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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히잡 안 쓰면 징역 10년, 벌금 1000만원”…이란 ‘女억압법’ 결국 가결

2022. 10. 6 독일 베를린 이란 대사관 앞에서 서방에서 활동하는 이란 반정부단체 '이란국민저항위원회'(NCRI)의 망명 이란인들이 이란에서 최근 히잡을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찰에 체포된 22세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의문사한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 등을 촉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일명 ‘여성 억압 법안’이 이란에서 제정됐다. 여성의 히잡 착용을 강제하기 위해 이슬람 율법에 따른 복장 규정을 어기는 사람에게 최대 10년 징역형을 선고하도록 하는 내용의 법안이다.

이란 의회는 20일(현지시간) 이런 내용의 '히잡과 순결 법안'이 찬성 152표, 반대 34표로 가결 처리했다고 영국 BBC 방송과 일간 가디언이 보도했다. 이른바 '히잡 의문사' 1주기 이후 불과 나흘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해당 법안을 가결한 것.

이 법안은 공공장소에서 부적절한 옷을 입거나 복장 규정을 4회 이상 위반한 사람을 대상으로 5∼10년 징역형과 1억8000만∼3억6000만리알(3600∼7300달러) 벌금형에 처하도록 규정했다.

또한 각종 미디어와 소셜 네트워크에서 히잡 착용을 조롱하거나 신체 노출을 조장한 사람에게 벌금형을 부과하고, 히잡 등 적절한 복장을 하지 않은 여성 운전자와 탑승자를 태운 자동차의 소유주에게도 벌금을 물리도록 했다.

이 법안은 이슬람 규범과 헌법 해석권을 가진 헌법수호위원회의 승인 절차만을 남겨 놨으며, 3년 시범 적용 기간을 거쳐 본격 시행된다.

지난해 9월 28일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찰에 붙잡혀 의문사한 이란 여성 마흐사 아미니에 대한 연대 시위가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고 있는 모습. [AFP 연합]

앞서 유엔 인권 전문가들은 이달 초 이 법안에 대해 "여성과 소녀들을 완전히 복종시키기 위한 의도를 갖고 체계적인 차별을 위해 만들어진 '젠더 아파르트헤이트'(극단적 성차별 정책)"라고 경고했다.

이란의 인권 변호사 호세인 라에시는 "이란 의회가 여성의 신체에 거대한 자물쇠를 채웠다"며 "이란은 이미 여성에게는 공개된 감옥이었고, 이번 조치로 여성에 대한 잔혹함을 더 확장했다"고 비판했다.

이란은 샤리아(이슬람 율법)에 근거한 법에 따라 사춘기가 지난 여성의 경우 머리에 히잡을 쓰고, 길고 헐렁한 옷으로 신체를 가리도록 하고 있다.

히잡 거부 등 복장 위반 여성에 대한 처벌을 대폭 강화한 이번 법안은 '히잡 의문사' 1주기 이후 나흘 만에 전격 처리됐다.

작년 9월 16일 당시 22세 쿠르드계 여성인 마흐사 아미니는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아 이슬람 복장 규정을 어겼다는 이유로 풍습 경찰에 끌려가 조사를 받던 중 의문사했고, 이 사건은 이후 이란 전역에서 대규모 시위를 촉발했다.

kace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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