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또 중국이냐” 삼성·SK 반도체 기술 넘겼는데…‘솜방망이 처벌’ 언제까지 [김민지의 칩만사!]
‘칩(Chip)만사(萬事)’

마냥 어려울 것 같은 반도체에도 누구나 공감할 ‘세상만사’가 있습니다. 불안정한 국제 정세 속 주요 국가들의 전쟁터가 된 반도체 시장. 그 안의 말랑말랑한 비하인드 스토리부터 촌각을 다투는 트렌드 이슈까지, ‘칩만사’가 세상만사 전하듯 쉽게 알려드립니다.

[헤럴드경제=김민지 기자] 글로벌 반도체 전쟁이 격화되면서 반도체는 국가 안보를 좌우할 핵심산업 기술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전히 반도체 기술을 해외에 빼돌린 행위에 대한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칩니다. 법에서 산업기술유출 범죄에 대한 법은 ‘중형’으로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왜 아직도 현실에서는 실현되지 못하고 있을까요?

한번의 반도체 기술 유출은 수조원대의 피해를 입힐 뿐 아니라 국가 경쟁력에도 치명타를 입힙니다. 오늘 칩만사에서는 반도체 기술 유출로 인한 피해 현황와 함께, 처벌 강화를 위한 각종 노력을 알아보겠습니다.

핵심 기술 중국에 넘겼는데 고작 벌금 3000만원

13일 서울중앙지법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기술 등을 중국 경쟁업체에 유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국내 장비업체 M사 직원들에게 1심을 선고했습니다. 그 결과, 부사장 1명만 징역 1년을 선고 받았고, 연구소장과 영업그룹장은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과 벌금 3000만원에 그쳤습니다.

SK하이닉스 반도체 생산 현장. [SK하이닉스 제공]

함께 기소된 다른 임직원들도 대부분 유죄는 인정받았지만, 전부 징역형의 집행유예 또는 벌금형이었습니다. M사 법인에는 벌금 4억원이 선고됐습니다.

이들은 2018년 8월부터 2020년 6월까지 약 2년 동안 SK하이닉스의 최신 반도체 제조 기술과 세정 레시피 등을 중국 업체에 넘긴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이중 일부는 삼성전자 자회사인 세메스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초임계 세정장비 도면을 취득해 중국 수출용 장비로 개발한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이와 관련 별도로 진행된 재판에서 M사 임직원들은 징역 1년~1년 6개월 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이렇게 1심에서 유죄판결이 나왔다고 해도 최종심까지 가면 형량이 가벼워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난 2017~2021년 사이 산업기술보호법 위반으로 처리된 1심 유죄판결 중 74.1%가 최종심에서 무죄·집행유예 같은 가벼운 처벌을 받는 데 그쳤다고 합니다.

요즘처럼 중국의 반도체 기술 추격이 좁혀지고 있는 상황에서 기술 유출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물론, 국가 전체에 큰 피해를 입힙니다. 산업부에 따르면, 2018년부터 올해 7월까지 해외유출된 산업기술 140건 중 반도체가 30건으로 가장 많았습니다. 해외 기술 유출로 인한 피해액은 지난해에만 56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됩니다. 특히, 전체 유출 사례 중 92.3%가 중국 기업과 연루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세계 최대의 반도체 생산기지인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내 제조라인 모습[삼성전자 영상 캡처]
현실과 동떨어진 양형기준…전문 법원 신설 움직임도

상황이 이런데도, 왜 기술 유출에 대한 처벌은 여전히 솜방망이일 수밖에 없는 걸까요?

산업기술보호법에 따르면, 국가핵심기술 유출의 경우 3년 이상 징역과 15억원 이하 벌금을 동시에 부과하도록 돼있습니다. 국가첨단전략산업법은 5년 이상 징역과 20억원 이하 벌금을 같이 부과합니다. 규정상으로는 중형으로 처벌해야 하는 겁니다.

미국은 15년 이하 징역 혹은 500만 달러 이하의 벌금, 일본은 10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엔 이하의 벌금을 규정했습니다. 법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처벌 수준은 한국이 다른 국가와 비교해 결코 약하지 않습니다.

문제는 실제 현장에서의 양형기준 적용이 규정과 동떨어진다는 겁니다. 산업부에 따르면, 기술유출 사건에 대한 법원판결 결과 무죄는 전체 기소사건의 30.3%, 집행유예는 54.5% 입니다. 법과 현실의 괴리가 큽니다.

이에 대한 지적이 반복되자 국회에서는 국가전략기술에 대한 유출 사건을 전담으로 하는 법원을 신설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양향자 의원. [양향자 의원실 제공]

삼성전자 엔지니어 출신인 양향자 의원은 이달 중 ‘기술 탈취 방지 3법’을 발의할 예정입니다. 지식재산권(IP) 분쟁을 전문으로 한 특허법원의 명칭을 기술특허법원으로 바꾸고, 심판권 항목에 산업기술 유출 및 침해 행위 사건을 추가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산업부도 대법원 양형위원회에 국가핵심기술 유출 등에 대한 별도 양형기준을 설정해달라는 의견을 제출하는 등 나서고 있습니다.

관련 입법도 중요하지만, 업계에서는 국가적 경각심 확대와 재판부의 강경 처벌 의지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기술 유출이 국가의 경제경쟁력을 약화시킬 정도로 심각한 범죄라는 인식이 보다 강해져야 한다”며 “지금부터라도 강경 처벌 사례 등을 늘려서 사전에 대비하는 것이 필요해보인다”고 말했습니다.

jakmeen@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