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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 제2 롤스로이스男 나올라…‘도로 위 마약사범’ 면허 관리는 3%↓
국내 마약사범 年2만명 전망에도…도로교통공단 관리 사각지대
‘전문의 진단서’ 있어야 면허 수시적성검사 대상 올라
“운전면허 소지한 마약사범 운전 능력 파악해야…적극 행정 필요”

[헤럴드경제=김진 기자] #1. 지난달 2일 오후 서울 강남구 압구정역 인근 도로, 난데없이 나타난 검정색 롤스로이스 차량이 길을 걷던 20대 여성을 덮쳤다. 경찰 조사 결과 운전자 신모씨(27)의 몸에선 케타민, 프로포폴 등 총 7종의 향정신성의약품 성분이 검출됐다. 신씨는 이 중 2종을 투약한 상태로 운전대를 잡은 것으로 나타났다. 신씨는 과거 마약 전과가 있는 인물로 확인됐다.

#2. 이달 11일에는 강남구 논현동의 한 도로에서 주차 시비 중 흉기를 꺼낸 홍모씨(30)가 경찰에 체포되는 일명 ‘강남 람보르기니’ 사건이 발생했다. 홍씨의 몸에서도 필로폰과 엑스터시, 케타민 양성 반응이 나왔다.

국내 마약사범의 운전면허 관리가 사각지대에 놓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마약사범 수는 연 2만명에 육박하지만, 국가가 관리하는 운전면허 수시적성검사 대상자 중 마약·알코올 관련 대상자는 전체 마약사범의 약 3%에 그치는 것으로 확인됐다. 수시적성검사 대상을 전문의 진단이 필요한 ‘중독자’로 제한한 현행 관리체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마약사범 年2만명 전망…수시적성검사 대상은 3% 미만

수시적성검사란 도로교통법상 운전면허 결격사유가 발생한 이들을 대상으로 안전운전 능력을 판단하기 위해 도로교통공단이 실시하는 제도다. 후천적 신체장애나 치매, 조현병 등 정신질환 외에 마약·알코올 중독도 대상에 포함된다. 공단은 대상자에게 검사통지서를 발송하고, 불합격하거나 기간 내 검사를 받지 않으면 면허를 취소한다.

23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인 정우택 국민의힘 의원실이 경찰청 산하 공공기관인 도로교통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수시적성검사 대상자 현황’ 자료에 따르면 마약·알코올 중독으로 수시적성검사 대상에 오른 이들은 2019년 664명, 2020년 456명, 2021년 558명, 2022명 654명, 2023년 1~8월 374명이다. 집계가 완료되지 않은 2023년을 제외하면 연평균 583명이 마약·알코올 중독으로 검사 대상이 되는 셈이다.

이는 같은 기간 연평균 마약사범 수의 약 3% 수준이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국내 마약사범 수는 2019년 1만6044명, 2020년 1만8050명, 2021년 1만6153명, 2022년 1만8395명, 2023년 상반기 기준 1만252명을 기록했다. 이 추세면 올해 마약사범은 2만명을 넘길 가능성이 높다. 도로교통공단이 마약·알코올 중독을 합산해 분류한다는 점에서, 마약중독자만 따질 경우 관리 대상 비율은 3% 미만으로 떨어지게 된다.

마약 취해 도로 달려도…‘전문의 진단서’ 있어야 대상

이 같은 차이가 발생하는 이유는 제도의 허점에 있다. 현행법은 ‘마약·알코올 관련 장애 등으로 인해 정상적인 운전을 할 수 없다고 해당 분야 전문의가 인정하는 사람’을 수시적성검사 대상자로 보고 있다. 위 사례처럼 마약에 취한 채 운전을 하더라도, 관련 혐의가 입증되더라도 ‘중독’을 증명하는 전문의 진단서가 없다면 관리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음지에서 유통·소비되는 마약 특성을 전혀 반영하지 못한 관리체계란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현행법상 마약사범은 운전면허가 1년 동안 취소되지만, 이후에는 남들과 같이 면허를 재발급 받을 수 있다. 마약 투약 후 교통사고를 낸 경우는 2년 취소 뒤 재발급이 가능하다. 수시적성검사 제도가 개선되지 않는 한, 면허를 재발급 받은 마약사범은 정기적성검사 기간이 도래하기 전까지 아무런 제한 없이 도로를 누빌 수 있다.

운전면허 시험·관리 사업을 담당하는 도로교통공단이 마약 관련 문제를 경찰 몫이라 선을 긋고 ‘소극 행정’을 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단은 마약류에 따른 교통사고와 관련해 별도 통계를 관리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

정우택 의원은 “도로교통공단이 실시하는 수시적성검사가 최소한의 필터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마약 범죄의 높은 재범률을 고려했을 때, 운전면허를 소지한 마약사범의 운전 가능 여부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마약교통범죄로 국민의 교통안전이 위협받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별도의 조치가 시급하다”며 “수시적성검사 대상 범위를 확대하기 위해 관련 기관들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soho0902@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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