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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佛 '2년 연장'도 반대, 韓 노동계는 "65세까지" 왜?[김용훈의 먹고사니즘]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법정 정년을 65세까지 연장하는 법률 개정안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로 회부됐습니다. 한국노총이 지난달 16일 신청한 ‘65세 정년연장’ 국민동의청원이 기준 기한인 30일 이전인 29일만에 그 성립 조건을 채웠기 때문입니다. 청원 규정 상 청원서 공개 이후 30일 이내에 동의 수가 5만명을 넘기면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인 환경노동위원회로 회부됩니다. 고령자고용법 제19조(정년)에서 정하고 있는 정년 60세 이상을 국민연금 수급개시 시점인 65세 이상으로 단계적으로 늦추는 법률 개정안에 대해 심의한 후 이를 국회 본회의에 부의하거나 폐기하게 됩니다.

韓 노동계 정년연장 요구 뒤 '슬픈 현실'

그런데 우리 노동계는 어째서 정년연장을 요구하는 걸까요. 프랑스만 해도 62세이던 정년을 64세로 연장하겠다고 하자 주요 노조들이 파업을 강행하는 등 반발의 강도가 무척 강했죠. 그 이유는 바로 우리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연금개시연령과 법정 정년이 맞지 않는 유일한 국가라는 점 때문입니다. 프랑스나 여타 OECD국가들은 정년까지 일하면 ‘먹고 살 만큼’의 연금이 나옵니다. 연금 수령액이 기존 소득대비 얼마나 되는 지 계산한 걸 소득대체율이라고 하는데요, 프랑스는 소득대체율이 60.2%에 달합니다. OECD 평균도 51.8%나 되죠. 우리는 31.2%로 매우 낮아요.

1월 19일(현지시간) 오후 프랑스 파리 레퓌블리크 광장에서 열린 프랑스 연금개혁 반대 시위에 참여한 윔볼트 씨가 '60세에는: 늙고 연금을 받아야 한다, 늙고 실직 상태여야 한다, 늙고 죽어야 한다'는 항목 중 첫 번째 항목에 체크한 피켓을 들고 있다. [연합]

무엇보다 중요한 건, 정년까지 일하면 바로 그 다음부터 연금을 받으며 쉴 수 있다는 점이예요. 그래서 프랑스 시민들에게 정년연장은 2년을 ‘더 일하도록’ 국가가 강제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죠. 반면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연금개시연령과 법정 정년이 맞지 않는 유일한 국가예요. 현재 국민연금 개시연령은 계속 뒤로 늦춰져 정년 이후 3~5년을 기다려야 연금을 받을 수 있어요. 특히 기존 소득의 31%수준의 연금 만으론 살기 어렵겠죠. 한국 노인빈곤율이 43.4%(2021년 기준)로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원인이기도 합니다. 결국 정년을 연장해서라도 돈을 더 벌어야 살 수 있는 거죠.

‘일하는 가난한 노인’ 가장 많은 나라

어쩔 수 없이 우리나라 노인들은 최근 ‘직업훈련’에 매진하는 모습입니다. 이는 고용노동부가 운영하는 직업훈련 국비지원 제도인 ‘내일배움카드’ 신규 발급자를 봐도 확연히 드러납니다. 이 카드를 발급 받으면 기본 300만원 최대 500만원 한도 내에서 훈련비의 45~85%를 지원받을 수 있습니다. 지난해 내일배움카드 신규발급자 가운데 60세 이상은 12만6448명으로 2021년(10만9573명)보다 15.4% 늘었습니다. 2년 전인 2020년(6만1099명)과 비교하면 두 배가 넘죠. 반면 10~30대 발급자는 모두 줄었죠. 특히 15~19세는 전년보다 5.6% 감소해 그 폭이 가장 큽니다.

노인들의 발버둥 덕분일까요. 한국 고령층 고용률은 OECD 국가보다 높고, 추세적으로도 상승하고 있습니다. 노인고용률은 34.9%로(2021년 기준) OECD 국가 1위입니다. 하지만 이들이 일하는 ‘일자리의 질’은 그다지 높지 않은 것 같습니다. 실제 지난해 기준 고령 취업자 중 상용직 비중은 35.1%로 15∼54세 핵심 근로 연령층의 상용직 비중(65.6%)의 절반 수준이었습니다. OECD 국가 중 노인빈곤율과 노인고용률이 모두 1위라는 점은 무슨 뜻일까요. ‘일을 하면서도 가난한 노인’들이 많다는 것이겠죠. 우리는 언제쯤 프랑스처럼 전 국민이 “정년 연장 반대”를 외칠 수 있을까요.

※[김용훈의 먹고사니즘]은 김용훈 기자가 정책 수용자의 입장에서 고용노동·보건복지·환경정책에 대해 논하는 연재물입니다. 정부 정책에 대한 아쉬움이나 부족함이 느껴질 때면 언제든 제보(fact0514@heraldcorp.com) 주세요. 많은 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기사로 보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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