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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尹정부 초대 ‘실물경제 컨트롤타워’ 이창양 장관,성장형 산업전략 기반 마련[세종백블]
행시 29회 수석·인수위 경제2분과 간사 출신…시장주도 경제성장 패러다임 제시
원전 생태계 복원 초석 마련…폴란드 원전 수출 성과 이끌어
교체 원인, 전기요금 인상놓고 정치권·대통령실·기재부에 고립무원 배경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헤럴드경제DB]

[헤럴드경제=배문숙 기자]윤석열 정부 초대 경제팀에서 실물경제를 총괄하는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1년4개월가량의 재임기간을 조만간 정리할 것으로 보인다. 후임으로 지명된 방문규 전 국무조정실장에 대한 인사청문회 보고서 채택이 불발된 상태지만 윤 대통령이 조만간 인사청문회 보고서 채택과 상관없이 인사청문회법에 따라 방 후보자의 임명을 재가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 장관은 윤 대통령 후보시절부터 윤 정부가 지향하는 ‘민간 주도 공정혁신 경제’속에서 성장지향형 산업전략의 밑그림을 그리고 시장주도의 경제성장 패러다임을 제시하면서 중국 삼국시대 최고의 전략가인 제갈공명에 비유됐다.

17일 관가에 따르면 이 장관 이임식은 오는 19일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지난해 5월13일 윤 정부의 초대 산업부 장관으로 취임한 이 장관의 재임일은 495일이 되는 것이다.

행정고시 29회 수석 출신인 이 장관은 산업부에서 15년간 공직생활을 한 뒤 KAIST 교수로 옮긴 기술혁신경제 전문가로 윤 대통령이 후보시절 산업정책 관련 조언을 했던 점을 인정받아 인수위원회 경제2분과 간사를 역임했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달 15일 여름철 전력수급 대비 현황 점검을 위해 경기도 의왕시 전력거래소 경인지사를 방문해 관계자 설명을 듣고 있다. [연합]

이 장관은 당시 취임일성으로 성장지향형 산업전략 추진을 내세웠다.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에서 시장주도 성장으로의 정책 패러다임 전환이 본격화해 산업의 경쟁력 강화와 경제의 성장을 이끌어 내겠다는 것이었다.

이 장관은 재임기간 ‘기업활력을 높여 저성장 기조를 극복하겠다’는 윤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에 맞게 산업에너지정책방향을 익숙한 정책 방식에서 벗어나 모든 정책영역을 재검토하고 새로운 접근과 방식을 모색해왔다. 이를 통해 양질의 일자리도 창출했다는 평이다.

산업정책에서는 민간과 함께 자동차, 반도체, 배터리 등 업종별 로드맵을 제시했다. 다만 이 장관이 그동안 열정을 쏟아 만들어놓은 ‘이창양표 산업대전환’정책을 끝내 발표하지 못하고 후임에게 넘길 수 밖에 없어 직원들의 아쉬움이 크다는 것이 내부의 전언이다.

또 이 장관은 전국 15개 국가산단 지정이라는 청사진을 제시하고, 첨단전략산업 단지 및 소부장 특화단지 지정안을 발표해 물리적인 로드맵(physical roadmap)과 소프트웨어적인 청사진(software blueprint)를 내놓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반도체세액공제, 중견기업 상속세 완화, 화평 화관법 개정 등도 이 장관이 강한의지로 밀어부쳐 이뤄졌다는 것이 관가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 4월 2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윌라드호텔에서 열린 '한미 공급망 산업대화'에 참석해 지나 러몬드(Gina Raimondo) 미국 에너지부 장관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

이 장관은 지나 러몬도 미 상무부 장관과 캐서린타이 미무역대표부(USTR) 대표, 제니퍼 그랜홈 미 에너지부 장관과 하버드대 동문 출신으로 이메일 등 수시로 소통하는 채널을 확보했다. 교수 출신인 안덕근 통상교섭본부장이 산업구조에 대한 이해도가 낮다는 단점을 이 장관이 직접 뛰어다니면서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반도체법 등을 나름 선방했다는 평가도 받는다. 이 장관은 IRA 시행직후인 지난해 9월 미국을 방문해 “미국에 IRA 문제로 (양국) 관계가 어려워지거나 국내 여론이 안 좋아지면 큰 틀에서의 접근에 정책 모멘텀이 낮아질 수 있고, 소탐대실할 수 있다”고 미국에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또 윤 대통령의 일본 국빈방문에 직후 전격적으로 한일수출규제를 철회하는 과정에서 주무부처 장관으로 꼼꼼히 챙겼다. 미국을 비롯해 아랍에미리트(UAE), 사우디아라비아, 베트남 등 윤 대통령의 해외순방마다 성과를 이끌어내는 밑그림을 그리는데 역할을 했다는 평이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 5월 15일 경남 창원시에 소재한 두산에너빌리티에서 열린 '신한울 3·4 주기기 제작 착수식'에 참석해 축사하고 있다. [연합]

무엇보다 에너지 주무부처 장관으로 윤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인 원자력발전 생태계 복원의 기반을 다져 에너지시스템 정상화을 이끌어 냈다. 문재인 정부에서 멈쳤던 원전들을 재가동시키고, 계속운전 허가도 늘면서 원전생태계 일감 회복을 주도한 것이다.

특히 원전 10기 수출이라는 국정과제 이행을 위해 이 장관은 취임직후인 지난해 6월 폴란드로 날라가 방산수출과 연계해 폴란드 원전 수출 성과를 만들어 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지난해 10월 제팍, PGE와 폴란드 바르샤바 서쪽 240㎞에 있는 퐁트누프 지역에 APR1400 최대 4기를 건설하는 사업에 관한 협력의향서(LOI)를 맺은 바 있다. 이는 민간 원전 건설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것으로 다른 차원의 원전수출 성과를 이뤄냈다는 평가다.

또 이 장관이 재임기간 관심을 갖고 챙겼던 것이 송배전망 건설이다. 전력수요의 약 44%는 수도권에 집중된 반면 발전소는 해안가에 위치해 있다. 이에 따라 전력수요의 수도권 집중으로 장거리 송전선로 건설과 수도권 내 공급능력 확충이 필요한 실정이다. 이 장관은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의 안정적인 전력공급과 경기 남부지역 전력계통 보강을 위한 ‘345kV 고덕~서안성 송전선로 건설사업’ 준공을 이끌어냈다. 이 사업은 총 23.5km에 이르는 송전선로로 최초 계획된지 10년만에 준공했다. 추진과정에서 지역주민과의 갈등이 지속적으로 발생해 속도를 내지 못했던 사업이다.

정치권과 관가에서는 이런 성과에도 이 장관을 교체한 배경에는 이 장관이 전기요금 인상여부를 놓고 국민의힘, 대통령실, 물가당국인 기획재정부 등과 대립각을 세웠기 때문으로 해석하고 있다. 처음으로 지난 3월 전기요금 당정협의가 생기면서 전기요금 현실화를 밀어부친 정승일 당시 한전사장도 국민의힘의 강한 사퇴 압박에 임기를 1년가량 남겨놓고 사퇴했다. 물가당국인 기재부 출신인 김대기 대통령실 비서실장, 최상목 경제수석,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속에서 이 장관이 고립무원(孤立無援)으로 본인의 역량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다는 것은 재임기간의 최대 아쉬움으로 남는다.

osky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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