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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의사들도 못 믿겠다” 무려 8천명 마약류 ‘자신에게 처방’ 충격
[게티이미지뱅크]

[헤럴드경제=고재우 기자] ‘알프라졸람 126회에 걸쳐 총 2481정 처방.’ (의사 A씨)

일부 의사들의 마약류 의약품 ‘셀프처방’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 뇌에서 신경흥분을 억제해 공황장애 등 치료에 쓰이는 알프라졸람은 약물의존성과 오남용 위험으로 향정신성의약품으로 지정돼 있다.

그럼에도 의사 A씨처럼 마약류 의약품 셀프처방에 나서는 의사들이 적잖다. 최근 3년 간 치과의사를 포함해 ‘약 8000명’에 달한다. 이들이 셀프처방한 마약류 의약품을 혼자 복용했는지, 제3자에 전달했는지 등도 관건이다.

최연숙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지난 2020년부터 올해 5월까지 의료용 마약류 셀프처방 이력이 확인된 의사는 총 1만5505명이다. 연도별로는 2020년 7795명, 2021년 7651명, 지난해 8237명, 올해 5월까지 5349명으로, 연평균 8000명 꼴이다.

A씨 외에도 의사 B씨는 옥시코돈을 86회에 걸쳐 15만9634정을 처방했다. 마약성 진통제인 옥시코돈은 아편에서 유래한 성분과 유사한 구조의 합성마약제다. 이들은 모두 수사를 받고 있다.

쉽게 말해 의료용 마약류를 제대로 관리해야 할 의사가 오히려 남용 의심을 받고 있는 것이다.

해당 사진은 기사 본문과 관계 없습니다. 타인 명의 처방전, 펜타닐 패치. [경남경찰청 제공]

의사들이 셀프처방한 마약류의약품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이외에도 마약류의약품 처방건수는 알프라졸람 등 항불안제 3만3725건, 졸피뎀 2만9285건, 식욕억제제 1만7484건, 최면진정제 7663건, 진해제 4104건, 항뇌전증제 3501건 등이다.

의료기관 종별을 가리지도 않았다. 셀프처방한 의사들이 소속된 의료기관은 의원(5415명), 종합병원(1101명), 상급종합병원(701명), 병원(499명), 치과병원·의원(226명), 요양병원(114명) 등으로 집계됐다.

마약류 의료품. 해당 사진은 기사 본문과 관계 없음. [노원경찰서 제공]

이와 관련 올해 초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는 마약류 셀프처방 금지를 골자로 한 마약류관리법 개정안이 논의되기도 했으나, 의사의 처방권을 과도하게 제한한다는 지적에 통과가 불발됐다.

하지만 서울대병원, 부산대병원, 양산부산대병원 등에서는 병원 전산시스템 상에서 마약류 셀프처방 자체를 막아둔 사례도 있다.

최 의원은 “병원 내부적으로도 마약류 셀프처방 위험성과 제재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일 것”이라며 “의사들의 마약류 오남용은 본인 뿐만 아니라 환자의 진료권 침해와 안전을 위협하는 행위인 만큼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k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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