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D91일물 금리 추종 ETF들…한달새 1조 몰리기도
박스권 장세에 관망하는 투자자들
[헤럴드경제=유혜림 기자] 고객예탁금과 거래대금이 줄어드는 가운데 이달 들어 단기자금 ETF(상장지수펀드) 총 설정액이 20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2차전지 등 국내 증시를 이끌던 주도주가 사라지면서 초단기채권 펀드가 증시 대기자금을 끌어모으는 분위기다. 추석 연휴 휴장을 앞둔 만큼 투자자들의 관망 기조는 더 강해질 전망이다.
22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단기자금 ETF의 총 설정액은 20조4576억원(21일 기준)으로 집계됐다. 최근 한 달 단기자금 ETF 설정액은 3조1547억원이 늘어나면서 ETF 테마 1위를 기록했다. 2위인 해외지수 ETF(8500억원)와 비교해도 격차가 크다.
단기자금 ETF의 총 설정액은 올 연초만 해도 12조7576억원에 그쳤지만 초단기 금리를 추종하는 상품들이 잇달아 출시되면서 6월 말 16조1079억원·8월 말 18조4112억원으로 불어나 20조원을 돌파했다. 이 밖에도 국공채권(6715억원), 코스피200(3092억원), 회사채권(2392억원) 유형 순으로 ETF 설정액이 늘었다.
특히 초단기채권 펀드에 뭉칫돈이 몰리고 있다. 삼성자산운용의 ‘KODEX CD금리액티브(합성) ETF’에 최근 한 달간 1조1865억원의 자금이 유입됐다. 국내·외 주식형펀드, 머니마켓펀드(MMF)를 포함한 전체 펀드시장에서 설정액 증가 1위를 기록했다. 이 ETF는 연 3.7% 안팎의 CD91일물 하루치 금리를 매일 이자수익으로 얻을 수 있는 구조다. 같은 기간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CD금리투자KIS(합성) ETF’ 역시 1조원이 넘는 투자금이 몰렸다.
유아란 삼성자산운용 ETF운용팀 매니저는 “증권 계좌에서 자금을 이동시키지 않고 간편하게 ETF를 활용하여 투자 대기 자금을 운용하려는 수요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며 “연 3.82%까지 높아진 CD금리 수준의 수익과 연 0.02%의 최저 보수, 일평균 거래대금 1조원 수준의 풍부한 유동성 등 다양한 장점에 많은 투자자들이 관심을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갈 곳을 잃은 자금이 ‘파킹형 ETF’에 몰리는 것으로 분석된다. 국내 증시를 이끌던 반도체, 2차전지 등 주도주가 사라지면서 하반기 들어 코스피 지수도 박스권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5일 지수는 한 달여 만에 2600선을 회복하는 듯 보였지만 흐름을 되돌리지 못했다.
21일 코스피 지수는 전일 대비 1.75% 내린 2514.97에 마감하며 낙폭을 키웠다. 하루 평균 거래대금도 8월 10조8256억원에서 21일 8조6720억원으로 급감한 상태다. 이번주(18일~21일) 외국인과 기관은 유가증권시장에서 각각 6062억원, 1조697억원을 순매도하며 하락장을 이끌고 있다.
고객예탁금 감소세도 뚜렷하다. 7월 말 55조9866억원까지 커졌던 고객예탁금은 20일 기준 50조8500억원으로 줄었다. 이달 15일(49조3067억원)에는 50조원을 밑돌기도 했다. 고객예탁금은 주식거래를 위해 고객들이 증권사에 일시적으로 보관 중인 자금인데 통상 고객예탁금이 줄어드는 것은 증시에서 투자자가 이탈하고 있다는 징후로 해석된다.
추석 휴장을 앞두고 시장을 관망하는 심리도 커지는 분위기다. 강달러·고금리·고유가 등 시장 불확실성은 커지고 연휴 이후 3분기 실적 시즌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 연준이 향후 금리 예상치를 종합한 점도표를 상향한 데다 연휴 동안 미국에선 9월 ISM 제조업(10월 2일)이 발표된다”며 “중요한 이벤트들을 앞두고 휴장에 들어가면서 투자자들의 관망세가 강할 것”이라고 밝혔다.
forest@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