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국회 심사 재추계·2회 재발표’ 지키지 않은 정부, 역대 최대 세수펑크 유발 [홍태화의 경제 핫&딥]
전문가들 “국회 심사과정서 수시 재추계…당해연도 세수 8월 다시 발표해야”
불과 1년 전 기재부가 초과세수 사태 일으킨 뒤 개선책으로 직접 다짐했는데
역대 최대 규모 세수결손 직면, 전혀 지켜지지 않아 다시 지적해야 하는 상황

[헤럴드경제=홍태화 기자] 역대 최대 규모 세수결손 사태가 일어나면서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세수추계 발표 빈도를 늘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예산 국회 심사과정에선 수시로 추계를 하고, 당해연도 세수는 정례적으로 그 해 8월에 다시 발표해야 한다는 것이 요지다. 경제규모가 커진 상황에서 다음해 세수를 올해 8월에 미리 맞추는 것은 어렵다는 설명도 붙었다.

기획재정부도 이 방안이 합리적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지난해 기재부는 역대 최대 초과세수 사태를 일으키고 개선책을 내놨다. 그 때 위와 같은 사항 대부분을 스스로 대책에 포함해 발표했다. 문제는 폐쇄적이고 보수적인 조직 문화, 정권 교체 등으로 인해 대책이 제대로 실현되지 않았다는 데 있다. 세수추계는 기존 방식으로 돌아왔고, 결국 세수결손이란 결과를 맞았다.

20일 정부에 따르면 기재부는 지난해 2월 ‘세수오차 원인분석 및 세제 업무 개선방안’을 수립했다. 역대 최대 규모의 초과세수가 생겨나면서 만든 대책이다. 핵심은 이상징후 대응체계 구축. 정부는 조기경보시스템(EWS)를 마련해 세수급등락 가능성이 높은 경우 사전적으로 원인분석을 하고, 이를 반영해 추계모형·지표 수정 및 재추계를 실시키로 했다.

특히 당해연도 세수는 5월 종합소득세 신고 직후인 6월, 부가가치세 신고 직후인 8월에 재추계해 발표키로 했다. 6월 하반기경제정책방향 등에서 바뀐 지표를 이용해 업데이트하겠다는 것이다. 미국·일본·독일·영국 등도 회계연도 시작 5~10개월 후 당해연도 세수를 재추계한다.

결론적으로 전혀 지켜지지 않았다. 기재부는 올해 내내 세수결손 우려와 지적에 직면하면서도 9월 중순이 돼서야 한 차례 재추계 내용을 발표했다. 한해를 고작 3개월 남긴 시점이다. 시기도 늦었고, 빈도도 절반으로 줄었다.

국회 내 심의과정에서 재추계를 하겠다는 다짐도 공염불이 됐다. 기재부는 8월 세입예산안을 편성한 뒤 국회 심의과정에서 세수변동 특이사항이 발생하면 이를 반영해 재추계하겠다고 개선방안에서 밝혔다.

올해 예산은 지난해 12월 중순까지 국회에 머물렀다. 여야 대치가 극으로 치달으면서 심의가 늦춰진 것이다. 기재부 입장에선 재추계를 발표하고 반영할만한 시간이 1개월 늘어났다. 세수 감소 우려는 올해 초, 정확히 말하면 지난 2월 28일 올해 국세수입 현황이 처음 발표 되자마자 시작됐다. 즉, 기재부가 2개월 뒤 세수도 예측하지 못했거나 혹은 예측하고도 반영하지 않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전문가들도 이전에 했던 충고를 되풀이하고 있다. 이미 기재부가 하겠다고 발표한 개선책을 1년만에 다시 지적해야 하는 것이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지난달 ‘세수오차의 원인과 개선과제’에서 “현행 세입예산안 편성 시점은 직전 회계연도의 7~8월 시점으로, 경기 사이클의 변동 징후와 그 원인을 정확히 판단하기 어려울 수 있다”며 “세입예산 편성 이후라도 경기나 세수흐름에 이상 징후 관측시 이를 추가로 반영하고 세입예산 확정 전 전까지 세입예산을 수정하는 절차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8월에 매년 정기적으로 당해연도 세수를 재추계하고 발표해 하반기 집행력을 높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내년 세수를 올해 8월에 발표해서는 오차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조직도 좀 늘릴 필요가 있다”며 “지금 수준의 조직 규모로는 세수를 예측하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이번 기회에 조직을 보강해 상시적 세수추계가 가능한 형태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경제 핫&딥’은 경제 상황과 경제 정책 관련 현안을 보다 깊고 쉽게 설명하는 연재 기사입니다. 경제 상황 진단과 전망은 물론 정책에 담긴 의미와 긍정적·부정적 여파를 풀어서 씁니다. 부작용이 있다면 대안을 제시하고, 또 다양한 의견을 담겠습니다.

th5@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