움과 놀람이 뒤섞인 반응이었다.

오 시장 특강 후 예일대가 주최한 오 시장 리셉션(환영) 행사에서는 리셉션 행사 음식을 준비한 예일대 주방 스탭들마저 단체로 오 시장을 찾아와 단체사진 촬영을 하고 돌아갈 정도였다.

이 스탭은 기자에게 ‘지금 온 사람이 누구냐’고 묻고 “한국 서울의 시장”이라는 설명을 듣자 “오, 서울의 시장이 여기에 와 있대. 모두 나가서 같이 사진을 찍자”고 동료들을 불러 모아 한국의 인기 열풍을 실감할 수 있었다.

전 세계를 강타하는 K-팝, K-무비, K-드라마로 인해 한국 유명 정치인에 대한 높은 관심도도 그다지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소개를 받고 강단에 오른 오 시장은 “아무도 없을 줄 알고 걱정을 많이 했다”며 “이렇게 많이 와줘서 고맙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는 “아이스브레이킹(초면에 서먹한 관계를 깨고 편안한 분위기로 전환하는 것)을 위해 퀴즈 5개를 내고 맞춘 사람에게 선물을 주겠다”면서 몇 가지 퀴즈와 함께 화기애애한 시간을 이어갔다.

▶특강·질의응답 모두 영어로 소화 노력…유머 코드도 통해=오 시장이 네 번째 문제에서 서울과 관련된 숫자 ‘54’를 제시하자 “당신의 나이?”라는 답변이 나왔고, 오 시장은 “그렇게 말해줘 고맙다. 내 나이는 62세”라고 답할 때쯤 아이스브레이킹은 끝난 듯 했다. 장내에는 폭소가 터졌다. 정답은 서울 소재 대학교의 수였다.

오 시장은 이어 자신의 정치 인생을 간략히 소개하고 지금 자신이 역점을 두고 시행 중인 ‘약자와의 동행’에 대해 설명에 나섰다.

저소득층 학생이 무료로 온라인 학원 교육을 수강할 수 있는 ‘서울런’, 저소득층의 수입이 늘어도 복지혜택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한 ‘안심소득’, 기후위기 대응 및 대중교통 이용자를 위한 ‘기후동행카드’ 등의 설명과 이런 제도로 인해 삶이 달라진 실제 사례 등을 들자 학생들의 분위기가 숙연해졌다.

오 시장은 발표의 말미에 이르러 마지막 화면으로 자신의 일곱 살 시절 미공개 사진을 공개했다. 집이라고 할 수 없는 초라한 움막을 배경으로 찍은 가족 사진에는 곤궁하고 궁핍해 보이는 사람들이 늘어서 있었다.

오 시장은 “내가 어디에 있을까요?”라고 물은 뒤 매우 초췌하고 병약해 보이는 한 아이를 지목했다. “이게 저입니다. 저는 가난한 집에서 자랐어요. 제가 왜 이렇게 약자와의 동행에 열심인지 이제 아시겠어요?”

그러면서 오 시장은 이번 뉴욕 출장길에서 만난 뉴욕시장에 대한 이야기를 덧붙였다.

“뉴욕시장과 며칠 전 만나 저녁을 먹으며 진솔한 이야기를 나눴어요. 그런데 얘길 해보니 우리 둘 다 가난한 환경에서 자랐다는 걸 알게 됐어요. 뉴욕시장이 어머니한테 이런 얘기를 들었다고 합니다. ‘어려운 시간이 위인을 만든다’고요.”

오세훈 시장이 예일대 특강 후 학생들로부터 질문을 받고 있다. 자리가 없어 복도에 길게 늘어선 학생들이 보인다. [서울시 제공]

오 시장은 특강 후 질의응답 시간에도 두세 번 정도 통역의 도움을 받았을 뿐 대부분의 소통을 직접 영어로 했다.

한국의 부동산 폭등 문제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는 “수요와 공급의 문제로 풀어야 한다”면서 “억지로 부동산 폭등을 막는 정책을 편 전 정부에서 한국 집값이 폭등했다. 주택이 충분히 공급되면 가격이 안정될 수 있다. 재개발·재건축 등의 방법으로 서울에서 공급을 늘리면서 해법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의 출생률 감소에 관한 질문에는 “저출생에 많은 이유가 있는데 우선 교육비가 많이 든다”며 "한국인은 교육이 전부라 교육비를 아끼지 않는데 많은 젊은 한국인은 교육비가 너무 많이 든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이어 “첫 해결법은 서울시와 정부가 교육을 잘 받을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지만 쉽지 않다”면서 이민 확대를 두 번째 해법으로 제시했다.

그는 “매우 민감한 문제라 한국에서 이 이슈를 언급하진 않지만 최근 들어 해법으로 부상하고 있다”며 “서울에만 54개 대학이 있고 동남아 학생들이 유학을 많이 온다. 그들이 더 잘 정착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민이 저출생 문제의 또 다른 해법이 될 수 있다. 아직 초기 단계이지만 논의가 시작됐고 1, 2년 후 많은 국민이 점점 동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강에 앞서 오 시장은 피터 샐러비 예일대 총장과 면담하며 예일대의 서민·중산층 학생 지원정책 등 다양한 학교 정책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샐러비 총장은 “전액 장학금 25∼30%, 일부 장학금 20% 등 총 55%의 학생이 어떤 형태로든 장학금을 지원받아 학교에 다닌다”며 “미국 시민권 여부와 관계없이 해외 학생도 지원 대상에 해당된다”고 소개했다.

