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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中 전기차 굴기’ 제동건 EU·美…현지 생산망 구축한 韓에 기회?
EU, 中 전기차·배터리 산업 견제…反보조금 조사 예고
폴란드·헝가리 등에 생산망 구축한 韓 업체 경쟁 유리
中 업체들 공장 건설 속도…CATL·궈시안 등 현지 생산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이 13일(현지시간)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유럽의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이날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역내로 수입되는 중국산 전기차를 대상으로 대대적인 ‘반(反)보조금 조사’에 착수하겠다고 발표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지윤 기자] 미국에 이어 유럽까지 중국의 전기차 굴기에 제동을 걸고 나서면서 급성장하고 있는 중국 전기차·배터리 산업의 성장 엔진이 꺼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이번 조치로 유럽 내에서 생산된 배터리를 사용하는 전기차 비율이 높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유럽에서 64%의 시장을 점유하고 있는 국내 배터리 3사의 수주 확대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유럽연합(EU)이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반(反)보조금 조사에 나서겠다고 밝힌 가운데, 중국은 ‘편향된 보호무역주의’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전날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연례 정책연설에서 “보조금을 지원받고 가격을 낮춘 중국산 전기차가 시장을 왜곡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수줴팅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이에 대해 “EU를 포함한 글로벌 자동차 산업 체인과 공급망을 심각하게 교란하고 왜곡하는 적나라한 보호무역주의 행위”라며 “대화와 협상을 진행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유럽이 이 같은 제재에 나선 것은 중국의 전기차·배터리 영향력이 커지고 있어서다. 유럽 내 중국 업체의 전기차 판매 비중은 2021년 3.8%에서 지난해 5.9%, 올해 3분기 기준 10.1%까지 증가했다. 2020년 불과 16.8%였던 중국의 EU 전기차 배터리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34%까지 상승했다. 같은 기간 한국의 점유율이 68.2%에서 63.5%로 하락한 것과 대조적이다.

EU는 최대 13개월의 반보조금 조사 기간을 거친 뒤 10~15%의 추가 관세를 부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은 현재 중국차에 10%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특히 테슬라, 르노, BMW 등 중국산이 아닌 브랜드도 중국에서 생산됐을 시 조사 대상에 포함돼 유럽 브랜드들까지 제재를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결국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처럼 유럽 내에서 핵심 부품인 배터리 생산부터, 전기차 조립까지 이뤄져야 세금 등에서 혜택을 볼 수 있을 전망이다.

LG에너지솔루션 폴란드 브로츠와프 공장. [LG에너지솔루션 제공]

우리나라 배터리 기업들은 2017년부터 폴란드와 헝가리를 중심으로 EU 시장에 선제적인 투자를 단행해 왔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EU 내 가동 중인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3사의 배터리 생산능력은 116.5GWh로 EU 전체 배터리 생산능력(274.2GWh)의 42.5%를 차지했다. 지난해 시장점유율은 63.5%에 달했다. 국내 기업들은 EU에서 양극재(에코프로비엠), 분리막(SKIET), 동박(솔루스첨단소재) 등 배터리 소재·부품 공장도 대거 운영하고 있다. 향후 시장 선점을 위한 발판이 마련된 셈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조치로 중국 배터리 기업들이 EU 진출에 더욱 박차를 가하면서 현지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EU는 이번 반보조금 조사에 앞서서도 역내 전기차 배터리 산업의 제조 역량 강화를 위한 다양한 정책을 발표하며 사실상 수입 배터리에 대한 규제를 예고해 왔다.

2017년에는 EU 내 배터리 산업 육성을 위해 ‘EU 배터리 얼라이언스’를 설립했고, 2020년에는 배터리 전 주기의 친환경성 및 안정성 입증요구를 통해 EU 시장 진출을 제한하는 ‘배터리 규제안’을 발표했다. 올해는 ‘지속가능한 배터리법’을 비롯해 특정국 공급의존도를 줄이는 ‘유럽 핵심원자재법(CRMA)’ 초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현재 EU는 CRMA 최종안 마련에 착수한 상태다.

이에 대응해 CATL, 궈시안 등 중국 기업들은 EU 내 생산거점 마련에 공을 들이고 있다. IRA로 북미 시장 진출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세계 시장 공략을 위한 핵심 거점으로 유럽을 낙점한 것이다.

CATL은 지난해 말부터 독일 에르푸르트 공장 가동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헝가리 데브레첸에도 연산 100GWh 대규모 공장을 2025년까지 완공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궈시안은 독일 괴팅겐에서 올해부터 일부 라인을 가동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궈시안의 유럽 내 첫 번째 생산거점이다. 중국 SVOLT, AESC도 각각 독일, 프랑스에 공장을 건설 중이다.

김희영 무협 글로벌 공급망 분석센터 연구위원은 “EU는 전기차 배터리를 탄소중립 시대의 전략산업으로 적극 육성하고 있으며 향후에도 배터리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중장기 EU 배터리 시장의 판도를 결정할 향후 1~2년 동안 배터리 설비투자 확대를 위한 집중적인 자금지원이 필요하며, 이 시기를 놓치면 중국과의 경쟁에서 밀리면서 글로벌 시장 점유율에서 회복하기 어려운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jiy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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