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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변시 합격률 75% 이상되면 로스쿨 입시학원화 해결 가능 ”[헤경이 만난 사람]
이상경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이사장 인터뷰
“취약 계층에 법조인 길 열어준 것 가장 큰 성과”
“서열화 원인은 합격률…자격시험화 선행돼야”
“바람직한 법조인상, 공익기여·전문분야·글로벌”
이상경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이사장이 14일 오후 서울 중구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사무실에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헤럴드경제=안대용·유동현 기자] 2008년 법학전문대학원생 입학 평가를 위한 첫 법학적성시험(LEET)이 치러지면서 본격적으로 ‘로스쿨 제도’가 닻을 올린지 15년이 지났다. 사법시험이 2017년 폐지돼 로스쿨 제도는 유일한 법조인 선발 시스템이 됐다. 전국 25개 로스쿨의 협의체를 이끄는 이상경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이사장(서울시립대 로스쿨 원장)은 헤럴드경제와 만나 “로스쿨의 갈 길은 변호사시험의 자격시험화”라고 거듭 강조했다.

-‘로스쿨 제도’가 도입된지 15년이 됐다. 현 시점에서 로스쿨 제도에 대해 총평을 해보자면?

▶지난 15년 동안 로스쿨 제도는 ‘교육을 통한 법조인 양성’이라는 도입 취지 아래 한국의 법조인 양성제도로 자리매김 했으며, 로스쿨을 통해서 다양한 전문 법조인이 배출될 수 있었다. 경제적·신체적·사회적으로 취약한 계층에게 법조인이 될 수 있는 길을 열어준 것을 가장 큰 성과로 꼽고 싶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학생들도 ‘전액 학비 면제’, ‘생활장학금’을 받아 법조인의 꿈을 이룰 수 있게 됐다. 로스쿨에선 매년 300억원 이상의 장학금을 마련해 재학생의 20%(1200명)에게 전액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으며, 그 외에도 필요한 장학금을 마련해 장학금을 차등 지급하고 있다. 전체 재학생의 50% 이상은 장학금을 받고 있다.

-로스쿨 제도 시행 이후 법학 교육에 미친 긍정적 영향은 무엇이라 평가하는가.

▶‘학부 교육의 정상화’를 가장 긍정적인 영향으로 꼽을 수 있겠다. 사법시험 시절엔 3% 미만의 낮은 합격률로 인해 우수한 학생들이 전부 사설학원에서 시험 준비를 했다. 그런데 지금은 로스쿨에 입학하기 위해선 학부 학점이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사법시험을 준비하던 때와 비교해 다양한 전공 분야에서 로스쿨을 꿈꾸는 학생들이 학부 수업을 열심히 듣는다. 법과대학 등 다양한 형태로 학부에서 법학교육이 이뤄지는 곳에서도 더 충실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본다. 학부 수업을 열심히 들으며 기초를 다지고 있기 때문에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학부 교육이 정상화됐다고 할 수 있다.

-로스쿨 제도 시행 이후 오히려 학문으로써의 법학 교육 붕괴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로스쿨의 경우 교육 현장에선 변호사시험 합격에 주안점을 둘 수밖에 없어 입시학원화 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로스쿨이 도입되면서 비(非)로스쿨 대학의 법학과나 법과대학이 존립을 위협받게 됐고, 그로 인해 법학자 등 학문 후속세대 양성에 대한 걱정이 대두됐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로스쿨뿐만 아니라 법과대학, 법학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하며, ‘로스쿨 시대의 학문 후속세대 양성’을 주제로 대상자에 대한 지원 등의 개선책을 찾아가면 좋겠다.

입시학원화 문제는 변호사시험이 자격시험화(응시자의 75% 이상 합격) 되면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로스쿨에 마련된 다양한 커리큘럼, 해외 연계 프로그램 등도 2명 중 1명이 탈락하는 지금으로썬 정상적인 운영이 어렵다.

-소규모 사립 로스쿨의 경우 재정난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로스쿨 간 격차를 지적하는 현장 의견도 있다.

▶재정난의 가장 큰 원인으로는 로스쿨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높은 인가 기준과 정부의 재정지원 부족을 꼽을 수 있다. 정원이 40명밖에 되지 않는 소규모 로스쿨이어도 법정 교원 확보는 20명 이상 유지해야 하고, 장학금 지급 비율도 등록금 대비 30% 이상 유지해야 한다. 실정에 맞는 기준 변경과 정부의 장학금 지원 확대가 절실한 상황이다.

서열화 지적과 관련해선 그 원인은 ‘합격률’에 있다고 본다. 의과대학은 전국이 평준화돼 있어 서열이 있다고 말하기 어려운데, 이는 합격률이 90%를 육박하기 때문이다. 현재 서울 소재 로스쿨은 70% 이상의 합격률을 보이는 반면, 지방 소재 로스쿨은 50% 이하로 떨어진 상황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도 변호사시험의 자격시험화가 선행돼야 하는 것이다. 또한, ‘지방대학 및 지역균형인재 육성에 관한 법률’로 지방 로스쿨은 지역 소재 대학 졸업자를 일정 비율(5~15%) 선발해야 하는데, 교육 여건이 열악한 지방의 경우 이 전형을 통해 선발된 학생들의 학력 수준이 낮아져 변호사시험 합격률이 저조하게 되는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

-변호사 업계에선 로스쿨 도입 이후 변호사 수가 급증하면서 특히 청년변호사들이 더 큰 어려움을 겪게 됐다고도 비판한다. 변호사시험 합격자 수를 현행대로 유지하는 게 맞다고 보는지. 그렇지 않다면 줄이거나, 늘리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보는지.

