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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승기 - 아우디 RS e-트론 GT] 안개 낀 알프스 절벽도 ‘거뜬’…고급 세단·스포츠카 매력 결합
속도 무제한 아우토반·알프스산맥서 주행
200㎞로 달려도 평온…제로백 3.3 ‘괴물’
아우디 ‘기술을 통한 진보’는 현재 진행형
아우디 ‘RS e-트론 GT’. 기술을 통한 진보를 집약한 아우디 첫 RS 전기차다. 독일(뮌헨)=김지윤 기자
아우디 ‘RS e-트론 GT’ 주행 모습. 독일(뮌헨)=김지윤 기자

[헤럴드경제(뮌헨)=김지윤 기자] ‘기술을 통한 진보(Vorsprung durch Technik)’

1971년 아우디가 선보인 슬로건이다. 아우디의 모든 특징을 ‘기술’로 요약하는 한편, 그 기술을 바탕으로 미래를 향해 도약하겠다는 의미를 담았다. 그로부터 50년, 아우디는 이 슬로건을 바탕으로 최고의 자동차 브랜드가 됐다.

1980년 제네바 모터쇼에서 사륜구동 ‘콰트로’ 시스템을 선보이며 랠리를 주름잡았고, 1994년에는 아우디 ‘A8’에 전체가 알루미늄인 ‘아우디 스페이스 프레임(ASF)’을 도입했다. 이를 바탕으로 내구성이 뛰어나면서도 가벼운 자동차를 만들었다. 2000년대 초반 아우디가 선보인 ‘싱글 프레임 그릴’은 자동차 시장의 새로운 유행이 됐다.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 산업의 패러다임이 변화하는 현재도 아우디는 여전히 기술에 목말라 있다. 실제 직접 만나본 전기차 ‘RS e-트론 GT’는 ‘기술을 통한 진보’라는 아우디의 원초적인 목표가 집약된 미래 지향적인 차였다.

아우디 ‘RS e-트론 GT’, 유려한 루프라인과 낮은 포지션이 공기 저항을 최소화해 준다. 독일(뮌헨)=김지윤 기자

지난달 27일(현지시간)~29일 독일 뮌헨과 오스트리 티롤 일대에서 RS e-트론 GT를 시승했다. 3일간 총 주행거리는 약 850㎞다. 독일 뮌헨국제공항 인근에서 출발해 오스트리아 레르무스·텔프스, 독일 부헨·팀멜스요흐·테게른제 등을 거쳐 다시 출발지로 돌아오는 코스였다.

속도제한이 없는 독일의 고속도로 아우토반을 비롯해 도시 3면이 알프스산맥으로 둘러싸인 볼차노, 해발 고도 2474m의 지그재그 고개가 이어지는 팀멜스요흐, 아름다운 호수 테게른제가 펼쳐진 도로 등을 누볐다. 와인딩코스와 뻥 뚫린 초원 등 다채로운 주행 환경은 RS e-트론 GT의 성능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RS는 아우디의 ‘Renn Sport(racing sports)’의 약자로 브랜드의 초고성능 라인을 의미한다. RS e-트론 GT는 아우디가 만든 첫 번째 전기 RS 모델이기도 하다. 그란 투리스모(GT)의 역동적인 비율과 아우디 RS 모델만의 초고성능 특성을 결합했다.

가장 인상적인 건 가속력이다. 598마력의 최고 출력과 84.7㎏.m의 최대 토크로 조용하면서도 강력하게 치고 나간다. 아우토반에서 보다 깊게 액셀러레이터를 밟자 안전 제한 최고 속도인 시속 250㎞까지 금세 속도가 붙었다. 특히 시속 200㎞ 구간까지는 차체가 흔들리는 느낌조차 없이 평온 그 자체였다. 부스트 모드는 기대 이상의 괴물 같은 성능을 발휘했다. 부스트 모드시 646마력에 제로백(정지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3.3초다.

아우디 ‘RS e-트론 GT’. 독일(뮌헨)=김지윤 기자

무게 중심은 낮고 묵직하다. 하부에 고전압 배터리를 넣고, 프런트 액슬과 리어 액슬 사이의 균형 잡힌 무게 배분을 실현한 덕분이다.

운전대를 놓치면 바로 절벽으로 떨어질 것 같은 좁은 폭의 도로가 지그재그로 이어지는 팀멜스요흐 고개에서 낮은 무게중심은 더욱 빛을 발했다. 2355㎏의 무게가 전혀 느껴지지 않을 만큼 민첩하고, 예리하게 코너를 빠져나갔다.

특히 이번 시승에서는 3일 내내 비가 내리고 짙은 안개가 꼈는데, 빗길에서는 젖은 노면을 움켜쥐는 듯한 콰트로 특유의 안전성이 더욱 돋보였다. 스티어링휠은 강렬한 에너지가 그대로 전달될 정도로 반응력이 뛰어났다.

아우디 ‘RS e-트론 GT’ 인테리어. [아우디 제공]
아우디 ‘RS e-트론 GT’의 유려한 루프라인. 독일(뮌헨)=김지윤 기자

디자인에서는 아우디의 고급스러운 감성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후방으로 완만하게 경사져 흐르듯 내려가는 루프라인은 우아하면서도 공기 저항을 최소화해 준다. 주행 상황에 따라 리어 윙과 전면의 냉각 공기 흡입구 설정을 조절할 수도 있다.

‘조명 회사’라는 별명을 가진 아우디답게 헤드 및 리어라이트는 독보적이다. 매트릭스 LED 헤드라이트는 단순 조명의 역할을 넘어 아우디의 진보적 디자인 언어를 표현했다.

RS e-트론 GT에는 93.4kWh 용량의 리튬 이온 배터리가 탑재돼 공인 복합기준 336㎞를 달릴 수 있다. 첫날에는 다양한 주행 모드를 활용하며 주행거리를 의식하지 않고 자유롭게 달렸다. 처음 출발 당시 300㎞였던 주행가능 거리는 265.5㎞를 주행한 뒤 32㎞로 줄어 있었다. 공인 주행 거리와 유사한 수준이었다.

종합적으로 RS e-트론 GT는 평소 고급스러운 전기 세단이었다가 드라이빙의 즐거움을 원하는 순간 강력한 스포츠카로 변신할 수 있는 ‘야수의 심장’을 가진 차라는 생각이 들었다. 강력한 파워, 아름다움, 고급 세단이 주는 안정성까지 모두 욕심낸, 아우디의 초고성능 전동화의 시작을 보여주는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국내 가격은 개별 소비세 인하 적용 기준 2억632만원이다.

아우디 ‘RS e-트론 GT’. 독일(뮌헨)=김지윤 기자
아우디 ‘RS e-트론 GT’. 독일(뮌헨)=김지윤 기자
jiy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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