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헤럴드광장] 우즈베키스탄은 넓고 할 일은 많다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 고(故) 김우중 대우 회장이 자서전에서 한 말이다.

실제로 대우는 전 세계에서 활약했다. 우즈베키스탄도 예외는 아니었다.

주재원이셨던 아버지를 따라 우리 가족이 처음 우즈베키스탄에 온 것은 1995년도였다. 처음 와본 미지의 나라는 외국인이 적어 우리가 길만 걸어도 다들 쳐다보았지만 유독 한국인에 호의를 가지고 있었다. 그 호의의 중심에는 기업 대우의 활약이 있었다.

소련으로부터 독립한 후 홀로서기를 시작한 우즈베키스탄은 굉장히 불안정한 상태였다. 공산품 대부분을 수입하고 있었으며 면화와 금 수출에 의존하고 있었다. 공식 환율과 시장 환율이 달랐으며 국민소득은 1000달러가 채 되지 않았다. 이런 시장에 투자하려는 외국 기업은 많지 않았다.

그러나 당시 우즈베키스탄의 대통령이었던 카리모프가 대우 유치를 위한 강한 의지를 내보였다. 이에 응한 대우의 적극적인 해외 진출 전략은 우즈베키스탄에서 큰 성공을 거뒀다. 카리모프 대통령이 대우오토 자동차공장 건설 준공일을 한국·우즈베키스탄 우호 기념일로 지정한 것만 보더라도 대우가 얼마나 우즈베키스탄이라는 국가 자체에 큰 의미였는지를 엿볼 수 있다.

당시 진행됐던 프로젝트 상당수는 지금도 이어져 오고 있다. 대우자동차의 모델인 ‘다마스’는 아직도 우즈벡 국민의 ‘국민 자동차’ 역할을 하고 있으며 대우은행, 면화공장 등은 KDB산업은행, 포스코 텍스타일이 인수하여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오늘날 우즈베키스탄은 미르지요예프 대통령이 집권한 후로 적극적으로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며 개혁·개방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뿐만 아니라 튀르키예, 중국, 중동 등 다양한 국가의 자본이 대거 유입되며 우즈베키스탄 시장은 빠른 속도로 발전 중이다.

물론 우즈벡 시장은 아직도 만만치 않다. 국민소득은 2000달러 정도를 웃돌며, 러-우 사태로 인해 물류 상황은 더욱 어려워졌다. 각종 규제와 정책이 수시로 바뀌고 언어적인 어려움은 우리 기업의 부담을 가중시킨다.

그럼에도 아무런 산업시설의 기반이 없었던 1990년대에 비한다면 지금의 상황은 훨씬 긍정적이다. 2017년 외환 자유화가 이뤄지고 공식 환율로 통일됐으며, 외국인 투자 유치를 위한 다양한 정책이 수립되는 등 미르지요예프 정권은 기업이 활동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

우즈벡 정부는 정치·경제·사회 분야에서 한국의 사례를 연구하며 모방하고 있다. 보건의료, 교육 등의 분야에서 한국의 노하우와 체계적인 시스템을 배우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으며, 신재생에너지, 제조업 등 다양한 산업 전반에서 한국의 기술 이전과 투자 유치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과거의 활약으로 인해 한국의 브랜드는 여전히 그 품질을 인정받고 있으며 그간의 함께한 역사로 인해 우즈벡 국민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듯하다. 이는 우리 기업에 분명 큰 장점이며 다른 외국계 기업과의 경쟁에서도 우위를 점할 수 있는 부분이다. 양국이 쌓아올린 단단한 관계 속에서 우리 기업의 성공적인 진출을 기대한다.

한정선 코트라 타슈켄트 무역관 과장

andy@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