▶변호사가 많다고는 하지만, OECD 국가들 중 ‘인구 1만명 당 변호사 수’는 매우 낮은 수준이다. 2020년 기준 인구 1만명 당 변호사 수는 한국이 5.39명인데 미국은 41.28명, 독일은 20.11명, 프랑스는 10.83명이다. 매년 1500명 이상의 변호사가 배출되지만 여전히 법률 사각지대·무변촌은 존재한다. 로스쿨 설립 취지를 실현하고 법치주의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매년 합격률을 조금씩 늘려서 궁극적으로는 자격시험화로 가야 한다. 미국은 법치주의를 실현하는 국가 중 하나로, 의회 의원의 70% 이상이 로스쿨 출신일 정도로 많은 법률가들이 있다. 대한민국은 법치주의 기반을 확대하고 실현하기 위해 로스쿨을 도입했다. 미국과 같은 선진 법치주의 국가에서는 법률가가 거의 모든 영역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로스쿨 제도를 통해 법률가를 양성해서, 사회 곳곳에서 활약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로스쿨이 지향하는 바다.

이상경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이사장이 14일 오후 서울 중구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사무실에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한국헌법학회장을 역임한 헌법학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최근 ‘이상동기 범죄’로 분류되는 사건을 비롯한 흉악범죄가 잇따르면서 사형제 존폐 및 집행 여부가 다시 사회적 쟁점으로 떠올랐다. 현재 헌법재판소도 사형제 헌법소원 사건을 심리 중인데 이와 관련해 헌법학 전문가로서 의견이 있을지.

▶우리나라는 이미 26년간 사형을 집행하지 않은 국가로 국제 엠네스티에서 사형폐지국으로 분류되고 있다. 2010년 사형제도 위헌소원 사건에서 헌법재판관 5:4로 합헌 결정이 됐지만, 조만간 다수의 재판관이 사형제도를 위헌으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잔혹한 범죄자를 사회로부터 영구 격리시키는 것을 허용하는 한 굳이 국가가 사람의 생명을 인위적으로 그리고 제도적으로 종식시키는 것을 허용하는 것은 인간의 존엄과 가치 및 생명권을 최고 가치로 추가하고 있는 헌법정신에 비춰 바람직하지 않다. 사형제도는 필요악이지만 이를 대체할 수 있는 형벌(가석방이 허용되지 않는 종신형 제도 같은 것)을 전제로 사형제를 폐지하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에 따르는 길이라고 하겠다.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이사장은 법원조직법과 검찰청법에 따라 각각 당연직으로 대법관, 검찰총장 후보추천위원이 된다. 전국 25개 로스쿨 협의체를 대표하는 이사장으로 고위 법조인 후보 추천권을 가진 위원이자 법학자로서 생각하는 바람직한 법조인상은 무엇인가.

▶저는 근본적으로 법조인은 우리 사회에서 일정 부분 사회 공익에 기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공적 마인드가 잘 갖춰져야 하고 로스쿨에서도 법조윤리교육부터 해서 3년 동안 제자들에게 그런 부분들을 강조한다. 국민들이 제대로 된 법률서비스를 받고 이를 통한 권리구제가 신속·정확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기여해야 하고 그런 것들은 결국 사회와 국가가 건전하게 발전할 수 있는 그 근본 토대인 법치주의를 확립하는 일이다.

또 전문분야가 있기를 바란다. 25개 로스쿨도 각 전문분야를 내걸고 있다. 법조인들이 다양한 관점을 가져야 하지, ‘오로지 송무, 오로지 서초동’ 이건 아니다. 적어도 자기 전문 분야를 개발하고 그 능력을 통해 다양한 이해관계에 걸친 법률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세 번째는 글로벌이다. 우리나라에서만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고 법조인으로 역할하는 게 아니라 세계무대로 나가서 대한민국 위상을 높여야 한다. 우리 법제에 진짜 선진법제들이 많다. 그런 것들을 외국에 가서 심고, 알리고 해야 한다.

〈이상경 이사장이 걸어온 길〉

▷1965년 출생

▷연세대학교 법과대학, 서울대학교 대학원 법학석사

▷Washington University School of Law, LL.M.

▷Washington University School of Law, J.D.

▷Washington University School of Law, J.S.D.(법학박사)

▷한국헌법학회 제28대 회장

▷現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원장

▷現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제11대 이사장

▷現 대법원 사법행정자문회의 위원

▷現 대법관 후보추천위원회 위원

▷現 검찰총장 후보추천위원회 위원

dandy@heraldcorp.com
dingd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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