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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77억 구사마 야요이 작품이 순식간에…개막 첫날 ‘키아프리즈’ 가보니
6일 프리즈 서울ㆍ키아프 동시 개막
‘붉은 신의 호박’ 등 인기 작품 완판
中 컬렉터 단체로 ‘아트 투어’ 기대감↑
2023 키아프·프리즈 서울 아트페어 [임세준 기자]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작년하고 분위기는 다르지만, 올해도 괜찮다.”

6일 오후 세계 3대 아트페어인 프리즈(FRIEZE) 서울에서 VIP 관람객을 맞은 국내외 대형 갤러리 관계자들은 ‘비밀스런 이야기’를 하듯 상기된 표정으로 이렇게 귀띔했다.

방탄소년단 RM과 지민, 블랙핑크 로제와 지수, 배우 최지우를 비롯해 정도련 홍콩M+ 부관장, 토비아스 버거 홍콩 타이쿤미술관 관장,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와 이웅렬 코오롱 명예회장 등 전 세계 VIP 컬렉터(수집가)들이 서울 코엑스로 모여들었다. 엔데믹과 함께 세계 3대 아트페어인 프리즈 서울과 한국국제아트페어(KIAF, 키아프)가 동시에 열리면서다.

코엑스 1층과 3층에서 나눠 열린 키아프와 프리즈의 풍경은 조금 달랐다. 키아프는 오후 1시 입장을 시작하자, 입구로 줄이 길게 늘어선 반면 프리즈는 다소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프리즈는 지난해와 같은 소란을 막고자 각 갤러리에 지급되는 VIP 티켓을 30% 줄였고, 관람객들 역시 1시간 간격으로 받는 등 운영 방식을 다소 바꿨기 때문이다.

2회 연속 프리즈 서울에 나온 페로탕 갤러리 관계자는 “작년엔 마치 사고가 난 것처럼 오픈과 동시에 너무 많은 사람들이 쏟아졌는데, 올해는 관람객을 철저히 통제해 컬렉터들이 편안하게 다닐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개막 세 시간 정도 지난 오후 3시 이후엔 두 아트페어는 독특한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키아프를 둘러본 VIP들이 프리즈로 몰리며 키아프는 국내 최대 아트페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한산해졌고, 프리즈는 점차 사람들이 몰려 대형 작품이 걸린 갤러리는 발 디딜 틈이 없었다. 한 시간 단위로 관람객을 받았지만, 이전 관람객과 새로 들어온 관람객이 더해지며 프리즈 서울은 북새통을 이뤘다.

올해 ‘키아프리즈’에서 가장 두드러진 모습은 ‘중국 컬렉터’들의 대거 등장이다. 지난해 하루 만에 100억원의 판매고를 올린 4대 갤러리 하우저앤워스 관계자는 “지난해는 프리즈의 첫 해이기도 했고, 여행 제한으로 해외를 가지 못한 사람들의 구매욕이 맞아 떨어지며 관람객이 많이 몰렸다”며 “올해는 그 때 만큼은 아니지만, 여전히 중요한 컬렉터와 해외 기관에서 많이 찾고 있고, 특히 중국의 컬렉터들이 많다는 점이 올해의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프리즈와 키아프 개막 첫날엔 10여명의 중국 컬렉터들이 가이드와 함께 투어하는 모습이 곳곳에서 보였다. 한 해외 갤러리 관계자는 “중국은 컬렉터들이 그룹으로 뭉쳐 다니며 구매하고 좋은 작품을 추천해 다 함께 사가는 독특한 특징을 보인다”며 “중국 부호들은 워낙 구매하는 단위가 달라 기대를 많이 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2023 키아프 서울·프리즈 서울 아트페어. 임세준 기자
프리즈 찾은 해외 갤러리…77억원 구사마 야요이 ‘최고가’

전 세계 컬렉터들이 몰려든 ‘프리즈 서울’에 난데없이 노숙자가 등장했다. 프랑스 페로탕 갤러리 부스에서다. 페로탕을 지나는 사람들의 발걸음을 붙드는 이 작품은 최근 리움미술관에서 전시된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준호’. 관람객들은 ‘피식’ 웃음을 지으며 너나없이 휴대폰을 들고 사진 촬영을 했다.

이날 페로탕 갤러리 부스는 다국적 관람객으로 북적였다. 프랑스에서 시작해 서울은 물론 중국 상해에 지점을 둔 페로탕 갤러리는 한국, 중국, 홍콩 등에서 몰려온 컬렉터들로 가득 찼다. 페로탕 갤러리 관계자는 “오픈 세 시간 만에 걸려있는 작품이 절반 이상 팔렸다”고 말했다. 이 갤러리의 최고가 작품인 무라카미 다카시의 그림은 개막도 되기 전에 팔렸다. 7억8000만원 짜리다.

2023 키아프·프리즈 서울 아트페어 개막일인 6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프리츠 서울 전시장을 찾은 관람객들이 작품을 살펴보고 있다. 임세준 기자

2회차를 맞은 프리즈 서울은 오픈 첫날, 인기 작품 위주로 관람객들의 발길이 머물렀다. 미술시장 분위기가 좋지 않아 100억원이 넘는 대작은 줄었으나, 이름값 하는 작품들이 대거 나와 관람객들을 붙들었다. 17세기부터 최근까지의 작품을 두루 볼 수 있는 ‘프리즈 마스터즈’ 섹션과 대형 갤러리 부스는 특히 인기였다. 르누아르, 샤갈, 피카소, 에곤 쉴레 등 명작들을 만날 수 있는 마스터스 섹션은 ‘포토 라인’도 만들어졌다.

