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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구는 둥글다고 일러주는 세티, 괌 5000년 유적[함영훈의 멋·맛·쉼]
괌 클릭, 미국의 시작, 남태평양 수도③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아름다운 괌 투몬 해안선을 따라 수많은 주민과 여행자가 아침 조깅을 한다. 맑은 날이면 아침엔 늘 무지개가 뜨고, 만조가 되며, 아침 햇살을 품고 있기에, 투몬과 남북의 바다는 한낮보다 더 아름답다.

아침 무지개가 뜬 괌 투몬 베이

한낮 간조 때엔 깊어봐야 허리까지 밖에 오지 않지만, 아침엔 좀 더 깊어지니 스노클링하기에도 좋고, 패들보드(SUP)도 즐기기에도 안성맞춤이다.

다인승 카누를 타고 괌의 수도인 아갓냐만에서 부터, 거꾸로 세운 컬링스톤 닮은 ‘버섯바위’의 탕기슨 해변을 거쳐, ‘사랑의 절벽’까지 왔다갔다 하며 아침 레저 항해를 즐기는 모습도 싱그럽다.

도로변에선 마리아나 제도 대표꽃인 주홍색 플루메리아가 반긴다.

탕기슨 해변 버섯바위
노란 카누의 아침 투몬 바다 항해

▶뜻밖의 선물, 에메랄드 밸리= 괌 최초 원주민 신부의 동상이 서 있는 광장과 괌의 수도 하갓냐 마을을 지나 남쪽 우마탁으로 가는 길, 평범한 나대지에 일행을 태운 밴이 돌연 정차한다. 예고에 없던 기착지이다.

도로 서쪽엔 발전소가 있을 뿐 별다른 랜드마크가 없어 “여길 왜?”라고 가이드에게 묻자, “30m만 걸어가보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나무 사이로 조금 걸어가보니 과연, 폭 30m 가량, 길이 500m 남짓한 바다 수로가 아름다운 연청록색 에메랄드색으로 곧게 뻗어 푸른색 먼바다와 함께 환상적인 색의 하모니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아름다운 투몬의 바다색 보다 더 예쁜 이유는 수로 주변의 석회암 민물과 섞였기 때문인 듯 싶다.

에메랄드 밸리

물속에서는 트럼펫 피쉬와 에인절 피쉬 등 다양한 어종이 유영해 마치 거대한 아쿠아리움 수족관을 보는 듯 하다. 제방을 따라 바다를 향해 걷는 모습을 이 에메랄드 밸리와 함께 앵글에 담으면 한 폭의 그림이 된다. 수로의 소실점은 푸른 바다이고 위쪽은 청색 하늘이다.

▶도자기 제조, 신성한 둥글 돌= 생각지도 못했던 보석을 눈에 담고 우리는 괌 남쪽 여행을 시작한다. 에메랄드밸리에서 18㎞ 가량 남쪽 해안로를 달리다 경사진 동쪽 내륙으로 올라가면 세티 베이(Cetti Bay) 아웃룩 전망대를 만난다.

세티베이는 괌 우마탁(Umatac) 마을에 도착하기 직전 세티아웃룩전망대에서 내려다 보이는 해안 국가사적지이다. 고대 유적은 내륙쪽으로 동그랗게 만을 형성한 해안선 730m와 인근 정글에서 발견된다. 고고학자들은 세티 해안 지역에 수천년 동안 사람이 거주했던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기원전 3000~2000년 무렵 부터이다.

세티만

지금은 자취를 감췄지만, 도자기를 구웠다는 자티(Jati)마을 유구와 자기 조각이 발견되는 등 이 국가 사적 구역에는 물품 제조용 공동작업장 유적도 있고, 세티만 가까운 정글에서는 직경 1m 가까이 되어보이는, 잘 다듬어진 둥근 바위가 여럿 발견된다.

역사문화해설가는 괌 어린이 교육용 동영상을 통해 “이 바위들은 절대자에 대한 존경, 인간과의 커넥션, 원주민 선조들의 얼이 담겨 있다”고 소개하며, 어떤 기복(祈福) 의식에 쓰였을 것으로 추정되는 구전민요를 불러준다. 험한 여정을 안전하게 지나도록 기원하는 내용이라고 한다.

