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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대의 아련한 첫사랑과 꿈 도서관…30대의 하루키를 만나다 [북적book적]
6년 만의 신작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43년 전 중편을 장편으로 재탄생
무라카미 하루키가 지난 6일 6년 만에 신작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을 출간했다. 사진은 하루키 신작을 진열한 서울 시내 한 서점. [문학동네 제공]

[헤럴드경제=신소연 기자]“네가 나에게 그 도시를 알려주었다.”

열일곱 살인 ‘나’와 열여섯 살인 ‘너’. 고교생 에세이 대회에 만나 서로 좋아하게 된 후 한 달에 한 두번씩 만난다. 어느 날 그녀는 알듯 모를듯 모호한 말을 한다. 자신이 진짜 사는 곳은 높은 벽에 둘러싸인 도시 안이고, 내 옆에 있는 그녀는 진짜가 아니라 그림자일 뿐이라고….

세계적인 일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6년 만에 돌아왔다. 하루키의 신간 장편 소설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이 최근 국내 서점가에 전격 출시된 것이다. 그의 신작에는 순수한 10대의 첫사랑과 꿈 도서관, 비밀 편지 등 하루키의 소설적 장치가 총동원됐다.

10대의 풋풋한 사랑으로 시작한 소설은 ‘너’가 돌연 사라지면서 변곡점이 생긴다. 매일 괴로워하며 ‘너’를 기다리는 ‘나’는 네가 산다는 그곳, 벽으로 둘러싸인 그 도시에 찾아간다. 그곳에 들어가는 조건은 단 하나. 바로 자신의 그림자를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너’를 찾기 위해 그림자를 버리고 그곳에 들어간 나는 너가 일한다는 꿈 도서관에 찾아가지만, 어쩐 일인지 너는 나를 기억하지 못한다.

하루키의 신작은 사실 그가 지난 1980년 문예지 ‘문학계’에 발표한 중편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을 토대로 쓰인 작품이다. 하루키는 그간 자신이 각종 문예지에 기고한 여러 글들을 다시 엮어 공식 출간하곤 했는데, 어찌된 일이지 이 중편만은 단행본으로 내놓지 않았다. 하루키 자신도 데뷔한 지 1년도 안돼 쓴 글인데다 그 작품을 쓸 때 도쿄에서 재즈 카페를 함께 운영해 글 쓰기에 집중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보니 미숙한 부분이 많았다고 고백한다.

하지만 하루키는 코로나 팬데믹이 한창이었던 지난 2020년 40여년 간 묻어둔 미완성 작품을 다시 꺼냈고, 3년 간의 집필 과정 끝에 끝에 총 3부로 구성한 장편으로 마무리했다. 인류에게 견고한 벽과 같았던 코로나 팬데믹이 하루키로 하여금 벽과 관련한 이 소설을 다시 돌아보게 한 것이다.

하루키의 겸손한(?) 소개에도 독자들이 그의 신간에 주목하는 이유는 이 작품을 통해 ‘청년 하루키’를 다시 만나볼 수 있기 때문이다. 소설의 토대가 됐던 중편은 하루키가 31세 때 썼던 작품이다. 하루키가 30~40대 썼던 작품들은 변화와 혼돈의 시기였던 1990년대에 ‘청춘의 상징’이 되며 '하루키 신드롬'을 일으킨 바 있다. 이같은 풋풋한 하루키의 작품을 70대의 노련한 하루키가 다시 만졌으니 금상첨화라는 게 대체적인 반응이다.

실제로 그의 신작은 지난달 28일 예약판매가 시작되자 마자 교보문고와 알라딘, 예스24 등 온라인 서점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고, 예약 기간 중 중쇄가 결정되기도 했다. 최근에는 주문량이 13만부를 돌파하며 3쇄 제작에 돌입했다. 출판사 문학동네 관계자는 “전작 '기사단장 죽이기 1'의 동일 기간 예약 판매량의 2배에 달하는 수치를 기록했다”고 말했다.

다만 현실과 의식 세계를 오가는 서사 구조와 안개와 같은 모호한 스토리, 760쪽이 넘는 분량 등은 독자들 사이에 호불호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의식에 대한 명료한 설명이나 전임 도서관장인 고야스의 정체, 역전 커피숍의 여성과의 연애 스토리는 ‘역시 하루키’라는 감탄사를 자아낸다.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무라카미 하루키 지음·홍은주 옮김/문학동네

carri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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