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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전력소비량 세계 8위
전력수요 44% 수도권 집중
발전소 전력 미스매치 심각

우리나라가 세계 8위 전력 소비국이지만 전력수요의 절반가량은 수도권에 집중돼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발전소의 대부분은 해안가에 위치해 전력 미스매치가 발생하고 있다. 이로 인한 대한민국 블랙아웃(대정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 업계의 우려다. ▶관련기사 4·5면

18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021년 국가별 전력소비량은 중국이 7714 테라와트시(TWh)로 압도적인 1위다. 그 다음은 ▷미국(3869TWh)▷인도 (1355TWh)▷러시아 (963TWh)▷일본 (916TWh) ▷브라질(579TWh) ▷캐나다(562TWh)에 이어 대한민국 (553TWh)은 8위다.

특히 우리나라의 전력 소비 증가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철강, 석유화학, 반도체 등 에너지 다소비 산업이 경제의 근간을 차지하는 데다 이들 산업용 전력을 생산원가 이하로 공급하는 ‘특혜성 전력 정책’도 전력소비 증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OECD 회원국의 전력 생산량은 1990년 7629TWh에서 2013년 1만796TWh로 41.5% 증가했다. 같은 기간 우리나라의 전력 생산량은 105TWh에서 538TWh로 무려 410.5% 급증했다. 이는 OECD 회원국 전체 증가율의 10배에 달하는 것으로 회원국별로 살펴봐도 가장 많이 늘어난 수준이다. 문제는 전력 수요와 공급간의 미스매치다. 전력수요의 약 44%는 수도권에 집중된 반면, 발전소는 해안가에 위치해 있다. 이러한 미스매치로 장거리 송전선로 건설이 필수적이며, 수도권 내 공급능력 확충도 시급한 실정이다.

한국전력은 2036년까지 송·변전 설비에 56조5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2021년 9월 발표한 제9차 장기 송·변전설비계획(29조3000억원)보다 약 26조원 늘어난 규모다. 반도체 등 전력수요가 많은 산업 투자가 수도권에 편중되자 대규모 송전선로 투자비가 2년 전보다 2배가량 늘어난 것이다. 전력 생산(지방)과 수요(수도권)의 불균형이 더 심화된 탓이다.

특히, ‘전기 먹는 하마’인 반도체 공장과 데이터센터의 수도권 집중 현상으로 투자 비용이 대폭 늘었다. 한전은 삼성 평택캠퍼스·SK하이닉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1조원, 수도권 3기 신도시에는 1조1000억원의 신규 송·변전 투자비가 발생할 것으로 추산했다.

원자력발전과 신재생에너지가 늘어난 점도 영향을 미쳤다. 원전은 계속 운전과 신규원전 건설로 2년 전 발표한 계획 대비 약 68%,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은 약 39% 각각 늘어날 것으로 정부는 내다봤다. 이들 발전시설이 주로 지방에 있는 만큼 전력수요가 몰린 수도권으로 공급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전력망 투자가 늘어나야 한다.

전력망 투자가 늦어지면 블랙아웃 가능성도 있다. 대정전은 대개 과도한 전력 수요로 발생하지만, 반대로 전력 공급이 수요를 큰 폭으로 웃돌아도 불안정성 탓에 일어날 수 있다. 최근 전라도와 경상도에 태양광 설비와 원전이 늘어나 전력 생산은 확대됐지만, 기업 휴무 등으로 수요가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공급과잉 현상이 발생하자 정부는 대정전 우려에 올 봄 원전 출력을 강제로 낮추기도 했다.

한전은 전력 공급·수요 미스매치에 따른 블랙아웃을 막기 위해 ‘전력 고속도로’를 만들기로 했다. 초고압 직류송전(HVDC) 기간망을 건설해 태양과 원전이 모여 있어 전력이 남아도는 서해·호남지역과 전력이 부족한 수도권을 잇겠다는 방안이다. 다만, 막대한 비용이 들어 실제 공사에 차질이 발생할 수도 있다. 지난해 30조원이 넘는 천문학적인 적자로 한전의 송배전망 투자는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한전은 2019년에 송·배전 설비에 6231억원을 투자했지만 지난해에는 6013억원에 그쳤다.

정부가 지난 3월에 발표한 용인 반도체클러스터 관련 2042년까지의 송·변전 설비투자 계획까지 반영할 경우, 투자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 한전은 현재 삼성전자와 설비 계획에 대해 논의 중이기 때문에 추후에 관련 설비 투자계획을 반영한다는 계획이다. 또 주민 수용성이 갈수록 낮아지면서 예산이 있어도 송전망 확충이 어려운 건 마찬가지다. 한전은 신한울 1·2호기 생산 전력을 수도권으로 보내기 위해 2008년 동해안~신가평 HVDC 건설 계획을 확정했으나 주민 반발 속에 사업이 늦어져 최근에야 본격적인 건설을 시작했다. 한전이 2013년 시작한 23.5㎞ 구간의 고덕~서안성 송전선로도 주민 수용성 문제로 10년이 지난 12일에야 준공했다.

전문가들은 전력 공급·수요 미스매치 해결이 반도체 등 글로벌 경제 전쟁의 승패를 좌우한다고 조언했다. 송전선로 하나 놓는 데 10년 이상 걸린다면 ‘초격차 전략’이라는 구호도 공염불에 그칠 수 있다는 것이다.

배문숙 기자

osky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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