▶지구는 둥글다 증명하기= 지금은 전문탐험가가 정글을 헤치고 해안까지 도달하거나, 물이 빠질 때 배를 타고 접근한다. 육로로 만에 접근하려면 우마탁 북쪽 해안이나 셀라(Sella)만의 남쪽 해안을 따라 고난도 하이킹을 해야 한다. 바닷길 접근도 수중 암초와 풍랑를 피해야 하기 때문에 쉽지않다.

고대와 현재의 지형이 비슷하다면, 일반인이 쉽게 접근하지 못하는 이곳에서 뭔가 신성하거나 귀중한 것을 은밀히 만들지 않았을까 싶다.

지구는 둥글다는 것을 증명하는 세티 전망대의 수평선 그리기 놀이

일반 여행객들은 세티베이 아웃룩(Cetti Bay Overlook) 전망대에서 만(灣)의 해안선과 숲을 볼수 있다. 멀리 남쪽을 바라보면 말레소,메리조 마을 해안에 있는 코코스섬도 보인다. 북쪽으로 셀라만의 일부도 시야에 들어온다. 이 사적지는 지역 해안 공원(Territorial Seashore Park)의 일부이기도 하다.

전망대는 우마탁 마을 최고 높이의 산(368m) 중 5부능선 쯤으로 비교적 높고, 내려다보는 조망의 반경이 넓다.

현지 랜딩사 김용태 가이드는 남에서 북으로 이어진 수평선을 손가락으로 함께 짚어가보자고 제안하더니, ‘손가락 수평선 실험’을 마친 후에, “지구가 둥근 것, 실감들 하시겠죠?”라고 농반진반을 했다.

▶전망대 뒤 산꼭대기엔 예수의 십자가= 전망대에서 바다 반대편 쪽으로 시선을 돌리면, 괌 남부지역 대부분을 구성하는 화산암과 검은 바위 베개 용암층도 볼 수 있다.

베개용암은 특이하다. 분출한 용암이 바다를 향해 하산하다가 어느 지점, 앞을 가로막은 기존의 바위와 절리 틈새들을 통과하며 치약 짜듯 여러 구멍으로 나오던 중 갑자기 찬 기운(물)을 만나 산 중턱에서 굳어진 것이다. 베개 여러 개를 차곡차곡 벽돌처럼 쌓아둔 모양새이다. 어쩌면 수백만~수만년 전 괌 남부지역 해수면은 지금 보다 더 높았을 수도 있고, 용암이 계곡물을 만났을 수도 있다. 한국의 연천 전곡읍 신답리 아우라지 베개용암(천연기념물)이 대표적이다.

세티전망대 뒷산 꼭대기 고난의 십자가

해발 400m에 육박하는 뒷산 꼭대기엔 거대한 십자가가 세워져 있다. 이곳에선 매년 4월 예수의 고난을 추념하는 종교 행사가 열린다.

세티만 남쪽은 바위, 북쪽은 모래로 이루어져 있고 바다 반대편엔 코코넛 나무들이 빼곡이 서서 호위하는 세티폭포도 있다고 한다. 우마탁 솔레다드요새로 가려면 세티에서 6㎞가량 남쪽으로 가면된다.〈계속〉

■‘하파데이(HAFA ADAI)’ 괌 자연·휴양·레저·인문·역사·미식 기행, ‘괌 클릭, 미국의 시작, 남태평양 수도’ 시리즈, 글 싣는 순서 ▶2023년 9월18일자 ①4시간 만에 만나는 미국, 괌에서 차모로와 춤을.. ▶9월21일자 ②사진맛집 괌 솔레다드 요새와 우마탁의 인간창조 신화 ③지구는 둥글다고 일러주는 세티, 괌 5000년 유적 ▶9월28일자 ④괌-티니안 한국 후손들, “올 추석도 행복하길..” ▶10월5일자 ⑤괌 문화예술에 깃든 자존감,포용력 & 잘~놀기 ⑥검은 머리 한데 묶고 영원한 사랑을..괌 로맨스 ▶10월12일자 ⑦“손님 원하는대로” 한국인 천국, 괌 음식·쇼핑·클럽 ⑧가장 괌 답다. 이나라한 곰바우..퍼스트비치도 ▶10월19일자 ⑨돌핀크루즈,별밤,등산,민속..괌 컬러풀 액티비티 ⑩괌내 한국계, 필리핀계 이어 2위, 괌-한국 진한 우정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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