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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가반역죄·1급살인죄” 수위 높아진 김기현의 입 [이런정치]
“개념 없는 개념연예인” 발언에 與도 들썩
존재감 키우기·총선 전 지지층 결집 포석
최근 박근혜·이준석계 만나며 보수 통합 행보
“與 대표 아닌 野 언어에 가깝다” 지적도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12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관광공사에서 열린 사단법인 문화자유행동 창립기념 심포지엄 및 창립총회에서 축사하고 있다.[연합]

[헤럴드경제=김진 기자] “이 사건은 국민주권 찬탈 시도이자 민주공화국을 파괴하는 쿠데타 기도로, 사형에 처해야 할 만큼의 국가반역죄”(7일 ‘대선 공작 게이트’ 관련 부산 현장최고위원회의 모두발언)

“이런 짓은 단순한 가짜뉴스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치밀하게 기획된 공작뉴스 차원의 문제이다. 치밀하게 계획된 1급 살인죄는 과실치사죄와는 천양지차로 구분되는 악질 범죄로써 사형에 처해지는 범죄” (11일 최고위원회의 모두발언)

“개념연예인이라고 이야기하는데, 개념 없는 개념연예인이 너무 많은 것 아닌가” (12일 ‘김윤아 오염수 방류 비판’ 관련 문화자유행동 창립 기념 심포지엄 축사)

“직원들이 장부를 속이는데, 주인이 모르고 있었다면 바지사장이고, 알았다면 주범”(15일 ‘청와대 통계 조작 감사원 감사 결과’ 관련 페이스북)

강경해진 발언에 與野 모두 들썩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발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지난 대선 ‘김만배-신학림 허위 인터뷰’ 의혹을 ‘국가반역죄’와 ‘1급 살인죄’에 비유하고,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방류를 비판한 연예인을 ‘개념 없는 개념연예인’이라고 꼬집었다. 전 정부 통계조작 의혹과 관련해서는 문재인 청와대를 ‘바지사장’과 ‘주범’이라 불렀다.

판사 출신의 4선 국회의원으로 원내대표 시절 차분한 리더십으로 주목받았던 김 대표의 달라진 모습은 당 안팎의 눈길을 끌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제대로 된 교육을 받은 사람인지 의심스럽다(이재명 대표)”, “김윤아씨를 겨냥해 개념 없다고 비난하고 인신공격을 일삼는 김 대표가 개념이 없다(이경 상근부대변인)” 등 비판이 나왔다.

국민의힘 내에서도 김 대표가 김윤아씨 발언을 지적한 것을 놓고 “대중연예인의 입장표현이 대중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이유로 공격하는 것은 부끄러운 짓(김웅 의원)”, “연예인이 무슨 벼슬이라고, 말은 하고 싶은 대로 다 하고 아무런 책임도 안 져야 되냐(장예찬 최고위원)” 등 반응이 나왔다.

김씨 소속사는 파장이 커지자 12일 입장문을 내고 “결코 정치적인 입장을 피력한 것이 아니었고 환경오염에 대한 우려와 아쉬움을 표한 것이었음을 분명하게 말씀드린다”고 해명했다.

‘차분한 판사 스타일’에서 달라진 리더십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왼쪽부터), 윤석열 대선 후보, 김기현 원내대표가 2021년 12월3일 오후 울산시 울주군 한 식당에서 만찬 회동 후 손을 맞잡고 대선 승리를 다짐하고 있다. [연합]

김 대표는 판사 출신으로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시절 입당해 17·18·19·21대 국회의원과 울산시장을 지낸 여권의 대표적 중진이다. 이준석 대표 체제에서 원내대표 임기를 마친 그는 올해 4월 전당대회에서 친윤계 압도적 지지를 받으며 당대표에 올랐다.

원내대표 시절 김 대표의 리더십을 놓고선 ‘차분한’, ‘진중한’ 등의 표현이 자주 거론된다. 한 당 관계자는 “판사 출신답게 꼼꼼하고 차분한 게 김기현 스타일”이라며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 격한 발언이나 행동은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 중진 의원은 “김기현 대표의 장점은 중재나 조율에 있다”며 “이준석 대표가 윤석열 당시 대선 후보와 갈등을 빚었을 때 역할을 했다”고 회상했다.

당대표 취임 이후 달라진 모습을 놓고선 김 대표가 여권의 주요 정치인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존재감 키우기’에 나선 동시에,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야권과 각을 세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또 다른 당 관계자는 “원내대표와 당대표는 역할 자체가 다르다”며 “원내대표는 끊임없이 야당과 소통하고 협력해야 하지만, 당대표는 당이 추구하는 가치를 무게감있게 보여줘야 하는 자리”라고 설명했다. 다만 갈수록 강경해지는 발언을 놓고선 “여당 대표의 언어가 아닌 야당의 언어에 가깝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근혜·이준석계·前운동권 만나며 ‘보수 통합’ 행보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13일 오후 대구 달성군 박근혜 전 대통령 사저 앞에서 박대출 정책위의장, 구자근 당 대표 비서실장 등과 함께 유영하 변호사의 안내를 받아 박 전 대통령을 예방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

실제 김 대표는 최근 보수 진영 내 주요 인사들과 접점을 넓히며 연일 종횡무진하고 있다. 지난달 말 이준석계이자 전당대회에서 당대표 자리를 두고 경쟁했던 천하람 전남 순천갑 당협위원장과 비공개 조찬 회동을 가졌다. 이달 12일에는 민주당을 탈당한 양향자 무소속 의원이 공동대표를 맡은 ‘한국의희망’ 대표단과 만나고, 같 은날 조국통일범민족연합(범민련) 출신인 민경우 대안연대 대표, 서민 단국대 교수 등 10명과 비공개 오찬을 가졌다. 이들은 과거 현 야권에서 활동한 이력이 있지만,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등 현안에 있어 민주당과 사실상 결별한 이들이다 .

김 대표는 13일 박근혜 전 대통령을 예방하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김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과의 만남을 제안했으며, 긍정적인 답변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과 박 전 대통령의 만남이 성사되면 박 전 대통령의 탄핵을 계기로 갈라진 보수 진영 내 통합 계기가 될 수 있을 전망이다.

김 대표의 행보를 보수 결집을 넘은 ‘보수 빅 텐트’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 지난 대선과 마찬가지로 계파를 넘은 보수 진영의 대규모 연합이 필요하다는 여권 일각의 주장과 결을 같이 한다. 김 대표 역시 전당대회에서 ‘연포탕(연대·포용·탕형)’을 실현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다만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14일 MBC라디오 인터뷰에서 “보수 빅 텐트로 보기에는 아직까지 나간 얘기로 보인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보수 빅 텐트보다는 이 분이 당의 뿌리인 TK와 박근혜 대통령 등을 찾고, 어떻게 보면 개인인 김기현 대표 리더십의 동력을 확보하는 그런 과정 속에 이루어진 행보가 아닐까”라고 평가했다.

soho0902@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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