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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누가 날 원하겠어요” 전쟁서 실명한 우크라 군인, 신부와 ‘눈물의 결혼식’
우크라이나 퇴역 군인 이반 소로카(27)와 그의 신부 블라디슬라바 리아베츠(25). [AP]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군의 공격으로 시력을 잃은 우크라 퇴역 군인의 눈물 가득한 결혼식 사연이 전해졌다.

지난 15일(현지시간) AP통신은 우크라 퇴역 군인 이반 소로카(27)와 그의 신부 블라디슬라바 리아베츠(25)의 결혼식을 전했다. 많은 우크라이나 연인들이 전쟁 등 불확실한 미래 속에서도 사랑을 이어가고 결혼을 결심하고 있다는 보도에 대한 뒷받침 사례였다.

이들의 결혼식은 지난 10일 우크라이나 키이우 인근 농촌마을인 보르트니치에서 이뤄졌다.

시력을 잃은 소로카는 다가오는 리아베츠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 그런 소로카가 리아베츠의 손에 결혼 반지를 끼우자 주변에서 박수가 터졌다. 소로카는 눈물을 쏟았다. 친척과 이웃, 친구들은 풍선과 화환으로 장식된 결혼식장에 둘러앉아 두 사람의 행복을 위해 축배를 들었다. 결혼식장은 웃음소리와 노래로 가득했다. 테이블 위에는 다산의 상징인 둥근 빵이 놓여있었다.

두 사람은 우크라이나 전쟁 속에서 사랑에 빠졌다.

전쟁이 터지고서 2개월도 안 된 지난해 4월6일, 당시 군 병원에서 폐렴으로 치료를 받고 있던 소로카가 먼저 리아베츠에게 데이트앱 메시지를 보냈다. 둘은 곧 연인 관계로 발전했다. 소로카는 짧은 휴가 중 전방에서 리아베츠를 만날 수 있었다. 사귀자고 한지 6주가 지난 후였다. 이때 소로카는 리아베츠에게 약혼 반지를 선물했다.

우크라이나 퇴역 군인 이반 소로카(27)와 그의 신부 블라디슬라바 리아베츠(25). [AP]

하지만 전쟁의 검은 그림자가 이들마저 덮쳤다.

소로카는 가장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는 도네츠크 지역 바흐무트에 배치됐다. 같은 해 8월2일 호를리브카 마을 인근에서 소로카가 속한 부대에 철수 명령이 떨어졌다. 그런데, 소로카는 퇴각 중 러시아 군대의 포격에 당하고 말았다. 포탄의 파편은 하필 소로카의 눈으로 향했다. 소로카는 다리도 다쳤다.

소로카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리아베츠는 그 1년여 기간에 매 주말 소로카를 찾았다. 소로카가 시력이 회복되길 간절히 바랐지만, 그 바람은 끝내 이뤄지지 못했다. 소로카가 시력을 잃고 가장 먼저 한 말은 "이제 누가 나를 원하겠느냐"는 한탄이었다.

그 말을 들은 리아베츠는 말했다. "아무 것도 변한 건 없다". 그렇게 두 사람은 사랑의 결실을 맺게 된 것이다.

소로카는 "앞으로 나아갈 각오가 돼 있다"고 밝혔다. 그는 곧장 일자리를 구할 예정이다. 아이도 가질 계획이다. 소로카의 할머니 나탈리야(86)는 "내 손자가 이 아름다운 모습을 못 봐 아쉽다"며 "그의 인생에 이런 소중한 여인이 있다는 데 대해 하느님께 감사드린다"고 했다.

yu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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