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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도의 순간이 왔다” 미중 갈등·우크라 전쟁에 균형추된 중견국 [G20, 중견국이 뜬다]
강대국 갈등 틈타 인도·튀르키예·인니 등 부상
G20 정상회의, 높아진 중견국 입지 확인 기회
(왼쪽 상단부터)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제레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 [AFP, 로이터]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새로운 기회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영국 파이낸셜타임스)

미국과 중국이라는 두 경제대국의 갈등과 장기화되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틈을 타 국제사회에서 ‘중견국(middle power)’의 입지가 커지고 있다. 인도와 인도네시아, 브라질을 비롯해 사우디아라비아와 튀르키예,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이 주인공이다.

중견국들은 미국 대 중국, 러시아 대 우크라이나 등의 진영에 얽매이지 않고 강대국 사이를 오가며 자국의 이익을 추구하고 있다. 서방이 주도하는 대러·대중 제재에는 동참하지는 않으면서, 자국의 지정학적 입지를 지렛대 삼아 국제사회에서 역할을 주장하는 식이다.

오는 9~10일 인도 뉴델리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는 중견국들의 달라진 위상을 보여주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올해 G20 의장국인 인도는 글로벌 정가의 주목을 받고 있다.

블룸버그는 “인도의 순간이 오고 있다”면서 “이번 G20 정상회의에서는 세계 질서를 재편하려는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의 시도가 돋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지난 6월 백악관에서 열린 모디 총리의 국빈방미 환영 만찬에서 서로를 바라보며 건배를 하고 있다. [로이터]

외신들은 이번 회의에서 인도가 자국의 지정학적 가치와 위상을 발판으로 차기 경제대국이자 외교강국으로서의 입지 굳히기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6월 국빈방문한 모디 총리를 위해 조 바이든 대통령이 준비한 화려한 환영만찬은 국제사회에서 한껏 높아진 인도의 위상을 방증한다.

무엇보다 인도는 미중 갈등이 촉발한 글로벌 공급망 재편의 최대 수혜국이다. 두 경제 대국의 각축전 속에 인도는 중국에 이은 ‘세계의 공장’으로 급부상했고, 인도를 대중 견제의 핵심 파트너로 보고 있는 미국의 경제적·기술적 지원도 적극적으로 받고 있다.

인도는 우크라이나전에서도 전쟁을 비난하거나 대러 제재에 동참하지 않는 대신, 러시아산 원유를 헐값에 사들이고 있다. 이를 통해 경제적 이익은 물론이고 러시아와 미국 사이에서 밀당 외교를 통해 외교적 이득도 거두고 있는 것이다.

밀란 바이슈나브 카네기국제평화기금 연구원은 “인도는 다자간 동맹의 줄타기를 꽤 잘하고 있다”면서 “인도의 이 같은 능력은 러시아의 쇠퇴와 중국의 부상이라는 지정학적 요인에 의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런가하면 튀르키예와 사우디는 우크라이나전 이후 ‘평화 중재자’를 자처하며 글로벌 외교가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흑해곡물협정을 중재했던 튀르키예는 지난 7월 협정 파기를 선언한 러시아를 설득하며 협정 복원을 위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사우디도 지난달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과 평화 방안을 논의하는 국제회의를 주최하며 몸값을 한껏 끌어올렸다. 회담에는 중국도 참석했다.

지난 4일 정상회담을 위해 만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모습 [TASS]

인도와 함께 ‘글로벌사우스(Global South)’의 핵심 멤버인 인도네시아와 브라질은 핵심 자원 덕분에 많은 국가들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배터리 핵심 소재인 니켈의 세계 최대 생산국으로, 국제 공급망에서 갖는 존재감이 독보적이다.

세계 최대 우림을 보유한 브라질은 기후 위기라는 글로벌 현안 해결을 위한 ‘열쇠’이자 남미지역의 리더로서 국제적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 남아공은 러시아와 사실상의 동맹관계이자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멤버다.

이 같은 중견국들의 부상을 지켜본 전문가들은 미국과 중국, 러시아 등의 ‘강대국’이 절대적인 힘을 바탕으로 국제사회에서 군림하던 시대는 끝났다는 진단마저 내놓고 있다. 실제 오늘날 중견국들은 입지를 다지기 위해 강대국과의 ‘동맹’에 의존하지 않고, 지역적 연대를 강화하며 자체 세력 형성에 공을 들이고 있다. 브릭스와 글로벌 사우스가 여기에 해당한다.

마이클 파워 자산관리회사 나인티원 분석가는 “중견국들에게 외교란 강대국의 편을 드는 문제가 아니라, 모든 이들을 염두에 두고 내 편을 고르는 문제”라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오른쪽) 가 사우디 왕궁을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을 환영하고 있다. [로이터]

 

balm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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