가장 재미를 본 것은 대형 갤러리가 들고 나온 현대미술 작가들이었다. 미국 대형 갤러리 데이비드 즈워너는 일본 작가 구사마 야요이의 회화 ‘붉의 신의 호박’을 580만 달러(약 77억원), ‘핑크 팬더’를 그리는 미국 작가 캐서린 번하트의 회화도 25만 달러(약 3억원)에 팔았다.

하우저앤워스는 올해에도 인기가 좋았다. 라시드 존슨의 작품이 97만5000달러(약 13억원)에, 조지 콘도의 작품은 80만달러(약 10억6000만원)에 팔려 나갔다. 첫날 판매된 작품만 10여점이다. 페이스갤러리는 알렉산더 칼더의 1965년작 조각 작품은 물론 조엘 샤피로, 로버트 나바, 키키 스미스, 나라 요시토모의 작품을 팔았다. 타테우스 로팍은 다니엘 리히터의 2023년 신작을 37만5000유로(약 5억 3600만원)에, 리슨 갤러리는 스탠리 휘트니 작품을 55만 달러(약 7억3447만원)에 팔았다.

2023 키아프 서울·프리즈 서울 아트페어 개막일인 6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프리즈 서울 전시장을 찾은 관람객들이 작품을 살펴보고 있다. 임세준 기자
거장부터 MZ작가까지…다양한 작품에 관심 쏟아져

프리즈 서울에 함께 한 국내 갤러리도 성과가 좋다. 박서보를 비롯해 하종현·함경아·양혜규·강서경·정연두 등 인기 한국 작가들이 모두 소속된 국제갤러리는 아트페어 때마다 인기가 뜨겁다. 박서보 작품이 49만달러(약 6억5000만원)에, 하종현 작품이 22만3000달러(약 2억9700만원)에 팔렸다. 뿐만 아니라 함경아·양혜규·강서경·장-미셸 오토니엘 등 다수의 작가들의 작품 역시 컬렉터들이 가져갔다. 키아프 부스에선 우고 론디노네 작품이 모두 나갔다.

국제갤러리는 탄탄한 작가군이 많아 시장 분위기에 영향을 받지 않는 것이 큰 강점이다. 국제갤러리 관계자는 그럼에도 “올해는 시장 상황이 좋지 않아 걱정되는 부분이 있었는데, 분위기가 무척 좋다. 많은 컬렉터들이 프리즈를 기다렸다는 느낌”이라며 “특히 한 작가에 쏠리지 않고 다양한 작가들이 관심을 받고 있어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현화랑에서도 ‘숯의 작가’ 이배의 작품을 들고 나와 오픈도 전에 팔아치웠고, 리안갤러리는 이건용의 ‘바디스케이프’를 45만 달러(약 6억원)에 팔았다. 학고재는 이준의 작품을 1억원에, 갤러리현대는 이성자의 작품(9000~4만 5000달러)을 팔았다. PKM갤러리에선 유영국과 올라퍼 엘리아슨 작품이 특히 인기가 많았다.

개막 초반의 분위기와 달리 오픈 시간이 길어질수록 다소 한산했던 키아프에서 눈에 띄게 사람들이 많이 몰린 부스도 있었다. 갤러리 현대에 라이언 갠더 작가가 직접 나와 ‘아트 토크’를 진행하며 관람객들의 관심이 쏟아졌다. 특히 포르쉐, 아우디, 폭스바겐과 협업해 회화 작품(7만 5000파운드, 한화 약 1억2000만원)을 선보인 만큼 갤러리 현대 부스는 포르쉐 신형 차량이 떡 하니 자리해 ‘포토 스폿’이 되기도 했다.

갤러리 현대 관계자는 “부스 설치 당시 다른 갤러리가 들어오기 전에 양해를 구하고, 가장 먼저 들어왔다”며 “직접 운전해 부스로 왔다”며 웃었다. 이 차량 역시 전시의 일부다. 포르쉐 위로 커다란 모기가 내려 앉은 것 역시 작가의 의도가 반영됐다.

‘젊은 작가’들에 주목한 키아프엔 MZ(밀레니얼+Z)세대 작가들이 작품이 걸린 갤러리들로 관심이 모아졌다. 권능을 비롯해 30대 중반~40대 초반 인기 작가들 작품을 들고 나온 아틀리에 아키 관계자는 “국내는 물론 특히 해외 컬렉터와 관계자들의 판매 문의가 많아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이제 막을 올린 ‘키아프리즈’는 이번 주 동안 관람객을 맞는다. 국내외 120여 개 갤러리가 참여한 프리즈는 9일까지, 210개 갤러리가 참여하는 키아프는 10일까지 이어진다.

2023 키아프 서울·프리츠 서울 아트페어 개막일인 6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프리츠 서울 전시장을 찾은 관람객들이 작품을 살펴보고 있다. '키아프 서울'은 2002년 처음 문을 연 국내 최초의 아트페어로 올해 20개국의 210개 갤러리가 참여했으며 '프리즈 아트페어'는 세계 3대 아트페어 중 하나로 지난해 아시아 최초로 서울에서 개최됐으며 올해는 30개 국의 120개 갤러리가 참여한다. 임세준 기자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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