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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기 식품회사 아냐?” CJ제일제당에 화장품업체 사람들이 모였다는데… [푸드360]

[헤럴드경제(수원)=이정아 기자] 윤기철 CJ제일제당 화이트바이오 애플리케이션테크센터장은 이전에는 마주칠 일이 없던 사람들과 미팅하는 일이 부쩍 잦아졌다. 뷰티·생활용품, 식음료(F&B) 등 국내외 대기업을 비롯한 소재 가공사 관계자다. CJ제일제당을 여전히 식품기업으로만 생각한다면 아주 큰 오산인 이유다.

화이트바이오 사업을 맡고 있는 윤 센터장을 최근 CJ제일제당 연구개발(R&D) 센터인 경기 수원시 광교신도시에 위치한 ‘CJ블로썸파크’에서 만나 1시간가량 인터뷰를 가졌다. 그는 “기존 생산 중인 각종 플라스틱 용기를 CJ제일제당이 연구개발한 ‘썩는 플라스틱’으로 대체할 수 있는지 문의가 정말 많다”라고 했다. 올해 상반기 기준 CJ제일제당의 매출 가운데 12%를 차지하는 부문이 바이오(식품 부문은 39%)다.

5일 경기 수원시 광교신도시에 위치한 CJ블로썸파크에서 헤럴드경제와 만난 윤기철 CJ제일제당 화이트바이오 애플리케이션테크센터장 [CJ제일제당 제공]

올리브영 자체 브랜드(PB)인 웨이크메이크의 비건 쿠션부터, 바닐라코의 클렌징밤, 리만코리아의 브랜드인 인셀덤의 화장품 용기, 유진한일합섬이 기념품으로 만든 에코백…. 이들 제품은 모두 CJ제일제당이 연구개발한 썩는 플라스틱, 즉 생분해 바이오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졌다. 앞서 지난해에는 자사 제품인 CJ제일제당의 ‘행복한 콩 두부’ 묶음 제품 10종에 적용되기도 했다. 이 밖에도 컵, 트레이, 칫솔, 골프티, 종이 박스 등 시제품 제작을 마친 상태다.

윤 센터장은 “올 하반기 몇 종류의 제품을 시작으로 바이오 플라스틱 상업화를 본격 진행할 계획”이라며 “내년에는 식품 패키지용 필름류, 시트류, 종이 코팅 소재 등으로 상품 저변이 확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상 곳곳에서 CJ제일제당이 개발한 바이오 플라스틱 소재 용기를 만나볼 수 있다는 의미다.

CJ제일제당의 PHA 혼합소재를 적용한 각종 용기 샘플 [CJ제일제당 제공]
CJ제일제당의 생분해 소재 PHA [CJ제일제당 제공]

CJ제일제당이 만든 바이오 플라스틱은 전 세계 극소수의 기업만 보유했을 정도로 특별하다. 100% 바이오매스를 주원료로 하고, 바닷물이나 땅속에서 완전히 생분해되는 바이오 플라스틱(PHA)이기 때문이다. 이는 PHA가 현재 시장에 나와 있는 대표적인 바이오 플라스틱(PLA·PBAT)이 갖는 단점을 상쇄한다는 의미다. PLA는 특정 환경에서만 분해되고, PBAT는 석유에서 나온 소재라서 탄소 배출 저감 효과가 없다.

다만 PHA는 수많은 상업화 시도에도 기술적 한계, 가격 메리트가 없어 그동안 시장성을 갖지 못했다. 이에 대해 윤 센터장은 “CJ제일제당 바이오 부문이 축적한 미생물 발효 기술의 다양성과 깊이가 시스템화돼 있다는 점이 큰 자산”며 “(이 자산이) 2016년 인수한 미국 메타볼릭스의 PHA 생산 기술과 연결되면서, 시너지를 도출한 제품 생산이 가능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CJ제일제당의 PHA 혼합소재를 적용한 종이 제품 샘플 [CJ제일제당 제공]

실제로 CJ제일제당은 고무와 비슷하게 부드러운 성질을 가진 aPHA와 딱딱한 물성을 가진 scPHA를 모두 대량 생산할 수 있는 역량을 보유한 세계 최초의 기업이다. CJ제일제당이 PHA를 단일 소재가 아닌, ‘플랫폼’ 기술로 재정의하는 이유다. CJ제일제당 외 PHA 양산이 가능한 기업은 대니머 사이언티픽(미국), 카네카(일본) 등으로 손에 꼽히는데, 이들은 scPHA만 만들 수 있다.

윤 센터장은 “PHA는 다양한 소재와 혼합해 뛰어난 물성을 구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복합 소재의 PHA를 설계하고 제조하는 기술을 통해 ‘기존 플라스틱 완전 대체’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CJ제일제당의 노력은 세계 최대 글로벌 학술출판사인 ‘엘스비어(Elsevier)’에 이달 게재된 연구 논문으로도 확인된다. 이 논문에 따르면 CJ제일제당이 생분해성(PLLA) 물질에 aPHA를 섞은 혼합물의 해양 생분해성이 수준이 향상됐다. aPHA를 다양한 소재와 혼합해 원하는 물성을 구현하면서도 썩는 플라스틱을 만들 수 있다는 가능성을 증명한 것이다.

CJ제일제당 바이 부문의 핵심 생산시설인 인도네시아 파수루안 바이오 공장 [CJ제일제당 제공]

윤 센터장은 “특히 해양 미세플라스틱이 문제가 되는 상황에서 PHA는 해양에서 생분해되는 오직 하나뿐인 소재라는 점에서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며 “바다 쓰레기 중 비율이 10%에 달하는 어망도, PHA 소재로 개발 중에 있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CJ제일제당이 바이오 플라스틱을 주력으로 한 화이트바이오 시장에 주목한 건 8년 전이다. CJ제일제당은 2016년 PHA 생산 기술을 보유한 미국 메타볼릭스의 핵심 기술과 자산을 인수했다. 2019년부터 국내 연구팀을 꾸리고 본격적인 사업화 검토에 나섰다.

지난해 5월 인도네시아 파수루안 바이오 공장에서 PHA 생산을 시작했고, 이어 생분해 소재 전문 브랜드인 ‘PHACT(팩트)’도 론칭했다. CJ제일제당은 단계적 공장 증설을 거쳐 2025년까지 연간 PHA 생산 규모를 6만5000t으로 늘릴 계획이다. 윤 센터장은 “1차 목표는 포장재에 PHA를 적용해 지구 환경을 보존하는 것”이라며 “최종적으로는 PHA를 인체 적합한 소재로 개발해 화장품·메디칼·산업용 바인더 등에 적용, 고부가가치 산업에서 필수 소재로 자리매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d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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