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러 거부권 박탈해야” vs “우크라는 美 꼭두각시”
안보리서 우크라이나·러시아 정면충돌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20일(현지시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회의에서 전쟁 책임과 러시아의 안보리 거부권 행사문제를 놓고 정면 충돌했다. 안보리는 이날 뉴욕 유엔본부에서 ‘평화 유지와 우크라이나의 안보’를 주제로 장관급 회의를 개최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처음으로 안보리 회의에 직접 참석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의 전쟁 책임과, 안보리에서의 거부권 행사로 안보리 기능이 무력화된 점을 비판하며 유엔 개혁을 촉구했다. 우크라이나는 안보리 이사국은 아니지만 이해 당사국 자격으로 이날 공개토의에 참석했다.

특히 젤렌스키 대통령은 회의에서 이례적으로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에 이어 두 번째로 발언권을 얻었는데 이 과정에서 러시아 대사가 이사국이 아닌 우크라이나가 이사국에 우선해 발언권을 가진 데 대해 이의를 제기하기도 했다.

이에 안보리 의장국인 에디 라마 알바니아 수상은 모두가 젤렌스키 대통령의 발언을 듣고자 하는 이유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략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하며 “전쟁을 그만둔다면 젤렌스키 대통령이 먼저 발언하는 일도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발언에 나선 젤렌스키 대통령은 “침략을 저지른 안보리 상임이사국의 거부권을 극복할 수 있도록 유엔 총회에 실질적 권한이 주어져야 한다”며 “이것이 첫 번째 필요한 조처”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그는 “유엔은 러시아의 거부권으로 인해 침략 문제에 대해 교착 상태에 빠졌다”며 “인류는 국가의 국경 방어에 있어서 더 이상 유엔에 희망을 갖고 있지 않다”고 비판했다.

그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영토와 자원을 빼앗기 위해 유엔 헌장에 위배되는, 범죄적이고 정당한 이유 없는 공격을 저질렀다”며 “러시아의 거부권이 박탈되고 안보리 활동이 정지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바실리 네벤자 주유엔 러시아 대사는 젤렌스키 대통령 연설 도중 경청하지 않고 서류를 살펴보거나 휴대전화를 쳐다보는 모습을 보였고, 러시아 정부 대표인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 장관은 젤렌스키 대통령 연설 때 아예 회의장에 나타나지도 않았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발언에 맞서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는 전쟁 책임을 미국과 우크라이나에 돌리며 우크라이나와 서방국가의 공세에 맞섰다.

라브로프 장관은 연설에서 우크라이나 키이우의 반(反)러시아 성향 정부는 미국의 꼭두각시에 불과하며 미국이 젤렌스키 대통령과 러시아와의 협상을 조종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미국도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리비아 등지에서 전쟁을 자행했다고 비난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연설 직후 바로 안보리 회의장을 떠나 러시아 등 다른 안보리 이사국의 발언을 보지 않았다.

손미정 기자

balme@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