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캘리포니아 글렌데일의 한 서점에 12일(현지시간) 출간된 월터 아이작슨의 전기 ‘일론 머스크’가 진열돼있다. [EPA]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지난해 트위터(현 엑스·X) 를 인수한 뒤 비용을 아끼려고 외부 업체에 맡겼던 대규모 서버를 며칠 만에 자체 시설로 옮긴 일화가 공개됐다.

12일(현지시간) 머스크의 전기를 출간한 작가 월터 아이작슨이 미 경제매체 CNBC에 공개한 내용에 따르면 머스크는 지난해 12월 22일 당시 트위터사무실에서 직원들이 서버를 보관·관리해주는 데이터센터 업체와 임대 연장 문제를 논의 중이라는 보고를 받았다.

머스크는 캘리포니아주 새크라멘토에 있는 이 데이터센터 업체에 연간 1억달러(약 1330억원)의 비용을 내면서까지 서버를 맡기길 원치 않았고 오리건주 포틀랜드에 있는 트위터의 자체 시설로 이전해 비용을 아끼려고 했다.

담당자가 데이터 서버 이전의 안전한 이전을 위해서는 6~9개월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밝혔으나 머스크는 “90일 안에 해내지 못하면 사직서를 받겠다”고 위협하며 서버 이전을 밀어붙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는 직원들의 반대에 “이사 업체를 부르면 컴퓨터를 옮기는 데 일주일, 연결하는 데 일주일씩 2주면 된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다음 날 머스크는 사촌 제임스, 앤드루와 함께 직접 새크라멘토의 데이터 센터를 찾아 서버를 둘러봤고, 이전이 쉽다고 판단한 그는 공구를 직접 구입해 크리스마스 이브부터 사촌, 측근 직원들과 함께 이삿짐용 밴으로 서버 몇 개를 직접 옮기기 시작했다. 무게 1.13t, 높이 2.4ｍ의 서버 받침대 5200개를 옮겨야하는 상황이었다.

이 소식을 들은 데이터센터 업체 사장은 서버를 조심해서 다뤄야 한다며 시간당 200달러(약 27만원)를 청구하는 전문 업체를 부르라고 권유했고, 머스크 일행은 그보다 10분의 1 저렴한 업체를 찾아내 이후 크리스마스 다음 날부터 사흘 동안 인부들을 시켜 700여개의 서버 랙을 옮겼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AP]

아이작슨은 “이 일화는 머스크의 광적인 조급함과 무모함, 사람들을 겁박하는 방식이 드러난 사례”라면서 머스크가 서버를 옮긴 이후 2개월 동안 트위터 서버가 불안정했던 사실을 지적했다. 그는 머스크도 지난 3월 “돌이켜보면 새크라멘토 (데이터센터) 서비스 중단은 실수였다”며 자신의 성급한 결정으로 서버에 기술적인 문제가 발생했음을 인정했다고 전했다.

전기에는 머스크가 어린시절 아버지의 폭언과 조롱 등 언어적인 학대를 견뎌야 했고, 그 역시나 아버지의 극단적인 성격 일부를 닮았다는 주변의 평가도 담겼다.

아이작슨은 머스크의 아버지를 ‘오늘날까지 일론을 괴롭히는 엔지니어이자 악당’이라고 표현하며, 17세인 머스크에게 절대 성공할 수 없을 것이란 악담을 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머스크의 사촌인 피터 리브는 머스크가 아버지에게서 이런 점을 물려받았을 수 있다며 “일론이 기분이 좋을 때는 세상에서 가장 멋지고 재미있는 것 같지만, 기분이 나쁠 때는 정말 어두워져서 주변 사람들이 살얼음판을 걷는 것 같다”고 밝혔다.

머스크의 첫 번째 부인 저스틴 윌슨도 머스크와 그의 아버지가 비슷한 부분이 있다면서도 “에롤과 함께 있으면 주변에서 정말 나쁜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느낌이 있었지만, 만약 좀비 대재앙이 일어난다면 좀비들을 제압할 방법을 찾아낼 일론의 팀에 속하고 싶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머스크와 시본 질리스 뉴럴링크 임원과의 사이에 둔 쌍둥이 자녀는 정자 기증을 통한 것이었다는 사실도 공개됐다. 아이작슨은 전기에서 출산율 하락을 우려한 머스크가 질리스에게 정자 기증을 자청했고, 이에 동의한 질리스가 체외 수정을 통해 2021년 이란성 남·여 쌍둥이를 낳았다는 것이다.

질리스는 아이작슨에게 “머스크는 똑똑한 사람들이 아이를 갖기를 원하기 때문에 내게 그렇게 하길 권유했다”고 말했다. 아이작슨은 “(머스크는) 출산율 하락이 인류의 장기적인 생존에 위협이 될 것”이라며 두려워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