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개국 스위스에서 유로화→최종 수탁자 카타르 상업은행에
“한-이란 간 최대 양자 현안 해결…대이란 제재 계속 유의”
이란에 수감되어 있던 미국인 5명이 카타르가 중재한 이란과 미국 간 포로 교환 협상의 일환으로 18일 석방돼 가족과 함께 카타르 도하의 도하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UPI/연합] |
[헤럴드경제=최은지 기자] 한국 내 동결됐던 원유 대금이 스위스를 거쳐 카타르에 이전되면서 이란 정부가 이자를 받기 위한 법적 조치에 착수했다는 보도에 대해 한국 정부는 “이번 동결자금 이전과 관련해 모든 세부사항들은 이란을 포함한 유관국들과의 합의를 바탕으로 사전에 이뤄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외교부 당국자는 19일 취재진과 만나 “추가 손실 보전을 거론한다는 것은 관련국 간의 합의 취지에 맞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은행에 동결됐던 약 60억달러의 원화가 중개국인 스위스에서 유로화로 환전돼 최종 수탁자인 카타르로 이전되는 모든 사항은 이란 당국을 포함한 모든 유관국들과 철저한 합의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 이 합의에는 이자나 환차익 문제 등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정부는 이날 “그간 대이란 금융제재로 인해 한국에 동결돼 있던 이란 자금이 관련국간 긴밀한 협조 하에 최근 제3국으로 성공적으로 이전됐다”고 공식 확인했다. 앞서 미국과 이란은 지난달 카타르의 중재 하에 이란 자금을 인도주의 용도로 사용한다는 조건으로 한국 내 동결자금을 해소하고 수감자 맞교환에 합의했다.
우리은행, IBK기업은행 등에 개설된 이란중앙은행(CBI) 명의의 계좌에 있는 석유 대금 약 60억 달러는 중개국인 스위스에서 유로화로 환전돼 최종 수탁자인 카타르의 국영 상업은행인 QNB에 개설된 이란중앙은행의 계화에 이체됐다. 이에 따라 미국과 이란 수감자 맞교환이 이뤄졌다.
외교부는 한국 동결자금이 이전되는 과정에서 스위스와 카타르 등 제3국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고 밝혔다. 외교부 당국자는 “달러 경유 없이 환전이 불가능한 한국의 복잡한 외환시장 구조 속에서 우리 정부는 스위스를 자금 중개국으로 참여하도록 했다”며 “자금이체 과정은 여러 통화 유관국가와 금융제재가 얽혀있어 복잡했는데, 원만히 진행되도록 오랜 기간 구체적인 이체 계획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해당 자금은 합의에 따라 의약품, 식품, 의료기기 등 인도적 목적으로만 활용돼야 한다. 외교부 당국자는 “동결자금의 최종 수탁자인 카타르가 추후 인도적 교역 시스템을 무리없이 운영하도록 그동안 우리의 인도적 교역 공여 경험을 교환했다”고 밝혔다.
외교부 당국자는 “카타르의 경우 이란 자산을 유로화로 공유하면서 제3국에서 생산하는 의료품 등을 이란에 용이하게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란 국민들의 인도적 물품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유관국들은 동결자금 문제 해결을 위해 그동안 물밑에서 분주히 움직였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지난 8월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과 통화했고, 최근 중동지역 유관국 공관장과 상황점검회의를 개최했다. 박 장관은 지난달 15일 스위스와, 20일 카타르와, 지난 4일에는 이란 외교장관과 통화하면서 차질없는 합의 이행을 확인했다. 기획재정부는 스위스와 미국 재무당국과 수시로 소통하며 상세 사항을 협의했다.
2018년 미국의 대(對)이란 제재가 복원되면서 이란으로 물품을 수출한 국내 기업이 이란의 수입업자로부터 대금을 결제받지 못한 미수금이 남아있다.
당시 수입기업이 여전히 존재하는지, 이란 중앙은행에 대금지급이 완료됐는지와 의사가 있는지 확인하고, 이란 정부가 동결자금을 활용해 우리 수출기업에 미수금을 지급하는 절차를 진행해야 하는데, 이란 당국이 허가를 하더라도 국내 이란 동결자금과 연관된 모든 거래는 미국의 승인 대상이기 때문에 미국과의 협의절차도 필요하다.
따라서 현재 상황에서는 국내 이란 동결자금을 활용해 수출기업의 미수금을 지급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과 절차가 소요될 전망이다.
외교부는 “이번 동결자금 이전을 통해 지난 2018년 이래 한-이란 간 최대 양자 현안이 해결되면서 양국관계 개선 및 발전할 계기가 마련된 것으로 평가된다”며 “미국의 대이란 제재가 계속되기 때문에 인도적 물품 교역 이외에 우리 기업의 대이란 교역 및 투자활동이 가능한 것은 아니다”라며 주의를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