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블라디보스토크 극동연방대학교에서 열리는 동방경제포럼(EEF)을 계기로 러시아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북러정상회담을 가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이 지난 2019년 4월 북러정상회담 당시 대화를 나누는 모습. [헤럴드DB]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동방경제포럼(EEF)을 계기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간 북러정상회담이 예상되는 가운데 김 위원장의 방러 시점에 초미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EF는 10일(현지시간) 블라디보스토크 극동연방대학교에서 막을 올렸지만, 북러 당국 모두 현재까지 북러정상회담 개최 시점은 물론 김 위원장의 방러 여부에 대해서도 함구하고 있다.

양국은 지난 2019년 4월 북러정상회담 당시에는 이틀 전 일정을 발표한 바 있다.

애초 김 위원장은 10~13일 열리는 EEF 기간에 맞춰 블라디보스토크를 찾을 것으로 알려졌다.

푸틴 대통령이 11일 블라디보스토크로 이동해 12일 전체회의 연설회의를 할 예정인 만큼 북러정상회담도 이 기간 열릴 것으로 관측됐다.

이와 관련 뉴욕타임스(NYT)는 미국 정부 관계자 등을 인용 김 위원장이 블라디보스토크를 찾아 푸틴 대통령과 북러정상회담을 갖고 양국 간 군사협력 방안을 논의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일본 NHK도 러시아 소식통을 인용해 김 위원장이 11일 전용열차로 평양을 출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이 경우 평양에서 블라디보스토크까지는 약 1200㎞지만 북한의 열악한 철도 사정으로 인해 20시간 이상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김 위원장이 10일 전용열차를 이용해 평양을 출발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다만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11일 김 위원장이 전날 정권수립기념일인 9·9절을 맞아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민방위 무력 열병식’ 참가자들과 기념사진을 촬영했다고 보도해 적어도 이때까지는 김 위원장이 평양에 머물러 있었음을 확인했다.

정부 관계자도 김 위원장이 10일 출발했다는 소식은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선 김 위원장의 방러 일정이 다소 늦춰지거나 무산될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이와 관련 존 에버라드 전 북한 주재 영국대사는 미국의소리(VOA) 방송을 통해 극비리에 진행됐어야 할 북러정상회담 일정이 사전 노출됐고, 김 위원장이 이미 한 차례 블라디보스토크를 찾았던 만큼 또 다시 러시아를 방문하는 것은 외교관례에 어긋난다는 등의 이유를 들면서 “신뢰할 만한 러시아인들로부터 정상회담이 없을 것이라는 말을 전해 듣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앞서 국가정보원은 지난 7일 “김정은이 기존 예상 경로와는 다른 경로로 깜짝 행보를 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북러정상회담이 성사될 경우 북한이 우크라이나와 전쟁중인 러시아에 포탄과 탄약을 제공하고, 러시아는 식량과 에너지 등을 공급하는 방안을 협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러시아가 북한으로부터 포탄과 탄약을 넘겨받는 대신 군사정찰위성과 핵잠수함, 첨단 미사일 관련 기술 등을 이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일각에선 한미일 안보협력 강화에 대응해 북러정상회담을 계기로 북러 연합군사훈련, 나아가 중국까지 끌어들여 북중러 연합군사훈련을 실시하는 시나리오가 가시화될 수 있다는 관측도 뒤따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