이 자리에서 샐러비 총장은 오 시장에게 “유력한 대선 후보라고 들었다. 다음 대선은 언제인가”라고 묻기도 했다. 오 시장은 “저는 4선 서울시장으로서 5선 시장을 바라고 있을 뿐”이라고 답했다.

한 한국계 학생 역시 “한국의 가장 심각한 두 가지 문제는 ‘공부 잘하는 학생들이 의사만 되려 하는 것’과 ‘집값 폭등으로 서울 정착이 쉽지 않다는 점’”이라면서 “차기 유력 대선 후보자인 당신에게 해법을 기대해도 되겠느냐”고 물었다.

오 시장은 “매우 중요한 질문인 건 안다”면서도 “나는 다음에 시장을 한 번 더 하고 싶다. 솔직히 그 질문에는 대답하기 어렵다. 오늘 이후로 그 문제에 대해 연구해 보겠다”고 답했다.

이어 다른 한국계 학생은 “한국에서 사회적 격차에 따라 균등한 교육을 받기 어려운데 공교육을 어떻게 개선하면 좋겠느냐”고 물었다.

▶“당신은 차기 유력 대선 후보” 질문 반복되자…=이에 오 시장은 “한국은 미국과는 달라서 시장이 공교육에 대해 권한이 없다”면서 “교육은 본질적으로 교육청과 교육부 관할이라 저에게 권한이 없지만 중앙정부에서 정책을 좌지우지할 위치가 된다면 공교육에 조금 더 많은 투자를 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여성과 성소수자를 위한 구체적인 정책이나 한국의 페미니즘에 대한 견해를 묻는 학생들도 있었다.

오 시장은 “10년 전 여성전용주차장을 만드는 등 여성행복프로젝트를 통해 다양한 정책을 추진했다”고 소개한 뒤 “한국 사회에서는 여권이 급신장하고 있다. 특히 시험을 봐서 사람을 뽑는 공직의 경우 대부분 여성 진출자가 더 많다. 앞으로 10년 뒤면 아주 실질적인 평등이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다만 기업체 같은 민간 영역에서는 여성에 대한 유리천장이 남아있고 정치 영역에서도 성평등이 이뤄지고 있지 않아 한국 사회가 조금 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평했다.

성소수자의 권리에 대해서는 “민감한 질문이다. 나는 보수당에 속해 있다”고 운을 뗀 뒤 “그들의 성적 취향을 존중해야 하고 그들이 불편함이 없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인정하나 한국 사회는 아직 그 문제에 대해 보수적이어서 조심스러운 입장”이라고 말을 아꼈다.

페미니즘 관련 질문에 대해선 “한국 사회의 페미니즘은 이상한 부분에서 충돌하고 과격하다. 역사적으로 남성 우위 사회였기에 반작용으로 훨씬 더 공격적인 페미니스트가 생겨났다는 해석이 가능하다”며 “한국 사회가 아직 여러 측면에서 가야 할 길이 멀다. 좀 더 노력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오세훈 시장은 예일대 특강에 앞서 피터 샐러비 예일대 총장과 면담을 갖고 예일대의 서민·중산층 학생 지원정책 등 다양한 학교 정책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서울시 제공]

한 학생은 오 시장이 10여년 전 무상급식 논란으로 인해 사퇴했던 일을 언급하며 “당시에는 선택적 복지 편에 섰는데 최근 발표한 대중교통 정책(기후동행카드)은 보편적 복지로 보여 혼란스럽다”고 질문했다.

오 시장은 “무상급식 주민투표 당시 반대 측은 부자와 가난한 사람 구분 없이 모두에게 점심을 주자는 것이었고 저는 가난한 사람만 주자는 입장이었다”면서 “지금도 그 철학에는 변함이 없다”며 자신의 선택적 복지 기조를 재확인했다.

이어 “대중교통을 일정한 요금만 내면 무제한으로 탈 수 있는 정책은 가난할수록, 수입이 적을수록, 대중교통을 많이 이용하는 사람일수록 더 많은 혜택을 받는다”면서 “승용차 운전자는 혜택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이 역시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특강 후 진행된 리셉션 행사에서는 100여명의 학생이 줄을 지어 오 시장과 기념사진을 찍었다. 학생들은 저마다 오 시장에게 한 마디씩 자신의 사연을 이야기하며 친근하게 포즈를 취했고, 오 시장은 밝은 표정으로 “열심히 공부하라”고 격려하는 등 마지막 학생과의 촬영이 끝날 때까지 시종일관 최선을 다해 학생들과 소통하는 모습이었다.

찾아 온 모든 학생들과의 환담 및 사진 촬영이 끝날 때까지 리셉션 행사는 길게 이어졌다.

특강을 위해 학교를 찾아온 명사에 대한 학교 측의 깊은 배려가 느껴졌다. 또한 학생 입장에서도 유명 정치인과 직접 만나 대화하고 사진 찍는 귀중한 기회를 갖게 돼 양측 모두에게 유익한 시간이었다.

soo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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