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전 전남 영암군 영암읍 한 주택에서 일가족 사망 사건 현장 감식이 이뤄지고 있다.[연합]

[헤럴드경제(영암)=황성철 기자] 전남 영암 일가족 사망 사건으로 숨진 삼 형제가 20년 넘게 집에 갇혀 지낸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모두 장애가 있었던 20대 삼 형제는 초등학교조차 다니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15일 전남 영암군 영암읍의 한 주택에서 아버지인 김 씨(59세)와 어머니(56세) 그리고 20대인 삼 형제(각 29세·26세·23세)가 모두 같은 날 사망한 채로 발견됐다.

태어날 때부터 장애가 있었던 삼 형제는 실제로 사망 전까지 집 밖을 떠난 일이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형제 중 누구도 초등학교 입학 기록이 없고, 모두 선천적 장애가 있었는데도 청소년기가 지나서야 장애인으로 등록돼 특수교육 등 혜택도 받지 못했다.

첫째와 셋째는 자폐성 장애(1급), 둘째는 지적 장애(1급)를 진단받았다.

이들이 장애인으로 등록된 해는 2012년 1월, 2012년 10월, 2016년 3월로 각 18세, 15세, 16세 때였다고 한다.

2016년에야 삼 형제를 특수학교에 등록한 부모는 ‘재택학급’(특수교사가 가정 방문해 수업을 진행하는 식)을 신청했지만 그 이후로도 자녀들을 집밖에 내보내지 않았다.

마을 주민이나 집배원이 집을 찾아올 때면 삼 형제를 밖에 나오지 못하도록 들여보냈다고 이웃 주민들은 전하고 있다

성인이 된 뒤엔 전문 돌봄 인력이 찾아가는 ‘활동지원서비스’ 대상자로도 선정됐다.

하지만 신청 기간 내 요청하지 않아 자격이 중지됐고, 외부 활동이 가능한 주간보호서비스도 부모가 신청하지 않았다.

삼 형제가 겪은 상황이 알려지자, 명백한 아동학대, 장애인 학대라는 지적도 나오는 이유이다.

어린 시절부터 제대로 된 교육 기회를 놓치고 집 안에서만 20여 년을 산 게 본인들의 의지라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전남경찰청과 영암경찰서에 따르면 사망한 일가족 1차 부검 결과(추정), 아버지 김 씨의 사인은 약독물사, 어머니와 세 아들의 사인은 흉기 손상에 의한 사망으로 추정했다.

경찰은 가장인 김 씨가 가족을 모두 살해하고 극단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하고, 폐쇄회로(CC)TV와 주변인 탐문 등을 통해 수사를 하고 있다.

사망한 가족은 부검 후 모두 화장됐으며, 따로 장례를 치르지 않았다.

16일 오전 전남 영암군 영암읍 한 주택에서 일가족 사망 사건 현장 감식이 이뤄지고 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