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시 수낵 영국 총리가 20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열고 휘발유차와 경유차 신차 판매 금지 기한을 2030년에서 2035년으로 미룬다고 밝혔다. [AP]

[헤럴드경제=서재근 기자] 영국 정부가 내연기관 신차 판매 시기를 오는 2035년까지 늦추기로 하면서 일부 자동차 업체들이 "업계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고 비판했다.

2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리시 수낵 영국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휘발유차와 경유차 신차 판매 금지 기한을 기존 목표 시점이었던 2030년에서 2035년으로 늦춘다고 밝혔다.

2050년 탄소중립(넷 제로) 목표는 유지하되, 가계가 생계비 부담으로 힘든 상황에 맞춰 가후 변화 대응 속도 조절에 나서겠다는 설명이다.

수낵 총리의 발표 이후 영국 정부 정책 기조에 맞춰 전기차 생산에 투자한 자동차 업계는 즉각 반발했다. 미국 완성차 제조사 포드의 영국 대표 리사 브랜킨은 성명을 통해 "우리는 영국 정부로부터 야망, 약속, 지속성 세 가지를 원하는데 이번 조치는 모두 이를 훼손한다"며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영국에 생산공장 두 곳을 운영 중인 포드는 ‘2030년까지 내연기관차 판매를 금지하겠다’는 영국 정부의 앞선 발표에 기반해 이미 4억3000만파운드를 투자했다. 2030년 생산 일정에 맞춰 추가 투자를 계획 중이다.

기아도 성명에서 영국 정부의 이번 조치가 자동차 업계와 소비자들에게 혼란을 주고 공급망을 방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아는 “복잡한 공급망 협상과 제품 계획에 변화를 가져오고 소비자와 업계에 혼란을 줄 가능성이 있다”며 “영국 정부의 이번 결정이 매우 실망스럽다”고 밝혔다.

앞서 영국 정부는 지난 2020년 내연기관으로 휘발유나 디젤을 태우는 신차 판매를 2030년까지 금지하고, 2035년에는 하이브리드차 판매도 금지할 계획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이 같은 결정에 다수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은 현지 맞춤형 전동화 전략 실행에 속도를 높였다. 포드와 기아 외에도 최근 독일의 BMW는 영국 옥스퍼드에 있는 소형차 브랜드 미니 공장에 6억파운드를 투자, 2026년 2개 모델을 전기차로 전환하는 것을 기점으로 2030년부터 모든 차량을 전기차로 생산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