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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약값이 무려 20억이라니” 이 희귀병을 단돈 87만원에 고친 사연
중국 분자 진단 제품 제조업체인 Tianlong의 캠페인에 참석한 척수성 근위축증 환자 모습. 해당 사진은 기사 본문과 관계 없음. [연합]

[헤럴드경제=고재우 기자] “2년 전까지만 해도 자기 몸도 움직이지 못했던 아이가 두 발로 선 찰나의 순간이에요.”

A씨는 그날의 감동을 아직 잊지 못한다. 남들이 볼 때는 아이가 서 있는 사진일 뿐이지만, 불과 2년 전만 해도 아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누워있는 것밖에 없었다. 진단명은 척수성근위축증(SMA). 매년 20명 내외의 환자가 이 질환으로 고통 받고 있다.

물론 치료제는 있다. 하지만 약 20억원에 달하는 고가로, 일반 가정에는 ‘그림의 떡’일 뿐이었다. 무너졌던 부모의 마음을 일으켜 세웠던 건 SMA 유전자 치료제인 졸겐스마가 건강보험 인정을 받았다는 사실. 그리고 현재까지 15명의 환자에게 졸겐스마가 투여됐다.

졸겐스마 키트. [양산부산대병원 제공]

양산부산대병원에 따르면 글로벌제약사 노바티스의 졸겐스마가 병원에 입고돼, 15번째 SMA 환자에게 투약됐다.

SMA는 척수의 운동신경세포가 점진적으로 퇴행, 소실돼 전신 근육이 점차 약화되는 퇴행성 질환이다. 출생 전, 청소년기, 성인기 등 시기를 가리지 않고 발병하는데 발병 연령이 어릴수록 중증도가 높고, 기대 수명도 짧다.

졸겐스마는 A씨를 비롯한 SMA 환자 부모들에게는 꿈이었다. 물론 이미 손상된 척추의 전각 세포를 완전히 회복시킬 수는 없지만, 질환의 원인이 되는 유전자 결핍을 정상 유전자로 치환해줌으로써 신경 기능 유지에 필요한 단백질 생성을 돕는다.

평생 1회 투약만으로 SMA 진행을 막을 수 있다는 점은 가장 큰 장점이다. 단, 한방에 약 20억원을 넘는 가격은 넘을 수 없는 허들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8월 졸겐스마가 건강보험 인정받으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건강보험 급여 기준에 해당되는 환자는 소득에 따라 본인부담상한액인 87만~780만원만 부담하면 된다. 적어도 돈 때문에 자식을 포기하는 일은 없어진 셈이다.

졸겐스마 투약을 준비하며 보호자에게 투여 절차에 대해 설명하는 공주현 양산부산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양산부산대병원 제공]

양산부산대병원을 찾은 15번째 환자도 마찬가지였다. B씨는 생후 3~4개월 무렵부터 다리를 들지 못했고, 이후 앉기가 되지 않거나 뒤집기를 못 하는 등 발달지연을 보였다. 결국 SMA 진단을 받았고, 한 달 만인 9월 19일 졸겐스마 투약이 이뤄졌다.

공주현 양산부산대병원 교수는 “원샷 유전자치료제는 희귀유전질환 환자들에게 희망의 빛을 제공하는 것”이라며 “희귀유전질환 환자들에게 큰 기쁨을 줌과 동시에 의료 분야에 혁신적 발전을 가져다줌으로써 생명의 희망을 전할 수 있어 감사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k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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