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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러, 휘발유·경유 수출 ‘일시 금지’…자원 무기화 우려 고조
러시아 정부 “내수 안정화 위한 일시적 조치”
세계 2위 경유 수출국…공급 위축·가격 상승 우려 고조
서방 제재 보복 일환 ‘자원 무기화’ 재현 가능성 제기
러시아 국영 송유관 운영업체 트란스네프트 소유의 원유 저장시설의 모습 [로이터]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러시아가 휘발유와 경유 등의 연료 수출을 일시 중단하고 나섰다. 러시아가 주요 경유 수출국임을 고려하면 이번 조치가 유가 등 글로벌 에너지 가격 상승 압력을 가중시킬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전쟁 직후 천연가스 공급을 틀어막은 것처럼 러시아가 자국 내 연료 수급 안정을 핑계로 또 하나의 ‘자원 무기화’ 카드를 빼든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21일(현지시간) 러시아 정부는 “내수 시장 안정을 위해 휘발유와 경유 수출을 일시적으로 금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시장에 연료 공급에 도움이 되고 소비자 가격을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러시아 주도의 유라시아경제연합(EEU)에 참여하고 있는 벨라루스와 카자흐스탄, 아르메니아, 키르기스스탄 등은 수출 금지 대상에서 제외됐다.

러시아의 소매 디젤·휘발유 가격은 연초부터 이달 18일까지 9.4% 올라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4%)을 두 배 이상 상회했다. 하지만 정부의 물가 안정 목표에 따라 소매 가격을 억제하면서 시장 왜곡이 심화된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연료값 상승이 내년 3월 치러지는 대선을 앞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큰 악재가 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온다.

시장은 러시아의 수출 제한에 잔뜩 긴장하는 분위기다. 산유국들의 감산 조치 이후 가파른 유가 상승을 이미 체감하고 있어서다.

내수 안정화 때문에 연료 수출을 전면 차단하는 것은 과잉 조치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일부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연료를 앞세워 다시금 자원 무기화에 나설 것이라는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경유는 화물과 해운·항공 분야의 연료로 쓰이며 세계 경제의 핵심 동력 중 하나다. 러시아는 미국에 이어 세계 2위 경유 수출국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서방은 러시아산 원유 가격 상한제 및 인도와 중동산 경유 수입 확대 등으로 러시아를 공급망에서 배제하기 위해 노력해왔지만, 러시아산 경유는 여전히 글로벌 연료 공급망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심지어 러시아는 수출 금지 해제 시점도 명확히 정하지 않았다. 파벨 소로킨 러시아 에너지부 차관은 “시장이 빠르게 그(수출 금지) 효과를 체감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도 “이번 조치는 무기한이며, 후속 조치는 시장의 상황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헤닝 글로이스타인 유라시아그룹 고문은 “러시아는 유럽과 미국에 고통을 주고자 한다. 겨울을 앞두고 석유 시장에서 과거 천연가스 때와 같은 조치를 반복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러시아는 에너지 시장에서 그들의 힘이 여전히 남아있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유가는 러시아의 연료 수출 제한 소식에 즉각 반응했다. 이날 경유 선물의 벤치마크 가격은 4% 넘게 상승한 메트릭톤(MT)당 1010달러 이상까지 뛰어올랐고, 뉴욕거래소에서 11월 인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장중 배럴당 90.98달러까지 올랐다가 차익실현 매물에 다시 90달러 아래서 하락 마감했다.

지오반니 스타우노보 UBS 전략가는 “서방이 러시아산 경유를 수입하지는 않지만, 러시아의 수출 중단은 결국 전세계 시장에서 경유 공급이 제한될 것임을 의미한다”면서 “러시아의 수출 중단 조치는 큰 일이다. 시장은 더 긴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balm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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