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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 2만가구 개포 신축에 민간어린이집 ‘0’…월세 폭등이 낳은 육아대란 [부동산360]
개포 8개단지·2만 가구 민간어린이집 단 하나도 없어
국공립 어린이집 대기자 수 많게는 400명
정비계획 때부터 어린이집 대책 마련해야
서울시 강남구 개포동 신축 아파트단지. 왼쪽은 개포자이프레지던스, 오른쪽은 디에이치아너힐즈. [서영상 기자]

[헤럴드경제=서영상 기자] #. 송파구 잠실동에 살며 만 4살, 1살 아이를 둔 30대 주부 이모씨는 친정집과 가깝고 첫째 아이 영어유치원이 근처인 개포동 신축 아파트로 전셋집을 알아보고 있다. 하지만 맞벌이인 그녀는 이사를 포기했다. 둘째 아이를 맡길 수 있는 민간어린이집이 개포 신축 아파트에 단 한 곳도 없었기 때문이다. 아파트 단지마다 하나뿐인 국공립 어린이집들의 대기가 많게는 400명대 수준이고 민간 어린이집은 운영조차 되지 않고 있다. 이씨는 “정부가 출산 장려 대책을 연일 내놓고 있지만, 교육 인프라가 탄탄한 강남 신축 아파트 조차 어린이집 부족현상에 시달리고 있다”면서 “답답할 노릇”이라고 하소연했다.

서울 강남구 개포동 8개 신축 아파트 단지들에 민간어린이집이 단 한곳도 없는 것으로 5일 파악됐다. 단지들마다 거주하는 인원은 수천가구에 이르지만 민간·가정 어린이집은 단 하나도 없이 국공립 어린이집 하나씩만 두고 있어 아이를 맡길 곳이 없는 젊은 학부모들 사이에서 육아 대란이 벌어지고 있다.

강남구청에 따르면 개포 신축 아파트 8개 단지에는 민간·가정어린이집이 단 한 곳도 없다. 구청이 개포동 안에서 민간 어린이집을 마지막으로 인가를 내준게 2006년, 가정 어린이집은 2011년인 실정이다.

조사에 포함된 신축아파트 가구수를 다 더했을 때는 2만300여 가구에 이른다. ▷개포래미안포레스트(2296가구) ▷래미안블레스티지(1957가구) ▷디에이치아너힐즈(1320가구) ▷개포자이프레지던스(3375가구) ▷개포상록스타힐스(1829가구) ▷래미안개포루체하임(850가구) ▷디에이치자이개포(1996가구) ▷디에이치퍼스티어아이파크(6702가구) 등이다.

아파트에 하나뿐인 국공립 어린이집은 당연히 포화 상태다. 육아포털 사이트 아이사랑에 따르면 래미안블레스티지 안에 위치한 선혜어린이집은 총정원 112명에 대기자 수가 312명, 디에이치아너힐즈 안에 위치한 지혜어린이집은 총정원 88명에 대기자수가 226명에 이른다. 개포 래미안 포레스트 안에 위치한 다솔어린이집은 총정원 102명에 대기자수가 무려 413명이다. 개포자이프레지던스에 새로 생긴 큰솔어린이집도 아직 아이사랑 사이트에서는 검색이 안되지만 사정은 비슷하다.

반면 인근 구축 또는 다른 대단지 아파트들의 경우 국공립 어린이집은 물론 민간·가정 어린이집도 마련되어 있다. 예를 들어 인근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에는 같은 블록 안에 1개의 국공립 어린이집을 포함해 2개의 가정어린이집 총 3개의 어린이집이 운영되고 있다. 송파구 잠실동 엘스아파트도 단지 안에 국공립 어린이집 2개와 가정어린이집 5개 총 7개의 어린이집이 있다.

이처럼 개포 신축 아파트들에 민간 어린이집이 단 한 곳도 없는 데는 최근 수년간 급등한 부동산값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파악됐다.

강남구청 보육지원과 관계자는 “구청으로서는 민간어린이집 신청이 들어오는 경우 일정 요건에만 충족하면 허가를 내어준다”면서 “민간 어린이집 사업을 운영하려고 하는 사람이 없어 신청 자체가 안 들어온다”고 했다.

정부 지원금으로 운영이 되는 민간어린이집이 월 수백만원에 이르는 임대료를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개포자이프레지던스 전용 84㎡는 최근 보증금 1억원에 월세 470만원, 디에이치아너힐즈는 보증금 1억원에 월세 500만원에 계약된 바 있다.

강남구 한 민간 어린이집 원장은 “월세 500만원짜리 개포 신축 아파트에 가정 어린이집을 열었다가는 원장 월급도 가져가기 어려울 것”이라면서 “더군다나 강남의 경우 만 3살만 되도 영어유치원 등으로 옮기기 시작하면서 어린이집 정원을 못 채우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서울 지역 내 신축 아파트들의 대부분이 재건축 또는 재개발 정비사업을 통해 지어진다는 점을 감안해 정비계획 단계부터 국공립 어린이집을 확충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현행 영유아보육법은 500가구 이상 공동주택 단지에 대해 국공립어린이집 설치를 의무화하고 있는데, 대규모 재건축 단지들이 들어서며 국공립 어린이집 하나로는 턱없이 부족한 곳들이 많다.

이에 강남구청에 따르면 6702가구의 대규모 단지가 들어서는 개포1단지 재건축 디에이치퍼스티어아이파크는 정비계획 당시부터 어린이집을 4개소로 준비했다. 내년 상반기 4개의 단지 내 국공립어린이집 개원을 앞두고 있다.

연말 준공을 앞둔 강남구 개포동 디에이피퍼스티어 아이파크. 구 개포1단지. [서영상 기자]

하지만 전 세계 최고 수준의 저출산 국가라는 점 등을 감안할 때 무작정 국공립 어린이집을 늘리는 것이 예산 낭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강남구청 관계자는 “최근 저출산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문을 열었던 강남구 내 국공립 어린이집마저도 운영이 어려워 폐원하는 곳들이 있다”면서 “무작정 늘리는 것만이 능사가 아닌 적정한 기준을 마련해 먼 미래를 내다보고 어린이집 관련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s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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