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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비아 대홍수 사망자 5000명 넘어…무정부상태, 피해 더 커질듯 [북아프리카 대재앙]
댐 붕괴하며 대홍수 발생
2011년 카타피 정권 몰락 후 동·서부 정부 대립
대홍수가 발생한 리비아 동북부 도시 데르마의 모습 [AFP]

[헤럴드경제=김우영 기자]북아프리가 모로코가 강진으로 수많은 희생자가 나온 가운데 인근 국가인 리비아는 대홍수로 5000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했다. 동북부를 강타한 열대성 폭풍으로 댐 2개가 붕괴되면서 시작된 리비아 대홍수는 일찍부터 ‘예견된 재앙’이었다는 점에서 비판이 커지고 있다.

12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리비아 내무부 대변인은 대홍수가 발생한 동북부 데르나 지역 사망자가 5300명을 넘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제2의 도시 벵가지도 심각한 피해를 입은데다 국제적십월사연맹(IFRC)은 실종자가 1만명이 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어 희생자 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대홍수는 지난 10일 푹풍 다니엘이 리비아를 덮치면서 발생했다. 다니엘은 리비아 동부 지역에 440㎜의 많은 비를 뿌렸지만 이미 그리스와 튀르키예를 거치면서 비를 많이 소진한 탓에 예상보다는 강우량이 적었다.

하지만 자정 무렵 데르나 도심에서 약 12㎞가량 떨어진 상부 댐이 붕괴하면서 상황은 물난리 재해로 돌변했다. 갑작스럽게 불어난 물은 그대로 두번째 댐으로 흘러들어갔고 차례로 무너져내렸다.

알자지라 방송은 붕괴한 첫번째 댐의 높이는 고작 70m에 불과할 정도로 홍수 방어에 취약했다고 전했다.

한 시민은 “처음엔 폭우인 줄만 알았는데 자정이 되자 엄청난 굉음과 함께 댐이 터졌다”며 “마치 쓰나미와 같았다”고 말했다. 한 데르마시 관료는 “도시의 4분의 1이 사라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로이터 통신에 밝혔다.

인구 12만5000명의 데르나를 할퀸 대홍수는 그대로 실종자를 바다로 끌고 들어갔다. 이로 인해 희생을 키웠고 실종자 수색은 한층 힘겨워졌다. 리비아 당국은 현재 바다에서 해군과 잠수부들이 시신을 수습하고 실종자를 찾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오랜 내분으로 사실상 무정부상태나 다름 없는 리비아 내부 혼란이 이번 피해의 가장 큰 원인이다.

리비아는 지난 2011년 ‘아랍의 봄’ 혁명으로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이 무너진 뒤 동부와 서부가 별도의 정부를 세우고 통치하고 있다. 리비아 수도인 트리폴리에 들어선 서부 통합정부(GNA)는 유엔이 인정하는 공식 정부지만 동부는 리비아 국민군(LNA)이 장악하고 있다. LNA는 카다피 정권 몰락 후 이슬람국가(IS)와 연계된 무장세력을 몰아내고 서부 지역을 손에 넣었다. 아랍에미리트연합(UAE)와 이집트, 요르단 등은 LNA를 지지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제대로된 재해 대비나 신속한 구조 대응이 이뤄질리가 없다. 리비아 언론인 압둘카데르 아사드는 영국 BBC에 “도움을 약속한 사람들이 오지 않고 있다”며 “리비아에는 훈련된 구조대원도 없고 구조팀도 없다. 지난 12년간 모든 것은 전쟁에 관한 것이었다”고 비판했다.

GNA는 의료용품과 80여명의 구조 및 의료인력을 태운 비행기를 데르나로 파견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알자지라는 “데르나 시민들은 여태껏 동부가 방치된데 대한 분노가 크다”며 “심지어 개인적으로 돕기 위해 들어오는 사람들조차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트리폴리에 본부를 둔 공공정책 싱크탱크 사데크연구소의 엘 고마티 소장은 알자지라에 “두 개의 대립하는 정부가 존재하는 리비아는 위기 대응이 쉽지 않은게 사실이지만 이번 대홍수는 대비할 수 있는 시간이 충분했다”며 “LNA는 댐이 붕괴 위험에 처했을 때 경보를 울리지 않은 채 사람들에게 집에 머물라고 말해 피해를 키웠다”고 비판했다.

로이터는 지난해 리비아 오마르 알무크타르대의 압델와니스 어쇼어 수문학자가 논문을 통해 1942년 이후 5차례 홍수로 데르마가 피해를 입은 것을 지적하며 즉각적인 보수 조치가 필요하다고 밝혔지만 바뀐 건 아무 것도 없었다고 전했다.

kw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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