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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품 하나하나에 긍정에너지 담아내는 정명숙 작가
자연을 잉태한 화순 능주 인량동에서 창작활동
‘그림모내기’ 매년 전시회 개최… 도전하는 삶
4일부터 11월까지 조선대서 추상작가전 참여

 

정명숙 작가가 화순군 능주면 아담한 작업장에서 자연의 에너지를 담아 작품을 그리고 있다. 서인주 기자

[헤럴드경제(광주)=서인주 기자] 광주에서 30분쯤 차를 몰면 화순군 능주면에 도착한다.

차창 밖에는 멀리 무등산을 배경으로 아기자기한 산과 푸른들, 추수를 앞둔 논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보성 가는 지방도로에는 오래된 메타세콰이어와 아카시아, 복숭아 나무가 친구처럼 반겨준다. 코끝 가득 청명함을 호흡하며 바쁜 일상에 지친 교감신경이 잠시 쉬어가는 느낌이다.

인구 145만 남짓의 대도시 광주에서 인구 5만 화순, 거기에서도 한참을 더 들어가는 능주의 한 시골 마을 양지 바른곳에 정명숙 화백의 작업실이 있다.

아담한 카페를 연상케 하는 이곳이 자연과 긍정. 모내기를 화폭에 담는 정 화백의 일터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진한 편백향이 바람처럼 날려온다. 머리가 맑아지는 게 참 상쾌하다.

작가가 작업하다 잠시 쉬는 편안한 의자에 앉았는데 맞은편 시야에 대나무 숲이 들어온다. 그 옆에는 어른 크기만한 미완의 대나무 작품이 놓여 있었다.

정 작가는 가시와 미시의 세계를 넘나들며 마음을 파고드는 감동을 작은점과 동그라미로 표현하고 있다. 서인주 기자

화실 앞 대형유리창에는 푸릇푸릇한 벼들이 물결치고 있다. 인근에는 넓은 복숭아밭이 펼쳐져 있는데 능주의 특산물이 바로 달콤아삭한 복숭아다.

능주는 최근 전국적인 이슈가 된 ‘음악가 정율성’이 초등학교를 다니며 유년시절을 보낸 곳이다. 능주초등학교에는 정율성을 그린 대형 벽화가 있다. 조선시대 개혁의 아이콘 조광조의 유배지도 이곳에 있다. 조선의 미래를 새롭게 그리려던 조광조의 꿈이 멈춘 곳이기도 하다.

교통의 요지인 능주는 한때 전라도의 중심도시 중 하나였다. 비록 지금은 여느 시골마을처럼 쇠락하고 있지만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문화유산을 자랑하고 있다.

매일 이곳에 출근하는 정 작가는 자연을 보고 모내기 하듯 그림을 창조한다. 작가의 작업실은 완성된 작품, 완성을 기다리는 작품, 여백의 새하얀 캔버스로 가득했다.

집에서 갈아온 진한 서리태 콩물과 원두커피를 하나씩 내어 온다. 향긋한 커피향기가 그림 속에 파고들며 그와 미술, 예술 이야기를 이어간다.

정명숙 작가는 매년 개인전시회를 통해 작품세계를 확장하고 있다.

종이와 캔버스 겹겹이 색들이 채워진다. 종이의 질감 사이로 스미듯 비치는 색들은 얇은 틈새에 비쳐 희열감으로 차오른다. 땅의 주인처럼 그림의 주인이 되는 순간이다. 일종의 물감놀이다.

“땅의 선물을 수확하는 농부처럼, 하루하루 그림과 대면한 시간들을 만들어 가고 있어요. 무수한 붓질과 가위질은 열매를 맺는 농부와도 비슷한 면이 있죠. 이런 걸 표현해서 대중들에게 감동을 주고 싶어요.”

정 작가는 지난 2014년부터 매년 개인전을 열고 있다. 지방의 화가가 수백~수천만 원이 들어가는 개인 전시회를 여는 것은 드문 일이다. 일에 대한 열정과 도전정신, 추진력이 없으면 이내 지치기 마련이다. 게다가 그의 작품은 ‘미술계의 3D업종’에 가깝다.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밑작업에 이어 오리고 자르고 붙이고 더하고 덜하며 오랜 시간 공을 들여야 한다. 6개월에서 1년 넘게 작업하는 작품들도 많다. 하지만 더디지만 꾸준히 내달린다.

평생 집을 지어온 아버지가 사랑하는 막내딸을 위해 화순에 작업장을 만들었다. 그동안 광주 도심지 작업장을 전전했는데 새로운 에너지를 충전한 시간이다. 시골로 매일 오가며 하늘과 바람, 구름을 몸과 마음으로 느끼고 있어서다.

화순 능주 인량동길. 평생 집을 지어오신 아버지가 막내딸을 위해 만들어 준 작품같은 작업실이다. 서인주 기자

“대학시절에 호주 원주민 미술을 처음보고 크게 감동을 받았어요. 다양한 색채의 점들이 모이고 흩어지고 펼쳐지는 화면이 울림으로 다가왔거든요.”

정 작가는 가시와 미시의 세계를 넘나들며 마음을 파고들던 감동을 작은 점과 동그라미로 표현하고 있다. 원초적 삶이 자아낸 작품 안에 자연의 색채와 생명력이 솟아 오른다. 자연이 주는 순리를 받아들이고 보고 듣고 수확하는 감사의 마음을 전달하는 셈이다.

정 작가는 4일부터 11월까지 조선대 본관에서 열리는 ‘김보현과 추상작가 6인전’에 참여한다. 자연을 노래한 정 작가의 최신작을 이곳에서 만나 볼 수 있다.

“어린 시절 미술에 특별한 재능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조대여중 3학년 때 미술대회에서 상을 받게 됐어요. 그때부터 인생이 달라진 거죠. 미술은 끈기를 기르는 과정이에요. 이를 이겨내는 과정에서 희열감과 성취감을 느끼게 되고 이를 대중들과 교감하는 거예요. 멋진 일이죠.”

정 작가는 4일부터 11월까지 조선대 본관에서 열리는 ‘김보현과 추상작가 6인전’에 참여한다

대광여고를 졸업하고 조선대 미대 회화과를 나왔다. 교육대학원에서 미술교육을 전공하고 10년 넘게 교편을 잡았다. 광주교대와 조선대에서 겸임교수로도 활동했다. 지역 미술계에서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셈이다.

2014년 나는 화가입니다 개인전을 비롯해 중국 길림 정명숙 초대전, 담빛예술창고, 양림미술관, 광주아트페어 등 수많은 초대전과 그룹전에 참여했다. 2014년 대한민국미술대전에 입선했고 광주시미술대전에서는 대상을 거머쥐었다.

“그림을 그리고 있을 때 시간이 잘 가고 행복해요. 각박한 일상 속 현대인들에게 상처를 치유하고 보듬어 주는 무한 긍정의 작품들을 선보일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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