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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연 보려면 졸업증명서를?...외부인에 ‘장벽 세우는’ 대학축제
‘학교축제는 재학생 것’ 인식 강해
축제 참가자격 두고 차별 논란

“‘우리 대학생끼리’ 분위기는 어쩔 수 없는 현상이라 생각해요. 어차피 돈(등록금)은 학생들이 내잖아요. 우리 학생이랑 아닌 사람을 구분해야 대우한다는 걸 느낄 것 같아요.”

경희대 졸업생 박모(25) 씨는 아이돌 뉴진스를 보러 모교 축제를 갈까 고민 중이다. 축제 공연에 입장하기 위해서는 졸업증명서를 들고 해당 학교 학생임을 증명해야 하지만 박씨는 별다른 거부감이 없다. 오는 14일부터 시작하는 가을 축제에 경희대는 미성년자 입장을 제한하고 학생들만 입장 가능한 구역을 만들기로 결정했다. 외부인은 무대에서 떨어진 구역에서 관람할 수 있다.

9월 주요 대학 축제가 열리는 가운데 외부인에게 참가 제한을 두는 대학이 늘고 있다. 타 대학생과의 교류의 장인 축제가 재학생 중심 성향이 강해지면서 ‘축제 참가 자격’을 두고 차별 논란으로 번지기도 했다.

13일 대학가에 따르면 이날부터 이틀간 축제를 진행하는 성균관대는 축제 공연 티켓 사전 예약 제도를 도입했다. 성균관대 총학생회는 공지를 통해 “기존 축제의 문제점으로 대두되었던 외부인 입장 문제를 최소화하고, 티켓 사전 예약 후 남은 좌석의 일부를 외부인에게 판매한다”고 공지했다. 성균관대 재학생과 졸업생은 무료인 티켓값을 외부인은 1만5000원을 내야 구매할 수 있다.

다른 대학도 외부인 출입 제한을 뒀다. 중앙대는 학생에게만 입장 팔찌를 제공해 외부인을 제한적으로 받았으며, 숙명여대는 오후 6시가 넘을 경우 외부인 출입을 통제했다. 정기 고연전(짝수 해는 연고전)에서는 본교 학생들이 분교 학생 참여를 비판하는 여론이 형성돼 차별 논란이 커졌다.

대학생들은 재학생들에게만 축제 참여자격을 부여하는 데 긍정적인 입장이다. 연세대 졸업생 박모(29) 씨는 “본교생인 것처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유난을 떠는 일부 학생 때문에 생긴 일”이라며 “재학생 때도 비슷한 여론이 있었는데 코로나19 이후 본격적으로 축제가 원상복귀되면서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온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이러한 논란이 차별을 부른다는 의견도 있었다. 졸업생 최모(26) 씨는 “그동안 선배들은 그걸 몰라서 문제제기를 안했겠나 싶다. 이런 구별짓기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치열한 경쟁사회 속에서 젊은 층이 공정성에 대한 잣대가 엄격해졌다고 지적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일반 시민이 보기에는 학생들의 행동이 집단 이기주의로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하지만 앞으로는 이런 논리가 대세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임 교수는 “대학생들이 ‘나는 이렇게 노력해서 자격을 얻었는데, 다른 사람은 노력을 하지 않아도 나와 동등한 권리, 이익을 누린다’는 것에 굉장히 억울하고 분노한다”며 “이런 생각을 하게 만든 구조적인 문제를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김빛나 기자

binn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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