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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사 파업, 정당 가입…공교육 멈춤의 날에 교사 정치권 논란 점화
서울 서이초등학교 교사의 49재 추모일인 지난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추모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 “국방부에 군인이, 소방청에 소방관이, 경찰청에 경찰이 없는 상황은 상상할 수 없다. 반면 교사는 정치참여권을 보장받지 못하는 사이 경험 없는 이들에 의해 제도와 정책이 다뤄지고 있다. 현장성과 전문성이 괴리된 교육부와 교육청을 보면서 정책의 한계를 느낀다.” (김성천 한국교원대 부교수)

수많은 교사가 집단으로 연가와 병가를 내고 일부 학교는 임시 휴업까지 강행한 ‘9.4 공교육 멈춤의 날’은 참여 교원에 대한 징계 없이 끝날 예정이다. 당초 교육부는 교사들의 집단 행동을 ‘우회 파업’으로 규정하고 국가공무원법, 초중등 교육법 위반으로 보고 징계하겠다고 경고했다. 교육부가 징계 방침을 철회하며 교사들의 집단 행동은 처벌을 피하게 됐지만 공교육 멈춤의 날은 교사의 ‘정치적 권리’라는 고민 거리를 남겼다.

지난 8일 한국노총, 한국노총 중앙연구원, 교사노동조합연맹, 더불어민주당은 공동으로 ‘교사 정치기본권 회복의 필요와 방향 국회토론회’를 열었다. 좌장은 지난 2월 교사 정치권 관련 법안을 발의한 강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맡았다. 강 의원은 유·초·중등 교원이 정당 당원이나 발기인이 될 수 있도록 하되, 학생에게 개인적 편견을 전파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교육공무원법 등 4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우리나라는 정치적 중립성을 이유로 헌법과 법률로 교원과 공무원의 정치 참여를 금지하고 있다. 헌법 제7조, 교육기본법 제 6조, 국가공무원법 제 65조, 지방공무원법 제57조 등이다. 교원의 교육 과정에서 정치적 발언은 물론 정당 가입, 집단 행동도 금지한다.

발제자로 나선 김성천 한국교원대 부교수는 교원의 정치 참여 금지가 교육 정책에서 교원을 소외시켰고 이로 인해 교권 침해, 교사에 대한 무분별한 아동학대 고소 등 문제가 되는 현상이 발생했다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교원이 정치 내지는 정책에 참여하지 못하면서 비전문가들이 정책 의사 결정과 제도화 과정에 참여하고 있다. 교원의 정치적 중립성과 교사는 수업만 잘하면 된다는 신화는 결국 교육의 행정화, 입법화, 사법화 현상을 심화시켰다”며 “아동학대 처벌법도 현장의 의견을 들었다면 사건을 예방할 수 있었을 거란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는 현대 정치 발전 과정에서 관권 선거, 군부 독재가 있었고 그 과정에서 교육의 자주성과 전문성을 지키기 어려워지면서 이를 보장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만들어졌다”며 “하지만 헌법재판소 판례는 학생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로 교육의 중립성을 오랫동안 협소하게 해석해왔다”고 주장했다. 교육·교원의 중립성을 강조한 헌법 제7조와 교육기본법 등은 교육이 정치에 휘둘리지 않도록 보호하기 위한 취지에서 만들어졌으나, 현실에서는 교사의 정치적 권리를 제한하는 방식으로 왜곡됐다는 뜻이다.

김 교수는 “교원의 정치적 중립성은 직무 연관성이라든지 직무 밖 내지는 근무시간 밖에서는 시민으로서 권리를 보장하는 방향으로 재해석돼야 한다”면서 “교원의 정당가입, 휴직 후 선출식 출마, 정당 및 정치인 후원이 가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물론 교육 과정에서 학생들에게 당파주의, 정파주의적 관점을 가지고 주입시키는 방식은 당연히 경계해야 한다”며 “하지만 교원들이 정책에 관해 입장을 제시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치를 활용하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했다. 김 교수는 또 “교사들의 정치적 시민권 보장 법률안이 발의에 그치지 않고, 법률로 통과되기 위해서는 교원뿐만 아니라, 국민을 논리와 근거로 설득하는 등 사회적 합의의 과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지난 2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대로에서 열린 ‘50만 교원 총궐기 추모 집회’에서 교사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연합]

박현미 한국노총중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교사 1만 1000여명과 학부모 2100여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교원의 교육정책 개입 및 교원의 정치기본권 보장·확대를 위한 교직사회의 과제를 제시했다.

조사 결과 교사와 학부모 다수는 ‘공무원의 신분과 정치적 중립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장된다’는 헌법 제7조②항은 ‘국가가 정치인 출신인 사용자로부터 공무원이 정치적 중립을 지킬 수 있도록 법률로 보장해야 한다’는 의미로 이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교사 77.1%, 학부모 80.6%).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 및 대학의 자율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장된다’는 헌법 제31조④항은 ‘정권이나 정당이 교육을 정치에 이용하지 못하도록 국가가 법률로 보장해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교사 83.9%, 학부모 84.0%).

특히 ‘교원이 정당이나 국회 등에 교육정책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는 것은 현장에 적합한 교육을 만들기 위해 필요하다’는 교사 99.2%, 학부모 95.0%가 동의했다. ‘교원은 정치적 중립을 위해서 교육당국이나 정당, 입법 기관에 교육정책의 문제나 해결방안 등과 관련된 의견을 제시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교사 95.4%, 학부모 82.1%가 동의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박 선임연구위원은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교육 정책의 기획과 결정에 교사가 참여하는 것이 정책의 시행착오나 실패를 줄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세부 과제로는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 개념과 의의와 사회적 공론화 ▷교원의 교육정책에 대한 개입의 중요성 공론화 및 참여 현실화 ▷교직사회 자정 시스템 구축 ▷교육감 선거 제도 개선과 교원의 참여 등을 제시했다.

김용서 교사노조연맹 위원장은 “현장 교사들은 깊은 좌절감과 허탈감으로 집단적 우울증에 빠져 있다”며 “교사의 목소리를 온전히 낼 수 있는 교사의 정치시민권 회복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park.jiye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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