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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육아휴직도 못쓰는데, 누굴 위한 건가?”…근무시간 단축 확대에 ‘부글부글’ [장연주의 헬컴투 워킹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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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아이의 엄마가 되는 것은 축복 받은 일이지만, 육아는 특히 워킹맘에게는 지옥(hell)처럼 고된 일이기도 합니다. 일하면서 아이를 돌보는 워킹맘들의 고충과 도움이 되는 정보를 담겠습니다. 제보는 언제든 적극 환영합니다.

[헤럴드경제=장연주 기자] #. "애 키워본 사람이 없어서 이런 정책만 나오는 건가. 근로시간 단축, 유연근무, 육아휴직 도대체 누가 쓸 수 있는 건지 모르겠다. 저출산 대책이 실질적으로 크게 개선된 것은 없어 보인다. 출산율 제고 효과도 거의 없을 것 같다."(초등학생 학부모 김지미(가명·44) 씨)

#. "아이가 셋이라 지금도 단축근무를 이용하고 있는데, 특히 아이가 어릴 때는 단축근무가 있어서 큰 도움이 되는 것 같다."(서울의 한 구청 공무원 이진영(가명·42) 씨)

정부가 저출산 대책으로 근로시간 단축제 이용 자녀의 연령을 현재 만 8세에서 만 12세까지로 늘리기로 했지만, 그 실효성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상당수 워킹맘들은 "실제로 이용이 어렵다면, 법을 만들어서 무슨 소용이냐"고 지적하고 있다.

법으로 보장된 출산휴가나 육아휴직을 제대로 쓰지 못하는 직장인들이 여전히 많은 만큼, 현실적으로 적용이 어려운 단축근무 역시 반갑지 않은 셈이다.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려면, 법을 만들 때 실현 가능성도 함께 고민해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확대…자녀 만12세까지, 부모 1인당 최대 36개월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달 23일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노동시장 활력 제고를 위한 킬러규제 혁파 방안'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올 3월 정부가 발표한 ‘저출산·고령사회 정책 과제 및 추진방안’은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도’(근로시간 단축제) 적용 대상을 크게 확대한 것이 골자다.

추진방안에 따르면, 자녀가 초등학교 2학년(만 8세)일때까지만 쓸 수 있었던 근로시간 단축제 사용 시기를 초등학교 6학년(만 12세) 자녀로까지 확대했다.

근로시간 단축제는 아이를 돌보기 위해 근로시간을 주당 52시간에서 15~35시간 수준으로 줄이는 대신, 고용보험으로 줄어든 노동시간에 대한 급여를 일부 지원하는 제도다.

이에 따라 현재 만 8세(초등학교 2학년) 이하 자녀를 둔 근로자라면 최장 1년 범위에서 사용할 수 있다. 육아휴직을 사용하지 않는다면 최장 2년까지도 신청이 가능하다.

고용부는 앞으로 근로시간 단축이 적용되는 자녀 나이를 만 8세에서 12세(초등 6학년)로 늘리고, 기간도 최장 3년까지로 확대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통상임금의 100%를 지원하는 단축시간에 대한 급여도 하루 1시간에서 2시간으로 늘렸다.

하루 8시간 일하던 노동자가 6시간으로 단축 노동할 경우, 2시간에 대한 급여지원(그 이상의 단축 시간은 통상임금의 80%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와 관련, 고용노동부는 초등학교 저학년 이하 자녀를 둔 부모가 일하는 시간을 줄여 가정을 돌볼 수 있도록 제도개선에 나선다고 설명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 달 열린 노동개혁 추진 점검회의에서 "모성 보호제도를 강화해,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이 적용되는 자녀 연령과 기간을 확대하고, 배우자 출산휴가 분할 사용횟수는 기존 1회에서 3회로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대책은 자칫 법으로만 보장된 제도로, 대다수 워킹맘들이 실질적인 혜택을 받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육아에 대한 폭넓은 이해와 사회적 공감대, 경직된 조직문화 개선 등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상당수 직장인들에게는 실효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육아단축근무? 그림의 떡 아니냐”…“사교육비 문제나 해결해라”
[게티이미지뱅크]

자녀가 초등학교 6학년까지 근로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면 육아에 도움이 되겠지만, 일부 직종을 빼고는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점에서 이번 대책에 대한 반응은 대체로 부정적이다.

유치원생 학부모 권모(38)씨는 "단축근무를 쓸 수 있도록 법이 있다고 해도 일반 회사에서는 눈치 보이고 안해줘서 못 쓴다"며 "회사 그만둘 생각 아니면 신고도 못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권씨는 이어 "현실적으로 육아휴직도 못쓰고 출산휴가 3개월도 못 채우고 복직했는데, 육아단축근무를 쓸 수 있겠느냐"며 "육아단축근무가 의무화되면, 또 아예 미혼이나 나이든 사람들 뽑지 누가 아이 엄마를 뽑겠느냐"고 지적했다.

서울의 초2 학부모 김모 씨는 "공무원이나 교사들은 아이를 낳을 때마다 휴직과 복직을 반복하던데, 일반 직장인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니 애를 더 낳으려도 해도 방법이 없다"며 "직종 관계없이 누구에게나 실질적으로 혜택이 되는 정책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4살 자녀를 둔 박모 씨는 "다 좋은데 휴직이나 휴가를 쓸 때 직장에서 눈치를 주니까 공백을 어떻게 메울 건지부터 제도적으로 보완이 필요할 것 같다"며 "미혼자나 비혼자들도 휴직하면 업무가 자기들에게 넘어가니까 엄청 눈치를 주는 현실이니, 워킹맘은 사실상 고과평가는 포기하고 산다. 그냥 다 내려놓아야 애 낳을 결심하는 게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경기도에서 유치원생과 초등학생 두 자녀를 키우고 있는 주인아(가명·47) 씨는 "애들 키우고 있지만 전혀 도움이 안되는 대책"이라며 "체감온도는 제로"라고 비판했다.

주씨는 "난임휴가 있어도 눈치 보여서 전혀 사용 못하고 아이돌봄 대기를 걸어놔도 몇달이 지나도 돌봄을 못 구해서 회사를 그만둬야 한다"며 "이걸 지원이라고 내놓다니, 뭐가 좋아진 거냐"고 성토했다.

세 자녀를 키우고 있는 최모 씨는 "세 자녀 키우는데 클수록 돈이 엄청 들어간다"며 "사교육비 차이로 성적 차이도 나고, 직장 특성상 육아휴직이나 단축근무는 꿈도 못 꾸는데 이런 정책만 나오니까 상대적인 박탈감이 더 크다"고 푸념했다.

김선미(가명·42) 씨는 "사교육비 해결 안되면 백약이 무효"라며 "초등학생 1,2학년 두 아이 피아노, 태권도 주3일 보내고, 학교수업이 어려워 국,영,수 사교육을 시키려고 해도 학원이 감당이 안된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복직하면 애들 일찍 끝나니 학원에 더 보내야할텐데, 쓰지도 못하는 단축근무 확대 보다는 사교육비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yeonjoo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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