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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샤넬·디올·프라다...패션, 미술과 만났다
두 분야 크리에이터 존중 문화 일치
해외 명품브랜드 국내 작가 협업·후원
샤넬, 에르메스, 보테가 베네타 등 유수의 ‘패션 하우스’들이 ‘문화의 집’으로 본격적인 행보를 시작했다. [프라다 제공]

미술과 패션이 만났다. 샤넬, 에르메스, 보테가 베네타 등 유수의 ‘패션 하우스’들이 ‘문화의 집’으로서 본격적 행보를 시작했다. 꽤 어울리는 만남이다. 두 분야가 추구하는 가치와 이미지가 맞아 떨어지기 때문이다.

6일 미술계에 따르면, 프랑스 브랜드 샤넬, 디올, 이탈리아 브랜드 프라다, 보테가 베네타 등이 한국국제아트페어(KIAF·키아프)-프리즈 서울 기간을 맞아 한국의 현대미술 작가들을 적극적으로 후원하거나 직접 기획한 전시를 선보인다.

굴지의 패션 하우스와 미술의 만남은 오랜 전통이자 새로운 트렌드다. 미술계 관계자들은 “르네상스 시대부터 유수의 가문들이 작가와 작품을 후원하고 거래하며 시작된 오랜 전통이 현재의 트렌드로 꽃을 피운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지난해부터 재단법인 예올의 ‘예올 X 샤넬 프로젝트’를 통해 ‘올해의 장인’과 ‘올해의 젊은 공예인’을 선정해 지원해 온 샤넬은 예올공예재단과 ‘우보만리 : 순백을 향한 오랜 걸음’을 열고 있다. 올해도 서울 북촌에서 열리는 이 기획전은 디자이너 양태오가 전시를 총괄한다. 뿐만 아니라 아트페어 기간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한국의 현대미술 작가들을 조명하는 ‘나우 앤드 넥스트’(Now & Next) 비디오 시리즈를 선보인다. 임민욱과 홍승혜, 문성식, 이은우, 전현선, 장서영이 참여했다.

프라다는 서울 인사동 복합문화공간 코트에서 ‘프라다 모드 서울’ 행사를 기획했다. ‘프라다 모드’는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 창작자와 협업해 주제에 맞는 콘텐츠를 제공하는 문화 행사다. 2008년부터 마이애미, 홍콩, 런던, 파리, 도쿄 등에서 이 행사를 열었다. 서울에선 이번이 처음이다. 행사 기획은 광주비엔날레 예술감독을 역임했던 이숙경 큐레이터가 맡았다. ‘다중과 평행’을 주제로 김지운, 연상호, 정다희 등 세 명의 영화감독의 시선을 담아 설치 작품을 선보인다.

디올은 프리즈서울 기간에 맞춰 이건용, 하종현, 이불 등 한국 현대미술 작가 24명이 재해석한 레이디 디올 가방을 소개하고, 에르메스재단은 아뜰리에 에르메스를 통해 진행하는 박미나 작가의 개인전 ‘아홉 개의 색, 아홉 개의 가구’ 전시를 중심으로 프리즈 ‘청담 나이트’(6일)에 참여한다.

패션 하우스와 특정 작가의 만남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브랜드 이미지와 방향성, 작가의 예술 세계에 대한 깊은 이해다. 해외 명품 브랜드와 한국 작가의 협업에 관여한 미술계 관계자는 “패션 하우스의 핵심 가치는 수석 디자이너다. 이들 역시 작가이고, 미술계 역시 작가가 중심이 되는 분야이다 보니 크리에이터(작가)를 존중하는 문화가 있다는 게 공통점”이라며 “이러한 분위기가 반영돼 작가를 후원할 때에도 서로에게 세심하게 접근한다는 특징이 있다”고 귀띔했다.

보테가 베네타는 리움미술관에서 7일 개막하는 강서경 작가의 개인전 ‘버들 북 꾀꼬리’를 후원한다. 리움에서 열리는 전시에 패션 하우스가 후원사로 함께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리움미술관 관계자는 “보테가 베네타가 프리즈서울 기간 강서경 작가를 전 세계에 소개하고자 후원하게 됐다”고 밝혔다. 보테가 베네타는 리움 전시장 길 건너편에 대형 광고판도 설치했다.

‘실험미술 거장’ 성능경 작가는 갤러리현대에서의 전시를 열며 스페인 브랜드 로에베의 잡지 화보를 찍었다. 브랜드의 후원은 아니나 여든의 한국 작가와 함께 한 새로운 시도라는 점에서 흥미롭다.

갤러리현대 관계자는 “175년 역사의 로에베는 그간 미술 작가와 다양한 화보 협업을 진행해왔다”며 “특히 조나단 앤더슨이 수석 디자이너로 브랜드를 이끈 이후 실험적 요소가 많아진 점이 성능경 작가와의 예술 세계와 잘 맞았고, 성 작가도 새로운 시도에 열려있어 화보 작업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지난해 루이비통은 한국 근현대 미술 거장인 박서보 화백과 함께 디자인한 가방 아티카퓌신 컬렉션을 공개했다. 루이비통은 2019년부터 현대미술 작가가 디자인한 아티카퓌신 백을 한정판으로 공개해왔다. 한국 작가가 참여한 것은 박서보 화백이 처음이다.

패션 하우스와 예술의 만남은 서로에게 ‘윈윈’이다. 패션 하우스에선 예술계에 대한 협업과 후원으로 공익적 이미지를 얻으며 브랜드의 품위를 높일 수 있다. 미술계의 작가와 갤러리에선 좋은 콘텐츠를 선보이는 데에 투입되는 재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한다는 장점이 있다.

미술계 관계자는 “문화예술도 자본이 확보되지 않고는 웰메이드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것이 쉽지 않다”며 “미(美)를 추구하는 패션과 예술의 가치가 만나 현대 미술계에서 시너지를 내고 있어 앞으로도 이러한 후원과 협업이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고승희 기자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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