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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권력 쥔 듯한 ‘그놈’들 우월감 표현에 고민 많았죠”
영화 ‘타겟’ 박희곤 감독 인터뷰
중고나라 사기꾼 실화 모티브
“관객에게 다가가는 영화 하고파”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이야기를 시각적으로 직관적으로 전달하고 싶었어요. ‘그놈’ 범행의 공통점은 엄청난 우월감과 자신감을 드러내는 것이었어요. ‘그놈’의 우월감을 어떻게 표현할지 많이 고민했습니다.”

박희곤 감독은 최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가진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영화 ‘타겟’을 연출 포인트를 이렇게 말했다.

지난달 30일 개봉한 ‘타겟’은 중고거래 사기를 당한 직장인 수현(신혜선 분)이 사기범으로부터 오히려 보복 피해를 당하는 과정을 그린다. 영화의 소재는 일상적이지만 이야기의 전달 방식은 공포스럽고 긴장감이 넘친다.

영화는 중고나라 사기꾼 ‘그놈’의 실화 사건을 모티브로 한다. 지난 2020년 언론 보도로 알려진 ‘그놈’ 일당은 6년간 중고거래 사기로 약 50억원을 빼앗고, 이를 경찰에 신고한 피해자들에게 서슴없이 보복에 나섰다. 일당의 보복 과정은 워낙 계획적이고 조직적인 탓에 일부 피해자는 자살 시도까지 할 정도였다.

“중고거래는 필요한 걸 주고받는 경제적 행위로만 생각했는데, 범인들은 특정 패러다임을 만들어서 공식을 주입하듯이 범죄를 모델링하는 게 충격적이었어요. 상대방의 반응에 따라 어떻게 괴롭힐지 공식이 있었죠. 엄청 치밀한 금융 범죄도 아닌데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들은 세상의 권력을 쥐고 있었다고 생각한 것 같아요.”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타겟’은 박 감독이 5년 만에 내놓은 신작이다. ‘인사동 스캔들’(2009년), ‘퍼펙트 게임’(2011년), ‘명당’(2018년) 등으로 이름을 알린 그가 신작을 내는 데 시간이 걸린 것은 사극 영화가 줬던 부담감이 일부 작용했다.

“‘명당’을 끝내고 1년은 아무것도 안했어요. 사극이 주는 중량감에 눌려 있었거든요. 여기서 벗어나야겠다고 생각했죠. 즐거운 내용의 영화를 만들어볼까 했는데, ‘그놈’ 사건을 접하고선 시나리오의 방향을 완전히 바꿨죠.”

박 감독은 실제 사건이나 삶과 밀접한 소재를 고른다. 흥선대원군의 이야기를 다룬 ‘명당’과 1987년 야구선수 최동원과 선동열의 3번째 선발 맞대결을 그린 ‘퍼펙트 게임’도 그랬다.

“사건 사고 뉴스를 볼 때 마치 우리에게 벌어지지 않을 일처럼 보잖아요. 사고 피해자들도 그렇게 생각하고 살았을 거거든요. 남의 일 같은 일이 우리에게 벌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실제 사건 사고의 희·비극에 관심이 많았어요.”

박 감독은 원래 잘나가는 CF 감독이었다. 우연히 전국 대학생 광고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고선 광고계에 입문했다. 해외 연수를 다녀와선 뮤직비디오 감독으로 변신했다. 그러나 맘 한 구석에 있던 영화감독의 꿈을 누를 수 없었다. 타 업종 출신을 무시하는 영화계의 분위기도 그를 막을 수 없었다. 박 감독은 무작정 시나리오 쓰기에 돌입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자신과의 싸움이었다.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31살부터 집에 박혀서 시나리오만 썼어요. 제 30대의 기억은 노트북과 벽 밖에 없어요. 굉장히 고통스러웠어요. 지금 돌아보면 인간 박희곤에게 미안해요. 가족, 친구들과 다 연락을 끊고 살았죠. 하나를 얻기 위해 모든 걸 잃어버린 느낌이에요. 그 시간이 언제 끝날지 모르는 게 가장 큰 공포였죠.”

시나리오 작업에 몰두한 기간만 9년. 인내 끝에 탄생한 작품이 ‘인사동 스캔들’이다. 이는 곧 영화 ‘퍼펙트 게임’과 ‘명당’으로 이어졌다. 다만 ‘명당’ 이후 공백기를 가지면서 그의 연출관이 크게 바뀌었다고 했다.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관객들이 돈을 주고 보러 오는데 왜 관객이 영화를 이해해줘야 하지? 영화가 관객을 이해해야지.’ 내가 관객들에게 먼저 다가가는 영화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니 많은 것들이 달라지더군요. 그 생각으로 처음 만든 작품이 ‘타겟’입니다.”

‘타겟’이 무겁고 공포스러운 느낌이 강하다면 차기작은 따뜻하고 밝은 영화를 제작해보고 싶다는 게 그의 바람이다.

“영화는 우선적으로 재밌어야 된다고 생각해요. 앞으로 재밌게 만드는 방식을 좀 더 생각해보려고 합니다. 차기작으론 따뜻하고 밝은 영화를 해보고 싶어요. 상상을 현실을 옮겨놓은 영화랄까요.”

이현정 기자

ren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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